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 올스타전은 최고의 축제가 될 것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10주년 기념으로 K리그 올스타와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 맞붙는 이 경기는 10년의 세월을 넘어 무척 의미있는 만남이 될 것 같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까지 참여한다고하니 무척이나 기대된다. 최근 K리그 올스타전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올해는 뭔가 제대로 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토록 가슴 뛰는 올스타전을 기획한 프로축구연맹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초대받지 못한 이천수

하지만 아쉬움이 한 가지 남는다. 이천수가 올스타전에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남에서 임의탈퇴를 당한 이천수는 연맹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가할 자격을 얻지 못했다. 이영표와 윤정환, 차두리 등이 사정상 이번 올스타전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올스타전에 초대받지 못한 이는 이천수뿐이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함께 한 주역 중 한 명이 쓸쓸히 이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도 오랜 만에 이천수를 볼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못해 무척이나 아쉽다.

전남이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풀어주지 않는 건 존중한다. 전남에서 좋지 않은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천수를 용서할 수 있는 곳은 전남뿐이다. 제3자가 임의탈퇴를 풀어달라고 할 수는 없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천수의 전남 시절 행동은 알려진 것보다 더 불손했었다. 단단히 화가 난 전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임의탈퇴를 풀어주지 않아 이천수가 K리그에서 뛸 수 없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원망할 생각은 없다. 이천수는 스스로의 잘못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만큼은 연맹과 전남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천수에게 기회를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한국 축구의 영광스러운 과거와 찬란한 현재가 맞붙는 이 의미 있는 경기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 빠진다는 건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황선홍, 최용수, 유상철 등 이제는 감독이 된 이들이 오랜 만에 경기에 나서는 것만큼 10년 전 이탈리아 축구의 상징이라던 말디니의 머리통을 후려치던 당돌한 이천수의 현재를 보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TEAM2012의 현란한 기량보다 TEAM2002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뛰는 모습에 더 열광할지도 모른다.

모두의 축제, 그 의미를 더하자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10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는 이벤트가 많이 열렸으면 한다. 옷장 어딘가에 10년째 쳐박혀 있는 ‘비 더 레즈’ 티셔츠를 입고 온다면 입장권을 할인해 주는 것도 좋고 경기 도중에는 골을 넣은 뒤 의미 있는 세리머니를 하는 것도 좋다. 김태영은 마스크를 하고 황선홍은 머리에 붕대를 하고 뛰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물론 안정환이 골을 넣는다면 화제의 ‘스케이트 세리머니’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오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이천수가 당연히 필요하다. 이건 이천수처럼 끼 있는 선수가 해야 한다. 이을용이나 황선홍처럼 점잖은 선수가 하면 재미없다.

올스타전은 모두의 축제다. 그런데 ‘이천수’라는 단어를 축제 무대에서 함부로 꺼낼 수 없게 된다면 그 축제의 의미는 덜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모두의 축제에서는 아픈 부위도 툭 터놓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0년이 지난 뒤 열린 동창회에는 성공한 사람만 참석하는 게 아니라 그렇지 못한 이들도 참석하는 게 더 의미가 깊다. 현재의 사회적 위치와 성공 여부를 떠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단 하나의 타이틀로 이들은 하나가 될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선수나 K리그에서 감독으로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이만 참석하는 건 진정한 축제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방황하는 이도 함께 품는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연맹이 주관하는 행사이니 연맹의 징계를 받고 있는 이는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해석을 달리한다면 이천수도 충분히 초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연맹이 주관하는 올스타전에 바르셀로나가 초청된 적도 있었는데 TEAM2002 역시 ‘게스트’의 개념이라면 이천수에게도 초청장이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번 TEAM2002에는 연맹과는 무관한 히딩크 감독이나 박지성, 홍명보(올림픽팀 감독), 최진철(KFA 전임지도자), 송종국(TV조선 해설위원) 등도 함께할 예정이다. TEAM2002를 K리그 올스타의 경기 파트너라는 개념으로 판단한다면 임의탈퇴 신분인 이천수의 합류도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연맹은 전남 구단을 설득해야 한다.

이천수도 올스타전에 나왔으면 좋겠다

정 이게 어렵다면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지만 이천수가 함께 벤치에라도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좋겠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하는 TEAM2002의 벤치에 박항서 감독과 최주영 의무팀장, 설기현, 김남일과 함께 이천수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정도라면 연맹에서도 어느 정도 전남의 뜻을 존중하면서도 축제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을 수 있다. 하프타임 때 이천수를 따로 관중에게 인사시키지 않아도 된다. 그냥 2002 월드컵 4강 주역 중 한 명으로만 대우해 준다면 올스타전이 더 완벽해지지 않을까. 월드컵 4강을 함께 한 이천수가 이 현장에 초대받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쓸쓸히 지켜봐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천수는 전남에 큰 잘못을 저질렀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이천수도 잘못했지만 전남도 잘한 건 없다”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천수의 명백한 잘못이었다. 전남은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풀어줘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K리그 복귀가 아니라 이천수의 이벤트성 경기 참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용을 베풀어줬으면 좋겠다. 안정환이 골 넣고 스케이트를 탈 때 당연히 그 뒤에서 이천수가 오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10년 전 추억을 떠올려야 할 올스타전이 더 즐거워진다. 나는 이번 올스타전에 이천수도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