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 경기를 10년 동안 기다려 본 적이 있나. 아마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이 경기가 바로 내일(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2004년 안양LG가 연고지를 떠난 뒤 팬들의 힘으로 직접 창단한 K리그 챌린지의 안양시민축구단이 K리그 클래식의 수원블루윙즈와 2013 하나은행 FA CUP 32강전에서 무려 10년 만의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자칫하면 역사에만 남아 있을 뻔했던 바로 그 전설의 ‘지지대 더비’, ‘오리지널 클라시코’가 현실이 되는 가슴 벅찬 순간이다. 오늘은 FC안양의 구단주로 이 경기를 무려 10년 동안 기다려왔던 최대호 안양시장을 만나 출사표를 들어 보자. 최대호 시장은 무척이나 바쁜 와중에도 ‘지지대 더비’를 앞두고 열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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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청의 시장실에서 직접 만난 최대호 시장은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활기차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갑다. 일단 위로의 말부터 전해야 할 것 같다. 안양이 K리그 챌린지에서 비록 7위 고양Hi FC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지만 현재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아쉬운 성적인 건 맞지만 혹독하게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고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 프로 세계에서는 자기 몸 관리가 중요한데 우리의 어린 선수들이 이렇게 배워나가는 중이다. 첫 시즌 초반에 이렇게 예방주사를 맞는 게 훨씬 약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 1승하기도 어렵고 한 골 넣기도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매번 이기지도 못하는 걸 보면서도 또 끊을 수 없는 게 바로 축구다. 평소에도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들었다.

공 하나 가지고 스물두 명이 노는데 이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일인가. 돈도 안 들어가는데 운동 효과는 대단하다. 2006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 팬카페 후원회장을 하면서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부터 중국 상해, 일본 등 여러 곳으로 직접 응원단을 꾸려 응원을 가기도 했었다. 순수하게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직접 축구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저께는 경기에 나섰다가 종아리 근육을 다쳤다. 전반 뛰고 못 뛸 상황이었는데 후반까지 나섰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주로 공격수나 오른쪽 날개를 맡는데 골보다는 어시스트에 희열을 느낀다. 요즘에는 늦게 퇴근해도 경기를 다 챙겨본다. 브라질리그 중계도 보는데 무척 흥미롭더라.

시장이라고 공격수를 시켜준 건 아닌가.

나는 실력 때문에 공격수를 했지 내 직함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알겠다. LG가 안양을 떠난 지 10년이 됐다. 그 시절에도 안양LG 축구를 지켜봤나.

물론이다.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응원도 열심히 했다. 당시에는 나도 시장이 아니라 한 명의 안양 시민으로서 안양LG을 응원했다. 특히 우리 안양이 수원하고 가장 응원을 잘하는 팀으로 유명했는데 응원전 보는 재미도 대단했다. 아주 신바람 나던 때였다. 이번에 10년 만에 다시 ‘지지대 더비’를 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그 동안 창단을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지지대 더비’ 이야기는 천천히 하고 창단 과정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눠보자. 여러 차례 시의회에서 반대를 해 창단이 무산됐었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창단을 추진한 이유가 뭔가. 대단한 노력이었다.

어려움이 정말 많았다. 행정가라면 옳은 것, 가치 있는 것은 어떠한 고난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 여기에서 타협하는 건 올바른 행정이 아니다. 우리 안양시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사업이었다. 역사가 나중에 평가해 줄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열심히 추진했는데 창단 기념사를 할 때는 눈물이 쏟아지는 걸 참느라 혼났다.

가장 힘들었던 건 뭔가.

시의회와의 관계였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해도 시의회에서 거부하면 추진을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시의원들 대부분이 안양시민축구단 창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게 당론으로 들어가니 또 달라지더라. 당의 입장에 따라 반대 의견이 많이 나와서 과반수 찬성표를 얻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당위성에 대해서 많이 설득했고 최소 비용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몇 번이나 전달했다. 덕분에(?) 지금 아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돈 때문인가.

그렇다. 창단 첫해인 올해에는 시에서 15억 원을 지원받기로 했었는데 그것도 1억 원이 줄어 14억 원을 받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10억 원, 창단 4년차와 5년차 때는 5억 원을 지원받기로 돼 있다. 그 이후부터는 자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보통 K리그 챌린지 구단이 1년에 40~50억 원을 쓰는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척 많다. 지난해 10월 10일 시의회에서 창단 지원안이 통과되는 순간만 즐거웠고 그 다음부터는 머리가 더 아프다. 지금도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힘내라.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수익 모델을 만들 생각인가.

시민이 주인이 되는 구단이 되어야 한다. 올 시즌 시즌권 구입 운동을 전개해 1만 4천장의 시즌권을 팔아 이걸로만 11억 원 정도의 수입을 얻었다. 앞으로는 한 명의 시민이 한 구좌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더 나아가 한 가정이 한 개의 시즌권을 구입하는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 시민구단은 시민이 주인이 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다.

시·도민구단을 보면 시장이나 도지사인 구단주가 선수 영입이나 프런트 영입 과정에서 입김을 넣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안양은 전혀 그런 게 없다고 들었다.

사실 나도 주변에서 부탁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괜찮은 선수나 괜찮은 경영인이 있으니 한 번 써보라고 권유하신다. 하지만 구단주인 시장이 이런 걸 하나둘씩 챙기다보면 그때부터는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나는 구단 운영에 간섭하지 않고 지원만 해야 한다. 특히나 이제 막 새로 출발한 팀인데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우면 안 되지 않는가. “내가 한 마디도 하지 않을 테니 감독이 소신껏 선수를 선발하라”고 했다. 나는 우리 팀 이우형 감독을 믿는다. 또한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도 전혀 내 개입 없이 엄정하게 능력 위주로 선발하라고 지시했다. 시·도민구단이라고 구단주가 자꾸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나를 등에 업고 엉뚱한 사람들이 다 해 먹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나는 구단 운영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그래도 주변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그럴 때면 “미안하다. 이건 시민구단이지 내 구단이 아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시장이 이런 거 하나 못 들어주느냐”고 하면서 유무형의 수많은 압력이 있지만 그럴 때면 이렇게 말한다. “구단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저한테도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하세요.” 난감하고 쉽지 않은 거절이지만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과거 라이벌이었던 수원블루윙즈 단장 출신을 FC안양 단장으로 선임했다. 굉장히 눈에 띄는 영입이었다. 그 분은 과거 두 팀의 ‘서정원 영입 분쟁’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다.

단장 선임 문제로 많이 고민했다. 축구 전문 경영인을 찾고 있었는데 오근영 단장에 대한 평이 참 좋더라. 워낙 능력이 있는 분이라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우리가 영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런데 몇 번 만난 뒤 오근영 단장이 “이렇게 열정이 있는 구단에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삼성에서 받던 만큼 많은 돈을 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했는데 본인이 그걸 다 감수했다. 능력 있는 단장을 모실 수 있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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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 창단식에서 최대호 안양시장 겸 FC안양 구단주가 창단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FC안양)

아마 오근영 단장 역시 이번 수원과의 맞대결이 굉장히 새로울 것 같다. 그런데 직접 구단주가 원정경기 응원도 나선다고 하던데 참 대단한 열정인 것 같다.

시즌 개막 전 대구에서 연습경기를 할 때도 응원을 위해 내려 갔었고 얼마 전 충주험멜 원정경기도 다녀왔다. 며칠 전 어린이날 열린 상주 원정 빼고는 올 시즌 경기를 다 현장에서 응원했다. 그날은 시에서 주관하는 어린이날 행사가 여기저기 너무 많아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가 없었다. 옆에서는 “시장님. 그렇게 다 경기마다 따라다니실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하는데 시장이 관심을 갖고 응원하는 걸 선수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성적은 아직 원하는 만큼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거 원정응원 갔다 돌아올 때 참 힘 빠지는 일이다.

이기고 지는 걸 떠나 일단은 함께 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우리 선수 중에는 내셔널리그 출신과 대학 무대에서 갓 들어온 선수들이 많은데 이 친구들은 지금 이 무대가 무척 생소하다. 상무나 경찰축구단의 국가대표 선수들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러본 적이 없다. 이런 선수들하고 뛰어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긴장되는 일이다. 나는 오히려 지금 예방주사는 정말 세게 맞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팬들도 “우리는 경기 결과를 떠나 안양에 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 나처럼 나이 먹은 사람이 젊은 친구들한테 또 하나 배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달 치러진 FC안양과 부천FC1995의 K리그 챌린지 경기도 비슷한 역사를 가진 팀들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안양은 부천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물론 그 경기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평소 마인드와 정책이 반듯해 내가 좋아하는 김만수 부천시장과 나란히 앉아서 경기를 보는데 부천이 골을 넣을 때마다 김만수 시장이 환호성을 지르더라. 그래놓고는 “어이구, 시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라고 하면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그럴 때면 “김 시장. 괜찮아. 오늘 이 경기 자체로도 너무 의미 있고 즐겁잖아”라고 했다. 나 의식하지 말고 열심히 응원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두 팀이 이렇게 맞대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좋은 경기 아닌가.

그런데 안양이 두 골을 실점한 뒤에는 김만수 시장 옆에서 안양 응원석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부러 피한 건가.

그런 건 아니다. 우리 팬들은 팀이 없는 상황에서도 10년 동안 해체되지 않고 유지됐다. 얼마나 눈물나게 고마운 일인가. 창단을 준비할 때도 우리 팬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본부석에 앉아 경기를 보다가 나도 뭔가 안양을 위해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고 기를 전달하고 싶어 응원석으로 가 같이 응원을 했다. 김만수 시장을 일부러 피한 건 아닌데 사실 좀 분한 마음이 있어 응원을 열심히 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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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부천시장이 부천이 골을 기록하자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고개 숙여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김만수 부천시장 트위터)

올 시즌 한 경기를 빼고 경기를 다 지켜봤으면 누구보다 FC안양의 전문가가 돼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도 있나.

가솔현이 FA컵 청주직지FC와의 경기에서 실수를 실점을 허용하고 약간 의기소침해 있다.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인데 어서 그런 부담감을 털어냈으면 좋겠다. 또한 최전방을 소화할 수 있는 이완희한테도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부상으로 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대구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김영남이 부상을 당한 뒤 얼음찜질을 하다가 분한 마음에 자기 유니폼을 확 던지는 모습을 보고 이 친구의 근성이 마음에 들었다. 이 친구도 눈여겨 보고 있다.

‘안양의 아들’ 이영표를 영입하는 건 어떨까. 경기력은 물론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만나서 밥을 먹으며 여러 자문을 구하고 있다. 이번에도 시즌권 2백만 원어치를 사서 사회복지 기관에 전달하는 등 참 고마운 친구다. 사실 영입을 하고 싶어 내가 공을 좀 들이고 있다. 고향인 안양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일 아닌가. 그런데 프로는 돈에 따라 움직이는데 우리가 그런 대우를 해줄 만큼 넉넉하지 않아 직접적으로 제의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간접적으로 주변에서부터 압박하고 있다.

이영표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구단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 또한 명문구단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용구장이 클럽하우스가 필수적인데 여기에 대한 계획은 있나.

사실 2010년에 용역을 줘 고민해 본 적은 있다. 그런데 당시 안양시와 의왕시, 군포시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안양시에는 전용구장을 세울 땅이 부족하고 체육 인프라를 의왕시나 군포시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보류하고 있었다. 성적을 내고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면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선수들의 숙소가 굉장히 열악해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건립을 놓고 두세 군데를 놓고 검토 중인데 일단 내년 선거가 끝나야 그 이후에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

민감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또 반드시 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뭔가. 뭐든지 속 시원하게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즌권 강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논란을 완전히 부인할 생각은 없다. 우리는 시민구단이고 이제 막 시작했다. 시민이 주인이 돼야 한다. 내가 여러 곳에서 구단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다니는데 그럴 때마다 ‘머슴론’을 이야기한다. 머슴은 한 번 고용된다고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은 주인이 나타나면 떠난다. 주인이 고기도 사주고 잘 챙겨줘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구단의 주인인 시민들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그래서 “시민들이 이 구단의 주인 노릇을 합시다. 말로만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사랑을 표현해 줍시다”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는데 이걸 무언의 압박과 강매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나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시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22경기를 볼 수 있는 시즌권이 10만 원이면 한 경기에 5천원 꼴이다. 나도 강매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을 하지만 첫 해에 구단주가 열정을 갖지 않으면 시민구단이 잘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앞장 섰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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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과 수원이 맞대결이 10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바로 내일이다. (사진=FC안양)

창단식에서는 “9년 전 우리에게 아픔을 주고 안양을 떠난 LG 치타스를 생각한다. FC 서울을 홈으로 불러 통쾌하게 승리하는 그날 안양종합운동장에 울려 퍼질 승리의 함성을 62만 명 안양 시민들과 함께 듣고 보고 싶다”는 인상적인 창단사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의지는 계속되는 건가.

물론이다. 안양 축구는 스토리가 있다. 안양중학교와 안양공고는 전국대회에서 30차례나 넘게 우승을 한 팀이다. 안양이 한국 축구 역사를 써왔다는 걸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안양LG는 안양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시민들과 어떤 합의도 없이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훌쩍 떠났다. 상실감이 대단했다. 10년 가까이 팀이 없으면서도 해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창단을 위해 나선 팬들은 우리의 자랑이다. 이런 스토리가 있는 우리가 정통성과 역사에서 당연히 FC서울보다는 훨씬 더 비교우위에 있다. 안양이 진짜 축구다.

언젠간 FC서울과도 만날 날이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당장 내일로 다가온 수원과의 ‘지지대 더비’ 부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단주로서 이 경기를 어떻게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안양LG 시절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지지대 더비’를 보며 응원했던 시민으로서도 감회가 남다른 경기다. 그 시절 전적이 10승 1무 10패였다. 정말 팽팽했다. 객관적인 현재 전력에서는 우리가 뒤지지만 공은 둥글다. 역사적인 이 경기에 모든 걸 쏟기 위해 우리는 K리그 챌린지 지난 라운드에서도 전력을 조절했다. 총력전을 펼칠 생각이다. 10년 만에 잃어버린 역사를 창조하며 이렇게 다시 ‘지지대 더비’를 치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기쁨이지만 승리까지 따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승패를 떠나 10년 만에 찾아온 ‘지지대 더비’를 안양시민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