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축구 게임 회사에서 2011 현대오일뱅크 K리그 6강 플레이오프를 주제로 한 게임을 내 놓았다. 오늘은 독자들이 고를 수 있는 6개 팀 중 서울과 수원, 부산, 울산 등 이번 주말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네 팀에 대한 게임 공략법을 소개하려 한다. 이 공략법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나도 ‘플스방’에서 고수가 될 수 있다. 음료수를 주문하고 2차로 술 쏘기 내기를 건 뒤 당당히 승리를 거둬 돈 한 푼 내지 않고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유저들의 이해를 위해 친절히 동영상까지 준비했다. 이보다 더한 공략법이 있을까.

서울 VS 울산

데얀 컨트롤하는 방법
측면에서 최태욱이 공을 잡으면 R1을 누르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뒤 ○버튼을 두 번 눌러 낮고 빠른 크로스를 연결한다. 스피드가 최태욱보다 부족한 김태환으로 플레이 할 때는 L1버튼을 눌러 2대1 패스에 의한 공간 창출이 필요하다. 제공권보다는 트래핑이 좋은 데얀을 활용하기 위해 크로스 시에는 항상 ○버튼을 두 번 누르는 방법을 쓰는 게 좋다. 데얀이 공을 잡으면 직접 헤딩슛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한 번 트래핑 후 □버튼으로 슈팅을 시도한다. 단, 데얀의 특징은 대포알 슈팅보다는 정확하게 사각을 찌르는 슈팅에 능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슈팅 게이지를 가득 채우지 말고 1/4 정도만 채워 골문으로 데굴데굴 굴러 들어가게 하자. 데얀이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돼 유료2012 플레이오프에 나서고 돌아와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를 절대 선수 명단에서 빼면 안 된다. 경기 도중 한 번도 보이지 않다가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다. 체력 게이지가 떨어져도 끝까지 그를 믿어야 한다.

☞ [영상] 9월 24일 서울 데얀 헤트트릭 보러가기

몰리나 컨트롤하는 방법
게임에서 데얀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몰리나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몰리나가 공을 잡은 상황이라면 문전으로 뛰어 들어가는 데얀을 향해 △버튼으로 스루패스를 연결한다. L1버튼을 눌러 하대성과의 2대1 패스를 주고 받는다면 더욱 좋은 패스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몰리나의 오른발에 걸리면 함께 게임하는 친구를 속여야 한다는 점이다. ‘플스방’이 떠나가도록 목에 핏대를 세우고 “슈팅”을 외쳐라. 아마 슈팅 타이밍에 잔뜩 긴장한 당신의 친구는 ○버튼으로 깊은 태클을 시도할 것이다. 이때 당신은 한 템포 죽여 왼발로 △버튼을 이용해 침투패스를 날리자. 그렇다면 데얀은 상대 골문에서 완벽한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골 넣은 뒤 친구에게 “손가락이 미끄러져서 몰리나가 슈팅을 날리지 못했어”라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웃으면 된다.

☞ [영상] 10월 30일 서울 하대성 해트트릭 보러가기

최용수 컨트롤하는 방법
골보다 중요한 게 세레머니다. 당신은 서울을 선택해 플레이하면 그 누구보다 상대방을 약 올리는 세레머니를 할 수 있다. 골을 넣으면 R1버튼과 L1버튼을 동시에 누른 상태에서 방향키를 → ↑ → ↓ 순으로 누르자. 그러면 최용수 감독대행이 갑자기 코너 플랙까지 달려와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할 것이다. 만약에 골 세레머니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신이 직접 ‘플스방’을 한 바퀴 돌면서 최용수 감독대행으로 빙의하는 것도 친구를 굴욕적으로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이 맛에 축구 게임하는 것 아닌가.

☞ [영상] 8월 13일 서울 최용수 감독 '슬라이딩 세리머니'

설기현 컨트롤하는 방법
설기현은 논스톱 슈팅 능력치가 상당히 높다. 이 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재수 등 측면 자원이 공을 잡으면 ○버튼을 빠르게 세 번 눌러 낮은 크로스를 연결한다. 물론 공은 침투하는 설기현의 왼발을 향해야 한다. 설기현의 오른발에 걸린 상태에서 슈팅을 시도하다가는 당신의 친구에게 “홈~런”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으니 꼭 왼발이어야 한다. 주의해야 할 건 높은 크로스로는 재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크로스가 설기현에게 연결되면 잠깐의 고민도 하지 말고 □버튼을 눌러 슈팅을 날리자. 공을 트래핑하고 슈팅 찬스를 잡으려다가는 한 템포 늦는다.

☞ [영상] 7월 13일 울산 설기현 추가골 보러가기

곽태휘 컨트롤하는 방법
이번 버전에서는 곽태휘의 컨디션이 보라색으로 표시됐다.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다. 경기를 하기 전부터 체력 게이지도 반밖에 남아 있지 않다. 월드컵 3차 예선 중동 원정 2연전을 다녀온 상황이 게임에 반영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곽태휘를 빼고 플레이 할 수는 없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확실한 옵션이기 때문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이만한 선수를 찾기 어렵다. 전술 선택창에서 여러 대체 수비수들을 고민하겠지만 그냥 체력 떨어진 곽태휘를 쓰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이번 시즌 7골이나 기록한 곽태휘가 없다면 울산이 아니다. 공격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곽태휘를 활용해 헤딩 슈팅을 날릴 필요가 있다.

김신욱 컨트롤하는 방법
당신의 친구에게 후반 막판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주저 없이 김신욱을 이용하는 게 좋다. 축 처진 어깨로 지갑을 든 채 카운터로 향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측면을 이용해 ○버튼을 한 번만 눌러 높은 크로스를 올리자. 정확히 발 앞에 공을 가져다 줄 필요도 없다. 그냥 ‘나는 줬다 크로스’도 괜찮다. 다 김신욱이 알아서 할 것이다. 정 상황이 급박하다면 최후방에서 ○버튼으로 한 번에 김신욱 머리를 겨냥하는 작전이 필요하다. X버튼으로 헤딩 패스를 떨궈주면 비록 고창현은 부상으로 없지만 에스티벤이 강력한 슈팅을 연결할 수 있다. 전술이 무슨 필요인가. 일단 이기는 게 중요하지. 만약 김신욱으로 골을 넣으면 L1 +R3을 누른 뒤 → ↑를 빠르게 누르자. 김신욱이 무릎 꿇고 기도하는 세레머니 조작법이다.

☞ [영상] 5월 11일 울산 김신욱 골장면 보러가기

수원 VS 부산

염기훈 컨트롤하는 방법
이번 버전에는 격투기 게임과의 오류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나서 훅을 날린 스테보가 징계를 당해 나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으로 플레이하려면 염기훈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많은 이들은 염기훈의 왼발을 의식해 그를 왼쪽 측면에 놓고 크로스에 치중하는 플레이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아예 그가 공격의 마침표를 찍는 방법을 쓰는 게 나을 것이다. 전술 선택창에서 염기훈을 투톱의 오른쪽이나 스리톱의 오른쪽으로 배치하자. 그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 툭툭 치고 들어가다가 왼발 슈팅으로 이어갈 수 있는 각도가 생기면 여지없이 □버튼을 누르자. 슈팅이 정확한 염기훈이라면 충분히 득점이 가능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염기훈으로 R1을 눌러 빠른 드리블을 시도해서는 별 재미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크로스 올려봤자 골문에서 받쳐줄 선수도 없다.

☞ [영상] 5월 29일 수원 염기훈 만회골 보러가기

마토 컨트롤하는 방법
이번 게임에서는 수원의 세트피스 능력치가 네 팀 중에 가장 높게 반영됐다. 염기훈이 세트피스를 연결하기에 앞서 당신의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라. “자, 하태균하고 게인리히 조심해라. 헤딩 간다.” 친구는 하태균과 게인리히를 막는 데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염기훈이 연결한 공은 마토의 머리로 향해야 한다. 염기훈이 왼발로 프리킥을 처리할 때는 방향키↑+○를 동시에 눌러 커브를 많이 주는 게 좋다. 염기훈의 커브는 게임상 최고의 능력치를 자랑한다. 마토의 머리에 공이 닿는 순간 □버튼으로 헤딩슈팅을 연결하면 된다. 하태균과 게인리히는 속임수였다. 90분 경기 중에 마토에게 이런 찬스가 한 번은 걸린다.

스테보 컨트롤하는 방법
플레이하는 도중 관중석에 앉아 있는 스테보가 화면에 비칠 수도 있다. 이때는 R2와 L2버튼을 동시에 누른 상태에서 → ↑ ← ↓를 빠르게 누르자. 관중석에서 지루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스테보가 맛있게 귤을 까는 조작법이다.

☞ [영상] 8월 20일 수원 스테보 추가골 보러가기

임상협 컨트롤하는 방법
속공 상황에서 무척 유용한 공격 옵션이다. 수비에서 공을 빼앗아 측면으로 연결하면 임상협이 빠른 발을 앞세워 골문으로 돌진한다. 측면에서 R1버튼을 눌러 드리블 돌파를 하다가 임상협과 상대 골키퍼 사이로 공을 연결하자. 공보다 빠른 임상협이 골키퍼가 나오기 전에 공에 먼저 닿을 것이다. 머리건 발이건 슈팅의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이미 좋은 위치를 선점한 상황에서 당신이 ○버튼을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된다. 임상협으로 골을 넣은 뒤 뒤를 돌아보자. 아마 ‘플스방’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해 수 많은 여성들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신 때문이 아니라 화면 속 임상협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 [영상] 5월 28일 부산 임상협 선제골 보러가기

한상운 컨트롤하는 방법
이번 버전에서 가장 전력 손실이 큰 팀이 부산이다. 이범영과 박종우가 올림픽 팀에 차출돼 골문과 중앙에 큰 공백이 생겼다. 전술 선택창에서 이범영과 박종우를 실전에 투입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당신의 친구에게 “나 다른 팀 고르면 안돼?”라고 물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뻔할 것이다. “한 번 고르면 바꾸기 없어.” 하지만 당신에게는 염기훈 못지 않은 왼발의 마법사 한상운이 있다. 조작법은 염기훈과 동일하다. 올 시즌 9골 8도움 중 세트피스에서 3골 3도움을 기록 중인 한상운만 잘 활용한다면 전력 누수 따위도 걱정이 없다. 한상운을 이용해 가까운 거리에서는 직접 슈팅을, 다소 먼 거리에서는 양동현을 이용한 세트피스를 펼치자.

☞ [영상] 4월 16일 부산 한상운 동점골 보러가기

김한윤 컨트롤하는 방법
상대에게는 저승사자이지만 우리에게는 수호천사인 선수다. 경기 도중 상대가 거친 태클을 한다면 L1버튼을 잽싸게 눌러 김한윤을 선택하자. 육두문자와 함께 L1+R1을 연타하면 김한윤이 상대방 선수의 멱살을 잡는다. 이걸로도 분이 안 풀리면 실제로 당신 친구의 멱살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영상] 5월 21일 수원 vs 부산 과열된 분위기 보러가기

이번 주말 6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가 열린다. 이들에게는 1차적인 목표가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이었지만 이제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갈 것이다. 이번 주말 서울-울산, 수원-부산은 어떤 경기로 우리를 매료시킬까. 전력 누수가 적지 않은 팀도 있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도 있다. 하지만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이 중요한 경기에서 변수는 변수일 뿐이다. 실력으로 이번 주말 웃게 될 팀은 어디일까. 네 팀의 명승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