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K리그 올스타전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캐논슈터 선발 대회에서 김병지가 필드 플레이어를 제치고 1위를 했을 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시즌 중 서로 으르렁거리던 각 팀 서포터스가 어깨동무를 하며 같은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어달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각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들이 바통을 주고받으면서 경기장을 돌고 코치진은 물론 팀닥터 역시 무거운 진료 가방을 들고 이어달리기를 하는 이 하프타임 이벤트는 올스타전에서 가장 기대되는 승부였다. 부산 소속이던 마니치는 이어달리기에 집중한 나머지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해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있기도 했을 정도로 이 이벤트는 치열했다. K리그 올스타전은 축제였다.

이후 K리그 올스타와 J리그 올스타가 맞붙는 조모컵이 K리그 올스타전을 대체했고 바르셀로나를 초청해 K리그 올스타가 들러리로 전락한 적도 있다. 승부조작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올스타전 대신 사회 공헌 활동을 하기도 했고 지난 해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으로 2002년 올스타와 2012년 K리그 올스타의 경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웃고 떠들며 즐기던 올스타전은 제대로 열린 지 한참 됐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일(21일) 열리는 K리그 올스타전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추억 속에 즐거운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던 바로 그때 그 올스타전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 역시 부족한 점이 참 많아 보인다.

2부리그 도입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올스타전은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올스타간의 맞대결로 펼쳐진다. 사상 유례 없는 이벤트다. 팬투표를 통해 양 팀 베스트11을 선발했고 이후 나머지 엔트리는 연맹 후보선정위원회가 정했다. 물론 K리그 챌린지 올스타는 인기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팬투표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상주상무와 경찰축구단의 베스트11을 독식으로 끝났다. 나머지 K리그 챌린지 구단에서는 단 한 명도 베스트11을 배출하지 못했다. 기형적인 K리그 챌린지 특성상 팬투표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8개 팀 중 단 두 팀에서 이렇게 일방적인 올스타가 배출되는데 이걸 굳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올스타로 나눌 필요는 없었다. 연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한다.

더군다나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는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리그, 내셔널리그 같은 동등한 개념이 아니라 상·하위리그 개념이다. 아무리 올스타전에서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하위리그가 올스타전에서 승부를 겨루는 건 상위리그가 이겨야 본전인 경기다. 상·하위리그 선수들을 적절히 섞어 두 개의 올스타팀을 만드는 게 더 현명한 일이 아니었을까. 리그와 상관없이 과거처럼 중부 올스타와 남부 올스타로 구분 지었으면 상주와 경찰축구단이 한 팀을 독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두 팀 중 어느 팀이 승리를 거둬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공평한 경기가 됐을 것이다. 또한 평일에 서울에서 올스타전을 치르는 건 지방 팬들에게도 무척이나 부담이 되는 일정이다. 더군다나 올스타전 이틀 뒤에는 리그가 재개된다. A매치 등 빡빡한 일정이 있었지만 평일 올스타전은 티켓 판매에도 큰 타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연맹은 평일에 열리는 올스타전 흥행 부진을 걱정해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바로 해외파를 긴급 수혈한 것이다. 이청용(볼턴)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기성용(스완지시티),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 등이 이번 올스타전에 나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K리그 출신으로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이 선수들이 잊지 않고 고향과도 같은 곳을 방문해주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바쁜 일정을 쪼개 이렇게 K리그 올스타전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는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내 마땅하다. 하지만 연맹은 이 선수들을 이번 올스타전 경기에 직접 투입시키기로 했다. 그것도 K리그 클래식 올스타가 아니라 그들과는 별로 연관이 없는 K리그 챌린지 올스타로 말이다. 올 시즌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무대에서 주객전도도 이런 주객전도가 없다.

K리그 챌린지 올스타는 아예 해외파를 배려해 다섯 명이나 덜 뽑았다. 가뜩이나 상주와 경찰축구단 선수를 제외하면 소외받는 나머지 6개 팀 선수들은 이번 축제에서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연맹 후보선정위원회를 통해 부천에서 임창균과 김덕수 등 두 명, 충주에서 손국희, 광주에서 임하람, 안양에서 이상우, 수원에서 유수현, 고양에서 알렉스 등 각각 한 명씩을 배출한 게 전부다. 해외파 스타가 경기에 나서게 돼 그들을 보러 오는 관중이 더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올 시즌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위한 무대가 되어야 한다. 이번 경기는 이청용이 공을 잡으면 연일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구자철과 기성용의 결혼이 이슈가 될 게 뻔하다. 오히려 주목되어야 할 K리그 챌린지 선수들은 그저 이들을 위한 도우미 역할이 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올스타전에서 리오넬 메시가 했던 역할을 해외파가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연맹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연맹은 이번 올스타전을 앞두고 훈련 장면을 팬들에게 공개하고 경기장에서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K리그 팬들을 위한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올스타전이 아니어도 해외파 선수들이 뛰는 모습은 대표팀 경기를 통해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종찬과 김한원(이상 수원 FC), 허건과 노대호(이상 부천), 조성준과 최진수, 박성진(이상 안양) 등은 아예 이날 초대받지 못했다. 이렇게 두 리그 올스타를 나눈 이상 K리그 챌린지에 대한 홍보 효과를 기대해야 하지만 아마도 이런 홍보 효과는 극히 적을 것 같다. 그저 해외파를 위한 경기가 될 게 뻔하다.

내일 열리는 올스타전에 박지성(퀸즈파크 레인저스)도 참석한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팬들 앞에서 인사할 예정이다. 다른 해외파 역시 이 정도의 팬서비스라면 딱 좋았을 것이다. 하프타임을 이용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K리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면 그 걸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한 쪽이 당연히 이겨야하는 매치업을 구상하고 여기에 평일 경기로 흥행에 걱정이 생기고 이걸 해외파 스타 수혈로 메우는 건 K리그에서 뛰는 이들과 K리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다 같이 즐겨야 할 올스타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명심하자. 우리는 지금 해외파를 불러 자선축구경기를 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올 시즌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들을 모두 소집해 ‘K리그 올스타전’을 치르는 것이다. 적어도 이 경기에서만큼은 기성용과 구자철보다 임창균과 유수현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