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중계권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승강제도 정착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제외하고도 K리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또 있다. FC서울이 아닌 서울을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팀이 창단되어야 한다. 중계권이나 승강제 등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반드시 이뤄내야 할 문제다. 서울에 또 하나의 K리그 팀이 생긴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활발한 리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서울에 K리그 구단이 하나 더 생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1.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너무 한가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FC서울의 홈 경기가 열린다. 하지만 그 빈도가 너무 적다. 올 시즌 팀당 44경기 중 22경기가 안방에서 열리는 데 이걸로는 많이 부족하다. 보통 시즌이 시작되면 2주에 한 번 꼴로 서울에서 K리그가 열린다. 일정에 따라 2주 연속으로 FC서울의 홈 경기가 열리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몇 주씩 FC서울이 원정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올 시즌 초반에 서울이 홈에서 3연전을 치렀으니 아마 한 동안 안방을 비우고 서울이 원정경기를 떠나는 시기도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무조건 1주일에 한 경기씩은 열려야 한다. 매 라운드마다 서울에서 K리그가 열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잠실야구장을 쓰는 두 프로야구단은 서울을 한 번도 비우지 않고 꾸준히 경기를 하는데 K리그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K리그가 띄엄띄엄 열리는 건 흥행에 큰 타격이다. FC서울이 원정을 떠나면 또 다른 서울팀이 홈 경기를 치르는 게 이상적이다. 서울에서 K리그가 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집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까워서 취재가기 편해 이런 소리 하는 건 절대 아니다.

2. 인구 천만 도시에 하나로는 부족하다

서울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 이제는 노총각 대열로 들어선 뚱뚱한 김근석씨부터 새벽에 전화해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욕을 선물하는 황봉알씨까지 참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 가끔 미니홈피에 몰래 들어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는지 염탐할 수밖에 없는 강화도 1박 2일 여행을 함께 했던 나의 예전 그녀부터 12개월 할부로 백 사줬는데 두 달 만에 이별 통보를 해 만나면 멱살부터 잡고 싶은 나의 예전 그녀까지 다 서울에 살고 있다. 서울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인구 천만 도시에 K리그 팀이 딱 하나밖에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FC서울도 물론 매력적인 팀이지만 서울에서 K리그를 보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 FC서울을 응원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민이 K리그를 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다. FC서울이 좋다면 걱정할 게 없지만 FC서울이 싫다면 K리그 자체를 접할 일이 없어진다. 적어도 서울에 두 팀은 있어야 무언가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로 좁혀진다. <티아라>와 <시크릿>을 놓고 한 그룹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거 아닌가. 이건 거의 <티아라>만 보여주고 “이제 그녀들을 좋아할지 말지 선택해”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3. 강북과 강남은 다르다

강북과 강남은 같은 서울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강북에서는 바지를 딱 붙게 입었고 강남은 힙합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 경기도 파주는 멜빵바지를 입었다. 이렇듯 강북과 강남은 패션에서부터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 달랐다. 나이가 들어도 이런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강북사람과 이야기하면 강남사람이 참 얄미운 구석이 있다고 하고 강남사람은 강북사람이 촌스럽다고 한다. 싸움을 붙일 의도는 아니지만 이렇듯 강북과 강남은 그들을 갈라놓고 있는 한강만큼이나 거리가 있다.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위치한 마포구 성산동, 즉 강북과 관련이 깊다. FC서울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이 지역이 들썩인다. 큰 경기가 있을 때면 조금 더 나아가 신촌이나 홍대까지도 영향이 있는 편이다.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입은 채 신촌과 홍대를 활보하는 이들을 종종 봤다. 하지만 FC서울이 홈 경기를 한다고 해서 강남역이 들썩이지는 않는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두 갈래로 나뉜 서울이 단 하나의 축구팀으로 엮여 “우리가 그동안 너무 친하지 않았지? FC서울을 통해 하나가 돼 보자”고 뭉칠 가능성은 갑자기 내 친구 김동혁이 나에게 4만 원을 갚을 가능성 만큼이나 낮아 보인다. 서울의 두 축구팀을 놓고 강북사람과 강남사람이 열띤 논쟁을 펼치는 모습이 펼쳐져야 한다.

4. 수도권 열기가 K리그 흥행을 판가름한다

지방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수도권에 K리그 팀들이 더 많아져야 흥행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K리그 열기가 불을 뿜으면 좋겠지만 먼저 하나를 선택하라면 일단은 수도권이 먼저다. 언론사에서도 취재가 더 편한 수도권 경기에 더 많이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올 시즌 광주FC 경기는 텔레비전 중계로만 봤지 아직 직접 보지 못했다. 골고루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게 쉽지는 않다. 광주가 수도권 원정을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도 직접 복이가 얼마나 큰지 보고 싶다.

냉정히 말해 수도권에 현재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팀은 FC서울과 수원블루윙즈가 유이한 편이다. 이 두 팀의 구도로는 아직 부족하다. 새로운 서울 팀이 탄생한다면 새로운 흥행 구도도 갖출 수 있다. 서울 더비는 물론 서울 신생팀과 수원, 성남, 혹은 인천과의 맞대결 역시 흥밋거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지지고 볶고 싸운다면 당연히 언론의 관심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수도권 열기가 살아야 이 열기가 점점 더 지방으로 퍼져 K리그 전체가 흥행할 수 있다. 서울의 신생팀은 K리그에 새바람을 불고 올 수 있을 것이다.

5. 가입 문턱이 낮아졌다

프로축구연맹은 승강제에 발맞춰 신규 창탄 문턱을 낮췄다. 가입비 5억 원만 받고 2부리그에 참가할 경우 토토 수익금을 1부리그 팀과 동등하게 배분할 예정이다. 또한 리그 사업 수익금도 차등분배한다. 이뿐 아니다. 지금까지 서울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무려 75억 원을 따내 내야했지만 이에 대한 진입 장벽 역시 낮추고 행정적인 지원 등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면 서울에 또 하나의 K리그 팀, 혹은 2부리그 팀이 생기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신생팀의 경우 프로 2부리그 구성이 10팀이 될 때까지 2부리그에 바로 입성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내셔널리그를 거쳐야만 프로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파격 세일이다. 그동안 서울 입성금 75억 원 때문에 서울 신생팀 창단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거의 “사장님이, 아니 총재님이 미쳤어요” 수준이다. 이럴 때 서울에 신생팀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 거대 시장을 노리는 기존 팀들이 서울로 연고지를 옮겨 이득을 취할 수도 있다. 좋은 기회 있을 때는 놓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왕이면 연고를 옮긴 팀이 아니라 논란이 없는 순수한 신생팀이 서울에 하나 더 생기는 게 좋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민구단도 좋지만 기업구단도 환영이다. 자금력이 있는 신생팀이 FC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흥행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6. 서울에는 축구장이 많다

꼭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나눠 쓰는 것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서울에는 잠실종합운동장도 있고 목동종합운동장도 있다. 보수를 한다면 충분히 K리그에서도 쓸만한 경기장이다. 특히 잠실종합운동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 직전부터 지금까지 10년째 놀고 있다. 가끔 종교 단체 모임 때나 활용되더니 이제는 이런 집회도 대부분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넘어갔다. 거대한 경기장이지만 강남을 연고로 할 수 있는 매력도 있고 역사까지 갖추고 있어 적절한 보수가 이뤄진다면 K리그에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신생팀 입장에서뿐 아니라 서울시 측에서도 이 골칫덩이 경기장의 활용을 위해서는 축구만한 게 없다.

서울에 또 다른 프로축구팀이 창단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K리그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길이다. 영국 런던에는 무려 12개의 프로축구팀이 있다. 꼭 영국을 따라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한 지역에 단 하나의 축구팀만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프로축구팀이 단 하나라는 건 아쉽다. 언젠간 또 다른 서울 팀을 보고 싶다. 승강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니 이제는 이 훌륭한 판에서 서울 구단 창단이라는 의미 있는 화두를 가지고 발전적인 고민을 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