1970년대 한국의 사우디 원정경기가 치러지기 직전 한 정부 관계자가 골을 넣으면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이영무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이번 경기에서 골을 넣게 돼도 절대 기도 세리머니를 해선 안 됩니다. 그들을 자극하지 마세요.” 당시만 해도 석유 수급 문제로 우리가 중동 국가의 눈치를 보던 터라 자칫 잘못하면 기도 세리머니가 외교 문제까지 번질 위험한 상황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이영무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러자 이영무는 걱정하지 말란 듯이 이렇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런 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영무는 그라운드에서 킥오프 직전 동료들과 파이팅을 외친 뒤 기다렸다는 듯 당당히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었던 동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이 관중과 사우디 왕주 눈에 보이지 않도록 이영무 주위를 둘러싸고 막아야 했다. 후에 이영무는 이 일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기도를 하겠다고 하면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한 것이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축구선수 한 명 때문에 외교 문제까지 번질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이영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도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는 그를 막지 못했다.

이영무와 이영표, 그들의 개신교 이기주의

사우디아라비아는 다른 여러 중동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슬람교가 국교다. 타종교 선교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고 해외 타종교인의 출입도 엄격히 규제된다. 개종을 했다가는 처형을 당하는 일까지도 있을 만큼 이슬람 국가는 무척이나 폐쇄적이다. 같은 이슬람 국가인 리비아에서 개신교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이 적발돼 리비아 정부가 주한국대표부를 철수하고 성사 직전의 건설 계약 협상이 중단된 적도 있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개신교 선교 활동을 하는 건 단순한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이슬람 국가에서는 아예 타종교인의 선교 활동을 막기 위해 비자 발급도 해주지 않는다.

2009년 유럽에서 뛰다 사우디 알 힐랄에서 이적 제의를 받은 이영표는 구단 최고 권위자와 면담을 할 때 생소한 계약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제가 원하는 한국인 몇 명의 비자 발급을 해주세요.” 구단에서는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이영표가 지정한 한국인의 비자 발급을 도와줬다. 그런데 이들은 개신교 목사와 선교사였다. 이영표는 이 사실에 대해 개신교 문화를 수용하지 않아 선교가 힘든 중동에 복음 전도자들을 입국시킬 수 있게 됐다면서 국내 한 개신교 방송에 나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축구를 이용해 법으로 엄격히 금지된 행동을 교묘하게 해놓고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히려 떳떳하게 이를 방송에서 공개한 것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주변에는 훌륭하고 존경할 만한 개신교인들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축구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부’ 개신교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이 훨씬 많다. 과거 칼럼으로 소개했던 고양 Hi fc도 마찬가지다. 종교적인 색채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던 이 구단은 몰래 중남미에서 축구를 이용한 선교 활동을 하다가 문제를 일으켰다. 알고 보니 ‘Hi’의 뜻도 할렐루야와 임마누엘의 약자였다. 개신교가 축구를 통해 일으킨 문제는 지금껏 셀 수도 없이 많다. 앞서 칼럼을 통해 성남일화가 지금껏 성남시 개신교 단체들로부터 당했던 핍박(?)을 소개한 적도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말려도 꿋꿋하고 무조건 자기들 위주로 밀어붙인다. 그러다 그게 안 되면 막대한 개신교 세력을 이용한다. 이게 바로 이기주의다.

‘일부’ 개신교, “성남 축구단에는 마귀가 씌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성남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성남 이재명 시장은 올해 초 성남일화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구체적인 결과까지 내놓았다. 용역 발주를 통해 인수 타당성 조사까지 거쳤고 성남시의회 의원들도 한결 같이 성남일화 인수 및 시민구단화에 찬성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 본인 스스로도 “예산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말을 싹 바꿨다. 이제 와서 “연간 예산 100억 원이 드는 일을 시민 동의 없이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시민구단화를 찬성하는 이들이 “반대 세력과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게 누구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현상 유지를 하려는 쪽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이 나서야 합니다.” 이재명 시장은 끝끝내 반대 세력이 누구인지 말하길 거부했다.

하지만 이 반대 압박을 가하는 이들이 개신교라는 건 자명한 일이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개신교 인사들이 이재명 시장을 찾아 ‘축구단에 마귀가 씌었다’면서 ‘만약 축구단을 인수하면 대대적으로 이재명 시장 불신임 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신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국 축구의 역사와도 같은 팀을 이대로 해체시켜 버릴 심산이다. 이런 게 바로 ‘일부’ 개신교의 축구 이기주의다.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이재명 시장도 내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막대한 개신교 세력이 들끓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한발 물러섰다. 단언컨대 축구계의 마귀가 있다면 바로 당신들이다. 개신교가 만든 팀이 카톨릭 국가인 중남미에 가 선교 활동을 하는 건 아무렇지 않고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팀은 공중분해 시키려 한다.

개신교가 축구에서 부리는 이기주의는 한두 번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 말고도 무척 많다. 하나만 더 예를 들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언론회, 세계스포츠선교회 등은 대한민국 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명칭 변경을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대적인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저 이름에 ‘악마’가 들어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붉은악마가 꿈쩍도 하지 않자 스스로 ‘화이트 앤젤스’ 응원단을 만들었지만 신통치 않았고 결국 붉은악마 공식후원사를 압박해 광고 중단을 요구,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대표팀이건 K리그 팀이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들에게는 다 적이다. 하기야 정부 관계자의 말도 무시하고 중동에서 목숨 걸고 기도까지 하는 이들인데 이 정도는 일도 아닌가 보다.

FIFA 규정 위반과 겁 먹고 핑계 대는 성남시장

하다 못해 타 종교에 폐쇄적인 이슬람 국가도 축구만큼은 종교에서 자유롭다. 과거 이영표는 사우디에서 뛸 당시 크라운 프린스컵 결승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 장소가 메카였고 무슬림이 아닌 이들의 메카 출입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이 문제였다. 이때 사우디 왕자인 압둘라만 빈 무사드의 중재로 이영표를 비롯해 비무슬림들의 메카 출입을 허용했고 이는 폐쇄적인 이슬람 문화에서 무척 파격적인 일로 지금까지도 평가받고 있다. 이렇듯 스포츠는 종교에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개신교가 지금 한국 축구에서 하는 행동들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예수님이 다른 종교에서 운영하던 팀 훼방 놓으라고 말씀하셨나. 나는 종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리스도가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명백한 축구 이기주의다. 이건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를 떠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도 위반된다. FIFA 규정 3조에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국가나 개인, 인종, 피부색, 민족, 출신국가, 성별. 언어, 정치, 종교 또는 기타 다른 생각과 빈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차별받는 것을 금지하며 이를 어길 경우 자격정지 또는 퇴출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성남 팬들은 FIFA에 제소라도 해 한국 개신교 ‘일부’ 세력의 이같은 축구 이기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외교 분쟁 가능성도 아랑곳 않고 기도를 하고 축구를 이용해 선교가 불법인 나라에서 선교사의 비자 발급을 돕는 게 한국의 ‘일부’ 개신교다. 대표팀 응원단 이름에 딴지를 걸고 축구단 인수에도 ‘주님의 이름’으로 훼방을 놓은 것도 한국의 ‘일부’ 개신교다.

개신교 세력의 축구 이기주의는 이제 멈춰야 한다. 이런다고 예수님 안 믿을 사람이 예수님 믿는 거 아니다. 정부 관계자가 말리던 1970년대에 보란 듯이 중동 땅에서 기도를 하던 바로 그 개신교의 축구 이기주의는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기들이 하면 그게 정의고 반대 세력은 모두 마귀나 사탄이다. 또한 이재명 시장은 비겁하게 다른 핑계 대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구단을 인수하고 싶지만 개신교 세력이 무섭고 다음 선거가 무섭다”고 말이다. 성남 여고생 팬 앞에서 되도 않는 어르신들 복지 핑계대지 말고 갑자기 예산 타령하지 말라. 성남시를 조종하는 게 개신교 세력이고 성남시는 개신교의 도시라고 만천하에 선포하라.

한국 축구는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럴 시간 있으면 성남에서 방해하지 말고 고양 Hi fc에 가서 그들을 응원하는 게 훨씬 더 건설적인 선교 활동이다. 하지만 이들은 남 훼방 놓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내년 열릴 선거를 앞두고 잔뜩 겁을 먹은 이재명 시장도 온갖 핑계를 대고 있다. “100억 원이면 성남시 독거 노인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서 감성팔이를 시작했다. 이렇게 따지면 시에서 보도블록을 깔고 가로수를 심고 문화 단체를 유지하는 일은 아무 것도 못한다. 당신의 그 으리으리한 시장 집무실만 팔아도 독거 노인은 배불리 먹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인수 의지만 있다면 인천시가 인천유나이티드의 독자적인 운영의 뿌리를 마련해 준 것처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인천시는 건설 업체에 축구전용경기장 신축 허가를 내줘 시 예산을 들이지 않고 경기장을 지었고 여기에서 수익을 내 팀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성남도 충분히 가능하다. 연간 예산 100억 원 운운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눈에는 성남일화 축구단에 마귀가 씌었다고 보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성남일화는 그저 자랑스러운 일곱 개의 별을 단 천마로 보일 뿐이다. 당신들은 성남일화를 마귀와 사탄으로 규정했지만 내 눈에는 바로 당신들이 한국 축구를 좀 먹는 마귀이자 사탄이다. 한국 축구는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부’ 개신교의 축구 이기주의, 당장 멈춰야 한다.

*바로 잡습니다. 어제(25) 칼럼에서 소개했던 성남일화 시민구단화 촉구 궐기대회 일정은 29일(일요일) 낮 12시가 아닌 낮 1시에 성남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