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 다시 K리그로 돌아왔다. 이적료 한 푼 없이 K리그에 다시 돌아온 안정환은 비록 은퇴했지만 K리그 명예 홍보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선수 시절보다 더 열심히 뛰고 있다. 나는 이런 안정환이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영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홍보에는 소홀했던 K리그가 안정환의 영입 이후 놀랄 만한 변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늘은 안정환의 올 시즌에 대해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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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이 입단식, 아니 K리그 홍보대사 위촉식을 갖는 모습. (사진=프로축구연맹)

창의성 ★★★★★

안정환의 창의적인 플레이는 여전하다. 2002년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창의적인 동작으로 아름다운 골을 뽑아냈던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무척 창의적이다.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연 안정환은 “2002년 한일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해 월드컵 4강 멤버와 K리그 올스타 간의 올스타전을 열자”고 제안했다. 책상에서 머리만 싸매고 있는 게 홍보라고 생각하는 이들로서는 절대 생각해 낼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안정환은 “2002년 멤버들이 다시 뭉쳐 축구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이게 K리그 열기고 이어지는 게 나의 목표다. 좋았던 순간을 너무 빨리 잊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이벤트 경기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안정환의 창의적인 플레이 덕분에 우리는 10년 전에도 그랬고 다가올 7월 5일에도 무척 감동적인 축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K리그가 안정환을 영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안정환은 올 시즌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이다.

압박 능력 ★★★★★

전성기 시절 다소 게으른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를 듣던 안정환이 K리그에 돌아온 뒤 달라졌다. 특히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에 눈을 뜬 모습이다. 안정환은 올스타전 아이디어를 낸 뒤 이런 말을 했다. “(박)지성이는 몸값이 가장 비싸다. 일정상 무리가 없으면 참석하겠다고 했고 확실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흥행을 위해 지성이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반응이 빨리빨리 오지 않고 있다.” 박지성도 안정환의 압박에 꼼짝 없이 당하고 있다.

안정환은 히딩크 감독에게도 협조 요청 고문을 보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 영웅’ 박지성과 히딩크 감독에게 누가 압력을 넣을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안정환의 압박 능력이 더 돋보인다. 박지성이 이번 올스타전에 불참할 경우 매일 꿈 속에 지석진이 등장해 “우솨~”라고 외치며 괴롭히는 악몽을 꿀 수도 있다. 박지성은 더 이상 안정환의 공세에 물러설 곳이 없다. 안정환은 올 시즌 K리그에 돌아와 압박 능력까지 갖췄다는 걸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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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이 K리그 올스타전과 관련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2012 시즌 올스타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프로축구연맹)

활동량 ★★★★☆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건 안정환에게는 일도 아니다. 안정환은 올 시즌 한반도 전체를 누비는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달 11일 성남-인천전이 열리는 탄천종합운동장과 12일 상주-전남전이 열리는 상주시민운동장 방문을 시작으로 K리그 16개 구단 홈 경기를 한 차례씩 전부 찾는다. 흔히 명예 홍보대사라는 직함이 시키는 일만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안정환은 K리그 16개 경기장을 직접 돌아보는 일을 연맹에 직접 먼저 제안했다.

흔히 박지성을 ‘두 개의 심장’이라고 표현하는데 안정환은 아마 심장이 16개는 되는 것 같다. 현역 은퇴 이후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무척 크겠지만 그 와중에도 K리그 모든 홈 경기장을 찾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과연 누가 그의 활동량에 대적할 수 있을까. 올 시즌 K리그로 돌아온 안정환은 그라운드가 아닌 전국을 누비면서 왕성한 체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아마 올 시즌이 끝난 뒤 안정환의 비행기 마일리지는 무척 많이 쌓여 있을 것이다.

세레머니 ★★★★

안정환의 전성기 시절 반지 키스 세레머니는 항상 이슈였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는 안정환의 다른 세레머니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성남-인천전을 찾은 안정환은 하프타임에 마이크를 잡고 관중에게 인사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성남에 만원 관중이 들면 신태용 성남 감독님처럼 춤을 한 번 추겠습니다.” 2006년 성남과 수원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이후 경기장을 가득 채운 적이 없는 성남을 위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안정환이 댄스 세레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평소 점잖은 캐릭터인 그가 만원 관중 앞에서 춤을 추며 망가질 각오를 하고 있다. 진정한 남자는 폼만 잡는 게 아니라 때론 망가질 수도 있어야 한다. 안정환의 반지 키스 세레머니를 다시는 볼 수 없지만 그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세레머니를 약속했다. 이왕 하는 거 성남에 관중이 꽉 차면 안정환이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고 <오렌지 카라멜> 춤을 추는 건 어떨까. 아마 역대 최고의 세레머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헐리우드 액션 ★★★★☆

중요한 순간에서 파울을 유도하기 위해서 때론 연기력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올 시즌 안정환이 보여주는 연기력은 정말 헐리우드에서도 통할 만큼 명품이었다. 최근 안정환은 K리그 올스타전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해 송강호와 최민식 버금가는 연기를 선보였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팬들의 함성소리를 떠올리며 내면 연기에 몰입한 안정환은 갑자기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를 해 이렇게 말한다. “명보형, 축구하자.”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촬영에서 안정환은 한 번의 NG도 없이 이를 소화해 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연기력이라면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의 작은 동작에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안정환의 헐리우드 액션으로 우리는 이제 페널티킥을 차는 것만큼 어렵지 않게 올 시즌 K리그 올스타전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안정환이 K리그 최고 공격수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리더십 ★★★★

안정환은 올 시즌 홍보 프로젝트 ‘K리그를 알려라’를 함께 할 홍보팀원을 뽑았다. “온라인에서도 팬들을 찾아 뵙고 싶었다. 저와 함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SNS로 온 국민에게 축구와 K리그의 재미를 알릴 열정 가득한 홍보팀원을 모시고자 한다”면서 “팀장으로서 함께 호흡할 예정이니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SNS상으로 안정환의 미션 초대장을 리트윗(RT)하거나 공유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홍보했다. 팬들은 듬직한 안정환과 함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이런 리더십이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그는 축구자선행사에 참여해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직접 체험하고자 안대를 쓰고 미니게임에 참가하는 등 리더로서의 확실한 역할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하려고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안정환은 지금 K리그 홍보를 위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과 다름이 없다. 누가 안정환이 현역 은퇴를 했다고 하는가. 안정환은 아직도 팔팔한 현역이다. 이런 안정환을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영입으로 꼽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K리그 최고의 영입, 안정환

안정환이 돌아온 뒤 K리그가 무척 활기를 찾았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팬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여러 홍보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름만 내건 홍보대사를 많아 봐 왔던 터라 안정환이 처음 K리그 홍보대사가 됐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정환은 지금 그 누구보다도 더 K리그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역 시절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이미지였었지만 이제 안정환은 친근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K리그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껏 축구선수가 은퇴한 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많은 이들이 은퇴를 하고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안정환은 은퇴 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안정환은 최고의 선수였고 지금도 최고의 홍보대사다. 나는 그가 K리그에서 은퇴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런 아쉬움은 잊었다. 왜? 안정환은 여전히 K리그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