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인종이 있을까. 직접적으로 인종차별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인종을 차별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다수의 아시아인이 사는 곳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다수의 백인이 사는 곳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한다면 엉덩이에 큰 몽고반점이 있는 것도, 머리에 숨기고 싶은 ‘땜통’이 있는 것도 차별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따라 차별받아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디에 대한 인종차별, 입장을 바꿔보자

최근 FC서울 아디가 인종차별을 당했다. 한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아디와 가수 아이유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한 뒤 “내가 가장 아끼는 모델 아이유와 2월부터 우리 망할 회사 모델로 새로 뽑힌 FC서울 소속 아디”라며 “아이유는 어떤 디자인을 입혀도 예쁜데 아디는 뭘 입혀도 연탄장수다. 내가 디자인을 왜 했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얘(아디)를 뽑은 건가. 사장은 미쳤나”라고 했다. 또한 “아디는 밤에만 좋은 흑형이다. 화장을 해도 연탄재”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한 스포츠 브랜드 디자인 팀장이라는 뉘앙스를 풍긴 이 네티즌은 해당 회사의 조사 결과 사칭으로 드러났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확인 결과 우리 직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브랜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해당 네티즌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 직원이 아니라는 소식은 다행이지만 그동안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큰 사회적 문제가 들끓은 적이 없던 이 땅에서 이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설령 그게 아무리 한 네티즌의 글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다르다’를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얼마 전 영국에 가 기성용과 이청용을 만났다. 그들 역시 그곳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겪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대놓고 그들에게 모욕감을 준 건 아니지만 몸을 풀고 있을 때면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걸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동양인을 비하한다고 해 우리도 똑같이 다른 인종을 비하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인종차별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분노할 만한 이슈다. 발언 당사자 역시 다수의 백인이 사는 나라에 갔다면 아마 ‘미개한 원숭이’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봐야 한다.

한 팀에서 200경기, K리그의 살아있는 역사

더군다나 K리그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아디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선수인지 잘 알 것이다. 응원하는 팀을 떠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아디를 싫어하는 팬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 그가 그라운드에 나서 얄밉도록 잘해 싫어하는 다른 팀 팬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인격적으로나 선수의 기량, 충성도에 대해 이견을 나타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아이유가 무대 위에서 뭇남성들을 설레게 한다면 아디는 K리그 그라운드에서 감동을 선사하는 ‘똑같은 사람’이다. 최근에는 국내 선수들도 쉽지 않은 한 팀 소속으로 2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로 이 대기록을 처음 세운 아디는 곧 K리그의 살아있는 역사다.

사실 나는 아디가 처음 K리그 무대를 밟았던 2006년 그를 별로 주목하지 않았었다. 유럽이나 남미 리그가 아니라 중국에서 데려온 선수였기 때문이다. K리그보다 실력이 부족한 중국 무대에서 뛰던 선수가 왔으니 곧 실패하고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2000년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에 속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결국 주전경쟁에서 실패하고 중국으로 쫓겨나듯 떠난 선수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K리그를 거쳐간 숱한 외국인 선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디는 6년이 지난 지금 K리그 2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선수로 거듭났다.

내가 감독이라면 반드시 아디가 필요할 것 같다. 그는 부상자가 생기면 불평불만 없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훌륭한 선수다. 서울 입성 후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풀백을 오가던 그는 서울이 현영민을 영입하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나서다가 중앙 수비수가 부상을 당한 뒤에는 줄곧 중앙 수비수로 그라운드에 섰다. 어느 한 포지션에 특화됐지만 임시방편으로 다른 포지션에 자리하는 게 아니라 수비와 미드필드 어느 포지션에 가져다 놓아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바로 아디다. 집안 좋고 공부 잘하는데 수학여행 장기자랑 나가서 기타를 수준급으로 치고 심지어 체육대회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꼴이다. 못하는 게 없다.

아디가 흘린 세 번의 눈물

아디는 지금까지 K리그 무대에서 세 번의 눈물을 보였다. 지난 2006년 4강 플레이오프 성남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슬픔의 눈물을 보인 그는 2010년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끝난 뒤에도 눈물을 흘렸다. 광대뼈 골절로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했던 아디는 오로지 K리그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겠다는 열망으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혼을 선보이더니 2차전에서는 아예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그라운드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아디는 서울의 우승을 확정짓는 결정적인 역전 헤딩골을 기록하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아디가 K리그에서 흘린 두 번째 눈물이었다. 팬들은 그와 비슷한 가면을 쓰고 아디를 연호했다.

그가 흘린 세 번째 눈물을 최근이었다. 지난 5일 안방에서 열린 포항과의 경기를 통해 200경기 출장의 위업을 달성하며 세 번째 눈물을 보였다. 그의 동료들 역시 아디의 대기록에 경의를 표했다. 데얀은 “아디이기에 이룰 수 있는 기록이다. 아디는 지난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줬다”고 했고 몰리나도 "아디가 자랑스럽다. 그는 이미 FC서울의 레전드“라고 극찬했다. 이제 팀 동료들도 그를 “아디 형”이라고 부를 만큼 한 가족으로 생각한다. 아디는 실력은 물론 헌신과 인품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선수다.

외국인 선수가 우승에 실패했다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적 없는 특별한 일이었다. 아디는 슬픔과 환희, 감동의 눈물을 흘릴 만큼 K리그와 한국을 사랑한다. 그의 딸 역시 포르투갈어로 ‘아빠’를 뜻하는 ‘빠빠’가 아닌 ‘아빠’라고 그를 부를 정도다. 아디는 언젠가 은퇴를 하면 브라질로 돌아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서울이 불러준다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이 너무 좋다. 사람들도 너무 정이 많고 친절하다. 나에게 이곳은 제2의 고향이다.” 새해가 되면 구단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는 아디를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아이유 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아디

동계훈련 중 국내 선수들을 불러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호되게 꾸짖을 정도로 팀에 대한 사랑이 깊은 아디는 최근 한 팀에서 2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그 누구보다 축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인종차별을 당하면서 200경기 출장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이 주목받지 못했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K리그에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아디에게 과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 어떤 하찮은 이도 차별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헌신으로 한국에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아디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가 단순히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 이 땅에서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주위에서는 아디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지만 그도 언젠가는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6년 동안 그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아디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실망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 네티즌이 아이유와 비교하며 그에게 인종차별을 퍼부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아디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아이유가 사랑스러운 만큼 K리그 팬들에게는 아디도 사랑스럽다. 오, 어떤 단어로 아디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이 세상 말로는 모자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