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yo! 처음 하는 상상. 랩으로 칼럼을 쓰는 환상. 나는 항상 평범한 일상에서 칼럼 주제를 찾는 궁상. 한국 축구 디스전 역사를 소개하려는 이번 칼럼은 우수상까진 아니어도 노력상. 칼럼은 진지해야 한다는 이상한 세상. 그 안에서 내가 느낀 건 인생무상. 이봐. 지금부터 내 얘길 잘 들어봐. 봐봐. 여기 역대 한국 축구 디스전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

2011년. 블루윙즈 크루와 시티즌 크루의 디스전

경기도 수원에서 힙합의 전설로 통하는 블루윙즈 크루가 지난 2011년 새로운 앨범 ‘빅버드 히스토리’를 발표했다. 동명의 이 앨범 타이틀곡의 가사에서는 K리그 최초로 월드컵경기장 만석을 기록했다는 자부심이 철철 넘쳐 흘렀다. “Hey Listen. 빅버드 만석. 아무리 분석해도 나머지 너희들은 구석. 우리 경기장 좌석에 관중이 가득 착석. 빅버드가 새 지평 열었지. 우린 K리그 응원의 아버지. 이건 K리그 월드컵경기장 최초지. A매치 만석은 있었지만 K리그에서 월드컵경기장 가득 채운 건 처음이지. 이게 바로 우리의 에너지.”

하지만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티즌 크루가 곧바로 SNS에 “Control 음원 다운받았습니다”라는 글을 남긴 뒤 하루 만에 블루윙즈 크루를 디스하는 곡을 발표했다. 가사 내용은 이렇다. “월드컵경기장 최초 만석은 수원 아닌 대전. 이미 예전 2003년 우리가 먼저 였어 오래 전. 그렇게 억지 부려 선전하면 너희에게 돌아오는 건 연고이전.” 하지만 블루윙즈 크루도 이에 대해 또 다시 디스곡을 내놨다. “너희는 붉은옷 입은 애들 무료입장. 그게 너희 입장? 그렇게 채운 경기장. 그건 경기장 아닌 시장. 부모님도 50% 할인. 그것도 다 우리가 확인. 월드컵경기장 최초 만석은 우리가 주인.”

* 2011년 K리그에서 있었던 논쟁이었다. 당시 수원은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44,537명의 관중이 운집해 수용인원 43,959석을 넘겼고 K리그 최초 월드컵경기장 완전 매진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미 8년 전 대전이 최초로 K리그 월드컵경기장 만석을 달성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대전은 2003년 울산과의 홈 경기에서 40,535석이 정원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 43,077명이 모여들었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원 측은 “당시 대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1주년을 기념해 붉은색 옷을 입은 어린이들은 무료 입장시켰고 부모님들도 50% 할인이었다. 그래서 대전이 만석은 기록했지만 매진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K리그 최초 월드컵경기장 만석은 매진을 기록한 우리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2006년. MC학범과 KFA크루의 디스전

2006년 KFA크루의 외국인 래퍼인 MC베어벡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KFA크루로 이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랩 배틀 대회에 나갈 MC들이 모두 모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랩은 속사포였다. “예외는 없어. 미디어의 비판도 상관 없어. 내게 가장 중요한 건 강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것이 나의 마지막 방어. 함께 이란으로 떠나길 거부하는 이들이란. 그저 한국 축구의 분란.” 그 어떤 이들도 예외 없이 집합시켜 격전지로 떠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모든 이들이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KFA크루의 선전포고에 눈치만 보고 있을 때 한 MC가 용기 있게 등장했다.

바로 천마크루의 MC학범이었다. 평소 쓴소리를 잘 던지기로 유명한 MC학범의 래핑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프로가 대표팀의 들러리인가. 국가의 허가, 그 대가는 뭔가. 우리의 한해 농사를 망칠 셈인가. 이란전은 이겨도 그만. 그래도 배려가 없는 건 KFA의 오만. 이제 그런 기만은 그만. 징계 받아도 나는 자신만만.” 여기에 전설적인 래퍼인 MC차붐까지도 디스전에 힘을 보탰다. MC차붐은 같은 날 공개한 ‘CHABOOM Control’이라는 곡을 통해 “이것이 한국 축구의 발전? 무엇이 한국 축구의 비전? 베어벡에게 필요한 건 오직 집구석의 텔레비전”이라고 MC베어벡을 디스했다.

* 2006년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을 앞두고 설전이 펼쳐졌다. 성남과 수원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대표팀 베어백 감독이 김두현과 장학영, 김용대, 조원희 등 양팀 선수들을 대거 차출했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경기 뒤 곧바로 다음날 귀국해 이틀을 쉬고 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이에 대해 김학범 감독과 차범근 감독은 “월드컵 예선도 아니고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 평가전 때문에 선수들을 빼가는 건 말도 안 된다. 한해 농사를 망칠 셈이냐”라고 입을 모았지만 결국 협회와 베어백 감독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이후 베어백 감독은 줄곧 K리그 구단과 대표팀 선수 차출을 놓고 갈등을 빚게 됐다.

2007년. MC천수와 MC귀네슈의 디스전

2007년 서울 크루의 MC귀네슈가 당돌한 메시지를 담은 앨범을 공개했다. 그는 이 앨범에서 공격적인 가사로 주목받았다. “다른 팀은 만족해 우리와 비겨도. 대한민국의 수도.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우승으로 가는 지도. 우리는 부산까지 두 시간 만에 도착하는 고속철도. 사람들은 우리가 더 잘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지. 이건 마치 최신형 컴퓨터와 고화질 모니터. 우리는 늘 K리그의 센터.”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서울 크루 MC귀네슈의 랩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 최고의 디스 전문 MC에게는 MC귀네슈도 당하고 말았다. 바로 MC천수가 등장한 것이다.

한 동안 디스전에 참전하지 않고 사랑 노래만 쏟아내던 MC천수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MC천수는 자신의 3.5집 앨범 ‘밀레니엄 익스프레스’를 통해 MC귀네슈를 정면으로 디스했다. 8번 트랙 ‘터키에서 온 남자’에서 MC귀네슈의 랩에 대해 시원한 디스를 쏟아냈다. “언제부터 너희가 강팀? 그 말 들은 내 머리에 받는 건 스팀. 바뀐 감독. 그냥 내 이야기나 정독. 우리 우승컵 들 때 너흰 고독, 잘난 척하다 큰 코 다치지. 너희 MIC엔 에코만 울리지. 이윽고 우리가 이기지. 그런 디스 한 개 한 게 너의 한계지.” 당시 이 디스전은 케이블 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될 정도로 큰 이슈를 끌었다.

* 2007년 서울과 울산의 K리그 경기가 끝난 뒤 이천수가 스포츠 채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귀네슈 감독에 대해 강한 발언을 했다. 아나운서가 “귀네슈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다른 팀들은 서울과 맞붙어 비기기만 해도 좋아한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가감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이천수는 “선수로서 그런 말을 들으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 서울이 언제부터 강팀이었느냐. 감독 하나 바뀌었다고 자신만만한데 그러다가 큰 코 다칠 것”이라고 귀네슈 감독과 서울에 대한 감정을 전했다. 이후 이천수와 귀네슈 감독은 이후 별다른 설전 없이 이 일을 마무리했다.

2006년. K리그 크루와 엑스포츠 크루의 디스전

엑스포츠 크루가 K리그 크루를 향한 디스곡을 발표하며 폭로전이 시작됐다. 한 케이블 채널에 출연 중인 엑스포츠 크루는 ‘Breakdown’이라는 곡을 통해 K리그 크루를 비난했다. 가사 내용은 이랬다. “우리가 너희들 요청을 수용했네. 우린 나그네. 그쪽 동네 자네 우리 덕에 텔레비전으로 편하게 보네. 그런데 좁히지 못한 세부내용. 너희 관용 없는 직권의 남용. 그래서 우린 결국 중계를 포기했네용.” 이 프로그램 중계권 협상이 막판에 이견 충돌로 물거품이 된 걸 빗대 디스한 것이었다. 하지만 K리그 크루에서는 즉각 반박했다.

“중계권도 없는 너희들. 기름 없는 차의 핸들. 원하는 건 방송 협찬금? 그런 돈 입금 안 해 지금. 미디어의 횡포에 맞선 우리는 너희에게 발포. 폭포처럼 쏟아지는 내 랩은 지금 무척 빠른 템포.” 그러자 엑스포츠 크루에서는 또 다시 ‘Breakdown2’를 공개했다. “너희가 먼저 내민 손. 그래놓고 왼손이 하는 일도 몰랐던 오른손. 이제 와서 엉뚱하게 생뚱맞게 말을 바꿨지. 갸우뚱하게.” K리그 크루가 먼저 제의를 해온 뒤 말을 바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K리그 크루의 마지막 디스곡이 이어졌다. 가사는 이런 내용이었다. “지원금은 없어. 지금 너희에겐 지금 지원군도 없어.”

* 2006년 K리그 후기리그 개막전 방송 중계 무산을 두고 프로축구연맹과 케이블 방송 엑스포츠가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 사건이다. 엑스포츠는 중계 무산과 관련해 “먼저 연맹이 중계방송을 요청했지만 막판 세부내용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했고 연맹은 “중계권도 없는 엑스포츠가 ‘중계를 할 테니 1억 5천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방송사가 K리그 위기론을 앞세워 실리를 챙기려는 얄팍한 속셈이다. 방송 중계에 대한 지원금은 절대 없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결국 연맹과 엑스포츠는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진실싸움을 펼쳐야 했다.

2012년. 블루윙즈 크루와 서울 크루의 디스전

대한민국 양대 힙합씬인 블루윙즈 크루와 서울 크루의 여러 차례 디스전 중 가장 치열했던 디스전은 2012년 열렸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건 서울 크루였다. 블루윙즈 크루 MC과키주가 차고 있는 ‘북벌’ 완장을 보고 선제공격을 한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드디어 반응하는 미디어. 하지만 폄하하는 게 라이벌? 그렇다면 너희에게 돌아가는 건 지난 패배의 리바이벌. 바람직하지 않은 자극에 결국 심장에 꽂히는 비극. 이런 촌극은 치사한 인질극.” 블루윙즈 크루에서도 즉각 맞디스를 펼쳤다. 절대 지지 않는다는 의지였다. “북벌? 이건 그저 K리그 평정의 심벌. 결국 너희들을 실력으로 엄벌. 승부욕 고취를 위한 수단일 뿐. 너희는 우리의 그저 가뿐한 상대. 우리에겐 상대가 안돼.”

블루윙즈 크루의 공격도 있었다. 블루윙즈 크루 MC라돈은 현란한 한국어 랩을 선보였다. “나는 라돈. 지금은 빡돈. 그저 너희들은 승점자판기. 우리에게는 감기 걸린 아기. 내가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 너희들은 공황기.” 그러자 서울 크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들은 디스곡은 물론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대응했다. “너흰 반칙왕.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 최다 반칙. 그게 너희의 원칙? 그런 칙칙한 플레이는 깨야 하는 게 정의의 원칙. 우리 하피디가 한 마디로 코미디를 끝내주지.” 하지만 블루윙즈 크루의 MC스테보는 자신을 반칙왕으로 지목한 서울 크루에 또 다시 일격을 가했다. “나는 반칙왕 아닌 빅매치의 킹. 누가 뭐래도 너희보다 높은 랭킹. 너흰 그저 나이트에서 부킹.”

* K리그 최고의 라이벌인 서울과 수원은 2012년 특히 더 으르렁거렸다. 4월에는 수원의 ‘북벌’ 완장을 두고 양 팀 감독과 구단이 발끈하기도 했고 서로 보도자료를 내며 그 감정을 그대로 언론을 통해 전달했다. 수원의 ‘승점자판기’ 영상 또한 서울로서는 불쾌했다. 수원은 음료수 자판기에 빗대 서울을 승점 3점 자판기라고 묘사했다. 또한 6월 맞대결을 앞두고는 서울이 ‘반칙왕 수원’ 동영상을 제작해 수원의 심기를 건드렸다. 서울은 하대성의 주장 완장에 ‘SEOUL PD(Police Department)’라고 적고 반칙왕 수원을 경기장 안에서 잡겠다는 각오를 새기기도 했다.

2009년. KFA크루와 아오지 패밀리의 디스전

2009년 KFA크루와의 배틀에서 패한 아오지 패밀리는 곧바로 자신들의 홈페이지 ‘A-ozi.com’을 통해 디스전을 시작했다. 디스곡 ‘South Aminai’의 가사 내용은 KFA크루가 아오지 패밀리와 정당하지 못한 경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에미나이. 사나이라고 부르기에도 치사한 에미나이. 너희들이 준 음식. 우리에겐 휴식 아닌 장례식. 숨통을 조여 오는 질식. 치사한 에미나이. 우리가 원한 건 프렌치 프라이. 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그저 파울 플라이.”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이 배틀을 인정할 수 없으니 다시 한 번 붙자는 억지를 썼다. “원인 모를 사고. 그러니 다시 붙자고. 우리는 복통을 참고. 너희는 입을 닫고. 제3국으로 GO! GO! GO!”

하지만 KFA크루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트루 스토리’라는 곡을 통해 아오지 패밀리의 주장을 반박했다. “너희 식사. 너희가 한참 전에 이미 사전답사. 또 어쩌지 먹기 전에 너희가 검사. 책임을 우리에게 묻는다면 우린 반사. 원한다면 너희 혈액검사. 불러와 간호사. 억지 부리지 말고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고마웠다는 인사. 그런 억지에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 멋진 신사. 그나저나 승점 3점 감사.” KFA크루의 단호가 디스곡에 결국 아오지 패밀리는 더 이상 맞디스를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닫았다. KFA크루의 혈액검사 제안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2009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측은 공식 인터뷰에서 “경기 전 스트라이커 정대세와 골키퍼 리명국, 김명길이 복통 구토 증세를 보였다. 남측이 제공한 숙소에서 원인 모를 ‘사고’가 발생했으니 추후 제3국에서 경기를 진행하자”고 우겼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곧장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북한 선수단의 경우 식사 전 북측 의사가 직접 음식을 검수했고 북한이 머물고 있는 호텔의 경우 조총련에서 사전답사까지 했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는 북한 선수들을 직접 검진한 의학 전문의의 소견까지 곁들여 큰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북한 측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한참 남은 크리스마스. 롤스로이스도 아닌데 아직도 많이 남은 내 차 리스. 연인들은 거리에서 키스. 하지만 나는 그저 오늘도 꿈만 꾸네 로맨스. 우리 엄만 나보고 “넌 우리 집의 에이스.” 그런데 내 인생은 아직도 넌센스. 그래도 요즘 뉴스에 나오는 래퍼들의 디스에 날려버린 스트레스. 한국 축구도 이 정도 즐거움은 줘야 그게 바로 센스. 나는 꿈꾸네 한국 축구의 해피 바이러스. 더 흥미로운 디스가 한국 축구에 나와 우릴 즐겁게하면 나는 만족하게쓰. 한국 축구 넌 너무 멋져 남자가 봐도 반하겠어. 정말 정말 재미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그게 바로 perfect.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