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이 이제 두 달 조금 넘게 남았다. 공부와 일찌감치 담을 쌓았던 나는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별로 걱정이 없었지만 모범적인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지금쯤 아마 수능시험 준비로 머리를 쥐어 뜯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수학 공부를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오늘 칼럼만 정독한다면 수학 문제 중 ‘경우의 수’는 완벽히 마스터할 수 있다. 참 친절한 K리그 클래식은 수험생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상·하위 스플릿이 결정되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우리에게 문제를 던져줬다. 다가올 9월 1일 펼쳐지는 경기에 따라 누군가는 꼬리칸에서 앞칸으로 진출해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꼬리칸에 남아 양갱을 씹어 먹으며 슬픔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6위. 수원 (승점 40점, 득점 38, 실점 29, 득실차 +9)
7위. 부산 (승점 37점, 득점 31, 실점 26, 득실차 +5)
8위. 성남 (승점 37점, 득점 35, 실점 31, 득실차 +4)
9위. 제주 (승점 36점, 득점 38, 실점 33, 득실차 +5)

수원 (승점 40점, 득점 38, 실점 29, 득실차 +9) VS 전남

그룹A로 가는 경우의 수

7위까지 턱걸이 할 수 있는 상위 스플릿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팀은 수원이다. 7위 부산에 승점에서 3점 앞서있는 수원은 골득실차에서도 네 골이나 앞서있기 때문에 그룹A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전남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꼬리칸이 아닌 앞칸에 남을 수 있다. 부산과 성남이 나란히 상대를 제압한다고 해도 승점이 40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원은 승점 1점만 올려도 된다. 수원이 부산, 성남에 비해 다승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전남에 패하더라도 부산과 성남이 뒤져 있는 골득실을 만회할 만큼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 수원은 그룹A로 갈 수 있다. 수원 팬들은 전남전 무승부가 눈 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복잡하게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 없이 축하 파티를 위해 아주대 인근 술집에 전화 예약을 하면 된다.

그룹B로 떨어지는 경우의 수

전남에 패하면 그때부터는 복잡해진다. 특히 부산과 성남이 모두 대량득점에 성공한다면 그룹B로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부산과의 득실차는 네 골, 성남과의 득실차는 다섯 골이다. 수원이 0-2로 패하고 두 팀이 나란히 4-0 대승을 거두면 수원의 득실차는 +7, 부산과 성남의 득실차는 각각 +9와 +8이 된다. 수원이 0-3으로 패한다면 부산과 성남은 각각 상대를 세 골차 이상으로 제압하면 수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룹B행이다.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부산과 성남이 나란히 수원보다 이번 경기에서 득실차 6을 줄이면 된다는 뜻이다. 그룹A 진출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수원이지만 만약 거짓말처럼 패하고 부산과 성남이 믿기지 않는 대승을 거둔다면 수원 팬들은 경기장 밖에 모여 “세상에서 제일가는 믿음직한 윤성효” 노래를 부르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좋은 징조는?

승점과 골득실, 다승 등 모든 기록에서 경쟁 중인 다른 팀보다는 유리하다. 정상적인 경기만 펼친다면 이변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룹B행이 결정된 전남이 과연 혼신의 힘을 다해 물귀신 작전을 펼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이다.

불길한 징조는?

최근 수원은 전남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번 싸워서 3승 1무 6패에 머물렀다. 또 지지 말란 법이 없다. 전남은 지난 라운드에서 경남을 1-0으로 제압했다. 또한 측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재수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다. 수원은 정말 재수가 없을까.

부산 (승점 37점, 득점 31, 실점 26, 득실차 +5) VS 포항

그룹A로 가는 경우의 수

수원의 그룹A행 확률이 가장 높다는 걸 현실적으로 감안한다면 부산과 성남의 7위 싸움이 가장 치열할 것이다. 부산은 수원과는 득실차에서도 4점이나 뒤져 있어 따라 잡기가 쉽지 않다. 쉽게 정리하자면 부산은 성남과 승점이 37점으로 같은 상황에서 득실차 역시 한 골 앞서 있기 때문에 성남이 거둔 승리와 똑같은 결과만 내면 그룹A로 갈 수 있다. 성남이 경남을 2-0으로 이긴다면 부산도 포항을 2-0으로 이기면 된다. 1-0일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만약 부산 입장에서는 포항에 패하더라도 성남과 제주가 나란히 상대에 패하거나, 성남이 패하고 제주가 무승부에 머물면 극적으로 그룹A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이 경우 부산 팬들은 안익수 감독에게 위로의 화환을 하나 보내면 그 기쁨이 더 크지 않을까.

그룹B로 떨어지는 경우의 수

부산은 성남과 승점이 같고 득실차에서 한 골을 앞서 있지만 다득점에서 네 골이나 뒤져 있다. 이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부산이 포항을 상대로 1-0으로 이겨도 성남이 경남을 2-0으로 꺾으면 그때는 큰일 난다. 또한 부산은 제주에 승점에서 1점 앞서 있지만 득실차는 +5로 같고 다득점에서는 오히려 7골이나 밀린다. 부산이 포항에 무승부를 거두고 제주가 대전을 한 골차 이상으로 이기면 그때도 순위는 뒤집힌다. 승점과 득실차에서는 다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지만 다득점에서는 가장 떨어지는 상황이다. 포항과 비긴 상황에서 성남과 제주 중 어느 한 팀이라도 승리를 따내면 부산은 그룹B로 가야한다. 또한 포항에 패하고 성남이 부산-포항전보다 적은 점수차로 패하거나 제주가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내도 부산 팬들은 그룹A행 좌절의 아쉬움을 윤성효 감독 집 앞에서의 촛불시위로 풀어야 한다.

좋은 징조는?

지더라도 성남과 제주가 삽질을 하면 남의 힘을 빌려 그룹A로 갈 수 있다. 또한 포항이 지난 라운드 울산전에서 0-2로 패하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윤성효 부적의 존재가 든든하다.

불길한 징조는?

아무리 포항이 지난 라운드에서 패했다고 하더라도 포항은 리그 선두다. 스플릿 경쟁 중인 네 팀 중 대진상으로는 가장 불리하다. 올 시즌 안방에서 8승 2무 2패를 기록하고 있는 포항은 최근 부산과의 맞대결에서도 4무 1패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성남 (승점 37점, 득점 35, 실점 31, 득실차 +4) VS 경남

그룹A로 가는 경우의 수

성남은 경남을 상대로 무승부만 거둬도 부산이 포항에 패하면 그룹A로 갈 수 있다. 부산이 포항을 이긴다고 하더라도 성남이 경남전에서 부산보다 골득실 1점만 줄이면 순위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부산이 포항을 1-0으로 잡았을 경우 성남은 경남을 2-0이나 3-1 등 두 골 차로 이기면 부산을 끌어 내릴 수 있다. 또한 경남에 패해도 방법은 있다. 제주가 대전에 비기거나 패하고 부산이 포항에 패할 경우 극적으로 그룹A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부산이 포항에 두 골 차로 패하고 성남이 경남에 한 골 차로 져 골득실이 같아질 경우 다득점에서 앞선 성남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샤다라빠 옆에 있으면 공짜로 맥주와 치킨을 얻어 먹을 수 있다.

그룹B로 떨어지는 경우의 수

수원이 전남과 무승부 이상을 거둔 상황에서 성남이 경남을 5-0으로 이겨도 부산이 포항을 똑같이 5-0으로 이기면 그대로 꼬리칸에 남아야 한다. 성남은 수원에 비해 승점이 3점 뒤져 있고 득실차는 네 골, 다득점에서도 세 골이나 부족하다. 수원의 대패와 성남의 대승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수원보다 높은 순위로 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부산을 끌어 내려야 한다. 아무리 성남이 경남을 상대로 다득점을 거둬도 부산은 현재 성남에 비해 득실차에서 +1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포항전에서 성남과 똑같은 점수차만 유지하고 승리하면 순위는 뒤바뀌지 않는다. 이 경우 샤다라빠 옆에서 공짜로 맥주와 치킨을 얻어먹으려다가 가뜩이나 팀 매각설로 기분 안 좋은 샤다라빠에게 복부를 강타 당할 수도 있다.

좋은 징조는?

성남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5경기에서 3승 2무를 기록했고 이번 상대는 최근 6경기에서 2무 4패에 머물고 있는 경남이다. 부산에 득실에서는 한 골 뒤져 있지만 부담스러운 포항 원정을 떠난 부산에 비하면 상황은 더 낫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기가가 최근 두 경기에서 기가 막히게 잘 했다.

불길한 징조는?

김동섭이 없다. 이건 상당한 타격이다. 최근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 2어시스트)를 비롯해 올 시즌 25경기 11골 3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김동섭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김동섭은 왜 하필 이런 순간에 경고를 받아서 성남 팬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가.

제주 (승점 36점, 득점 38, 실점 33, 득실차 +5) VS 대전

그룹A로 가는 경우의 수

부산과 성남이 나란히 패하길 바라야 한다. 이들보다 승점이 1점 부족한 제주로서는 다득점에서는 부산보다 7점, 성남보다 3점을 앞서 있다. 득실차는 부산과 같고(+5) 성남보다는 오히려 한 골을 앞서 있다. 부산과 성남이 나란히 패할 경우 무승부만 거둬도 승점이 같아지고 득실차에서 앞서 극적으로 꼬리칸에서 앞칸으로 진출할 수 있다. 가장 희박한 가능성이고 남들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이게 현실이 될 경우 제주팬들은 K리그 클래식 역사에서 가장 짜릿한 경우의 수를 경험한 산증인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룹B로 떨어지는 경우의 수

승점에서 4점 앞선 수원은 이미 사정권 밖이다. 또한 부산, 성남과 경쟁해야 하는데 자력으로는 꼬리칸에서 앞칸으로 갈 수가 없다. 서동현이 13골을 넣고 페드로가 28골을 넣어 41-0으로 대전을 제압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부산과 성남 중 어느 한 팀이라도 1-0 승리를 따내면 아무리 대전을 크게 이겨도 말짱 도루묵이다. 골득실과 다득점보다는 승점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양갱을 씹어 먹으며 꼬리칸에 남아 지난 시즌 그룹B에서 왕 노릇을 한 인천을 떠올리며 정신승리를 하는 것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

좋은 징조는?

대전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제주의 이번 상대는 올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대전이다. 일단 승리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대전은 올 시즌 적지에서 딱 한 번 이겼다. 최근 제주는 대전을 상대로 7경기 연속 무패(4승 3무) 중이다.

불길한 징조는?

홍정호는 부상이고 마라냥은 경고누적이다. 또한 부산과 성남 중 어느 한 팀이라도 승리를 따내면 그룹B행이 확정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는 가장 불리한 상황이다.

다가올 9월 1일. K리그 클래식의 판도를 바꿀 운명의 7경기가 일제히 펼쳐진다. 7위와 8위는 불과 한 계단 차이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7위로 그룹A에 진출하면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우승을 놓고 싸울 수 있다. 또한 강팀들과의 연이은 경기로 관중몰이와 언론의 주목까지 얻는다. 하지만 아쉽게 8위에 머문다면 그때부터는 확률적으로는 낮지만 강등권 싸움에 돌입해야 한다. 그 운명을 가를 9월 1일 명승부를 기대한다. 결국 운도 최선을 다한 이에게 돌아가는 법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