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열풍이다. 덴마크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등 이름도 생소한 다이어트 비법이 세상에 널렸다. 남자 아이돌 그룹은 너나 할 것 없이 꿀복근을 자랑한다. 건강한 몸도 좋지만 무리한 식이요법으로 몸을 망치는 경우도 많다. 겉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이런 무리한 다이어트는 속으로 골병이 든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건 누구나 아는 것처럼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다. 축구 칼럼니스트로서 축구가 얼마나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인지 직접 증명하기 위해 내가 나섰다. ‘김현회의 무한도전’ 이번에는 축구로 다이어트하고 몸짱되기다. <편집자 주>

<어제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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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지만 다시 일어섰다. 수영장에 가보니 다들 몸 좋은 남자들 뿐이었다. 나만 빼고.

다시 시작한 나의 ‘무한도전’

일과 운동을 병행한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사실 현역 축구선수들이라고 하루 종일 축구만 하는 건 아니다. 시즌 도중에는 하루에 두 시간 이내의 가벼운 훈련을 한다. 물론 그 선수들의 운동 강도와 나의 운동 강도가 같을 수는 없지만 시간상으로는 선수들 이상으로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일까지 해야 하는 건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어차피 내가 이런 도전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냥 접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도중 스트레스를 풀려고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수영장에 가니 몸이 좋은 남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저 사람들이 다 운동선수는 아닐 것이다.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영장에서 나와 축구공을 챙겨 들고 진민호를 만나러 갔다.

넉 달 동안 함께 축구를 하면서 초등학생들과 친해졌다.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이제는 삼촌 대하듯 나를 잘 따른다. 잠시 진민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를 가장 잘 따르는 한 꼬마와 앉아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나보다 20살이나 어린 꼬마와 같이 축구를 하고 땀에 흠뻑 젖어 앉아 있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다. 내가 물었다. “너는 축구가 좋아?” 그 꼬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선수 하고 싶어?” 다시 물으니 무척 큰 목소리로 꼬마가 답했다. “네. 축구선수 하고 싶어요. 저는 축구가 너무 좋아요.” 그러더니 나에게 고민을 털어 놓았다. “지금은 진민호 선생님한테 개인 레슨을 받고 있지만 저도 축구부에 들어가서 대회에 나가고 싶거든요. 그런데 우리 학교에는 축구부가 없어요. 축구선수가 너무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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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호의 제자와 삼각 패스 연습을 하는 모습. 그래도 패스 연습이 가장 재미있고 할 만했다.

나에게 초심을 일깨워준 꼬마 아이

처음이었다. 나이를 먹고 축구 칼럼을 쓰면서 “누가 축구를 잘하네”, “누가 연봉 도둑이네”, “승부조작한 선수들이 어쨌네”하는 이야기를 할 기회는 많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축구를 하고 싶어 고민하는 꼬마와 이야기를 나눠본 건 처음이었다. 축구 그 자체에 대해 진심 어린 눈으로 고민하는 이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동안 너무 없었다. 그저 나는 지금껏 본질이 아니라 하찮은 걸로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간절한 축구를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걸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아. 조광래 감독님 알지? 그 분은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축구를 했어. 너는 아직도 기회가 많아. 대신 더 커도 그 열정만 잃지 않으면 돼.” 약속했다. 이 꼬마가 축구선수가 되면 내가 꼭 인터뷰하기로.

“아저씨가 너 축구선수 되면 에이전트 해줄게.” 그러자 그 꼬마가 물었다. “에이전트가 뭐에요?” “응. 선수가 원하는 팀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야. 너는 어느 팀에 가고 싶은데?” 내가 답하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꼬마가 말했다. “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말하기 창피하거든요.” “뭐 어때? 바르셀로나?” 내가 되물으니 꼬마가 자기 속마음을 들킨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저씨가 나중에 바르셀로나 보내줄게.” 그러면서 장난기가 발동했다. “일단 유럽 가기 전에 잠깐 J리그에서 활동하면서 유럽 진출 기회를 노려보자.” 나는 장난으로 한 말인데 이 꼬마의 눈이 빛났다. “진짜 저 바르셀로나 보내주는 거예요?” “그래. 우리 다음 주에 운동할 때 계약서 쓰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 일을 넘겼지만 그 다음 주 이 꼬마를 만나고는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삐뚤빼뚤 에이전트 계약서를 써 온 것이었다. “아빠가 도와주셨어요.” 축구를 좋아하는 꼬맹이 아들을 둔 아버지가 아들의 꿈을 위해 철없는 나의 장난을 이렇게 받아주신 것이었다. 나는 이 꼬마와 에이전트 계약서에 서로 사인을 했다. 그리고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런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멋지고 아름다운 축구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해야겠구나.’ 이 꼬마에게 말했다. “앞으로 축구해서 바르셀로나 가려면 지금처럼 축구 열심히 해야 돼. 알았지?” 꼬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넉 달 동안 살을 빼기 위해 축구를 하면서 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얻은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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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이 상륙한 날 남들은 창문에 신문지를 붙였지만 나는 발에 공을 붙이고 있었다.

태풍이 와도 쉴 수 없는 축구

마지막 한 달은 더 열심히 운동했다. 점점 ‘김현회의 무한도전’ 종료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살도 빠지고 몸도 좀 좋아진 것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똑같아 보였다. “매일 보니까 그런 거야.” 친구들이 응원해줬지만 사실 나는 얼마나 다이어트에 성공했는지, 몸짱이 되기는 한 건지 의문이 갔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했다. 이미 석 달이나 이 도전에 매달린 상황에서 지금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민호의 축구 레슨이 끝나면 혼자 남아서 패스 연습도 하고 슈팅 연습도 했다. 그냥 잠시라도 몸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태풍 ‘볼라벤’이 상륙한 날이었다. 진민호가 “오늘은 날씨도 이런데 운동을 하루 쉬자”고 했다. 하지만 도전 막바지라 조바심이 났다. “운동하자. 나 비 맞으면서 운동해 본 적이 없는데 이럴 때 한 번 그 기분 느껴보고 싶어.” 진민호도 귀찮고 피곤했겠지만 끝까지 나에게 도움을 줬다. “알았어. 오늘 둘이 운동하자.” 하지만 태풍의 위력은 엄청났다.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렸다. 세상이 태풍 때문에 다 멈췄지만 우리 둘은 그래도 축구를 했다. 비를 맞으면서 축구를 하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았다. 둘이서 콘을 놓고 공을 주고 받았고 진민호의 도움으로 서키트 훈련을 했다. 잠시 광고를 하자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축구 개인 레슨을 받고 싶은 이들은 친절하고도 확실한 축구 실력 향상을 책임지는 진민호에게 이메일(ralph05@nate.com)을 보내면 된다. 상담도 환영이란다.

이렇게 넉 달의 도전이 끝났다. 마지막 날 축구를 한 뒤 진민호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 이 아저씨는 마지막 훈련이었어. 그 동안 고생했으니까 박수 한 번 쳐주자.” 아이들이 “내일도 나오라”면서 붙잡았다. 내가 웃으며 티셔츠를 위로 올리고 배를 올려주자 넉 달 전 나를 놀리던 꼬마가 말했다. “어? 코끼리 어디 갔어요? 여기 코끼리 있었는데.” 아이들과 인사를 한 뒤 마지막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갔다. 근력 운동도 마지막이었다. 그 동안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 때마다 만류인력을 원망하며 “뉴턴, 이 XX”라고 욕을 하는 것도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처음에는 바벨 없이도 힘겨웠던 윗몸일으키기를 이제는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바벨을 들고 할 정도로 근력이 늘었다. 진민호는 “자세도 좋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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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이다. 지금껏 다이어트에 한 번도 성공해 보지 못했던 내가 넉 달 동안 무려 9kg을 뺐다.

믿을 수 없는 사실, 넉 달간 9kg 감량

마지막 날 근력 운동까지 끝마치고 샤워를 한 뒤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조마조마했다. 넉 달 전 74.75kg이었던 몸무게가 그대로라면 이 얼마나 화가 나고 허무한 일일까. 하지만 넉 달 간의 노력과 땀을 믿으면서 체중계를 쳐다봤다. 놀라운 일이었다. 체중계에 찍힌 몸무게는 65.3kg이었다. 하루 세끼 꼬박 챙겨먹고 운동으로만 넉 달 동안 9kg이상을 뺀 것이었다. 넉 달 동안 함께 운동을 한 진민호와 부둥켜 안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처음 6층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겨웠던 나는 이제 한 시간 동안 줄기차게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을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배가 나와 양치질을 하다가 치약이 배에 묻던 내 몸은 이제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근육의 윤곽이 잡혔다.

물론 정말 몇 년씩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면서 운동을 한 이들에 비하면 초라하다. 24시간 철저하게 주변에서 관리를 돕는 아이돌 그룹의 멋진 몸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굶지 않고 하루 세끼를 챙겨먹으면서 축구를 통해 이렇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식단조절만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운동으로 얼마든지 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몸소 느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다 참으면서 평생 살아야 하나.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렇게 축구를 하면서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칼럼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으면 한다. 이제 나는 어디에 가서 뱃살을 가지려 숨을 들이마시지 않아도 된다. 운동의 매력을 안 이상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을 통해 더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이제 그 넉 달 간의 도전을 마친 내 몸을 공개하려고 한다. 부끄럽지만 지금 내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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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간의 도전, 그 결과물을 이제 공개하려한다. 비록 아이돌 그룹 만큼의 근육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축구를 이용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을 전한다

‘김현회의 무한도전’을 마치며

축구는 공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유산소 운동이다. 배가 나온 축구선수를 본 적이 있는가. 누구나 이 축구를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주제 넘게 한 마디 하자면 요새 많은 이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 관심이 관람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구경기를 보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축구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직접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공을 차보는 건 어떨까. 어르신들이 축구를 몸소 즐기는 동안 정작 젊은 친구들은 그저 텔레비전이나 축구장 관중석에 앉아 축구를 보는 게 더 보편화 된 것 같다. 즐기는 축구를 생활화한다면 보는 축구도 그만큼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지긋지긋한 헬스장의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들판으로 나가자. 공을 차면서 몸도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축구에 있다. 나처럼 꼭 누군가와 축구 개인 레슨이 아니라 주말마다 친구들과 모여 즐겁게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해 질 수 있다. 나는 이제 넉 달 간의 무한도전을 마칠까한다. 무엇보다 넉 달 동안 지각해도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친절하게 나의 운동을 도와준 진민호와 함께 운동을 했던 그의 꼬마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럼에도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넉 달 간 축구로 다이어트하고 몸짱되기 도전을 여기에서 마친다. 난 이제 마음은 물론 몸도 홀~쭉하다.

* 저는 늘 ‘열정을 잃으면 미련 없이 이 일을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그만큼 지금껏 즐거운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들과 만났지만 최근 들어 점점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오늘 629번째 칼럼을 끝으로 ‘네이트 스포츠PUB 김현회의 골 때리는 축구’ 연재를 쉬려고 합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내린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초심을 잃은 건 아닌지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언제 돌아올지 약속드릴 수는 없지만 당분간 쉬면서 축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칼럼에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