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마케팅만큼 확실히 대중에 어필하는 방법도 없다. 일부러 잡음을 일으켜 논란을 만드는 이 마케팅 방법은 참 우리를 화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잘 먹히기도 한다. 그들이 만드는 논란에 빠져 들어 분노할수록 오히려 이런 잡음을 일으킨 이들은 웃는다. 다 그들이 의도한 방향대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케팅은 비판을 받을지라도 상품만 잘 팔리거나 이슈가 되면 그만이다.

한 언론사는 마니아층을 형성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대놓고 ‘까기로’ 유명하다. 똑같은 방송을 보고 한 쪽에서는 극찬을 하지만 유독 이 언론사는 비난을 일삼는다. 이 언론사 편집장이 예능 프로그램에 무슨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아니다. 그냥 노이즈 마케팅이다. 남들이 다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하는 게 이 언론사만의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방송이 끝나고 무수히 올라오는 칭찬 후기 기사 속에서 유독 비난을 일삼는 이 언론사만 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레 이 언론사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네티즌의 인상에 남을 수밖에 없다. 대형 언론사가 판치는 마당에 영세한 언론사에서 대중에 각인될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이 언론사와 해당 기자를 욕하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고 이들은 자신들의 편집 방향에 대해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욕을 해주면 해줄수록 오히려 이들은 좋다. 언론사 인지도 올라가고 클릭수 많아지고 댓글도 많아지는데 나쁠 게 없다. 이들은 처음부터 심오한 철학 같은 것도 없으니 개념 밥 말아먹고 막 나가는 거다.

팬들도 언론의 의중을 알아야
K리그에 유독 인색한 언론사도 상당수다. K리그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결국에는 노이즈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들은 항상 축구팬들의 가장 큰 적이다. 이런 저런 축구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어김없이 오늘자 K리그 비난 기사의 링크가 걸려 있고 네티즌들은 그 언론사와 해당 기자를 가감 없이 질타한다. 그리고는 집단으로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등 나름대로의 피드백(?)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건 결국 다 그들의 마케팅에 놀아나는 것뿐이다. 그들은 축구팬들의 다소 거친 메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똑같은 현상에도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들이대는 언론사는 한결같다. 가끔 보면 나도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라고 느낄 정도로 심각하게 부정적인 자세다. 물론 K리그의 제도나 환경에 쓴소리를 던져 발전을 도모하려는 진정한 언론도 있지만 그냥 ‘김구라식 독설’을 콘셉트로 잡고 K리그 팬들에게 욕 먹기를 즐기는 언론도 상당수다. 이제는 K리그에서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는 언론이 대세가 돼 지상파 8시뉴스 진행자도 대놓고 K리그를 욕하는 세상이 됐으니 참 답답하고 짜증이 날 뿐이다.

K리그를 깎아내리는 언론에 대응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축구팬들도 이들의 의중을 알고 여기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K리그와 프로야구 관중수 비교하면서 “K리그는 왜 600만 관중을 이루지 못하나”라는 논조의 기사가 있다면 아마 댓글은 “일주일에 6일 경기하는 야구와 일주일에 한 경기하는 축구 관중수를 어떻게 총관중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까. 나도 기자하겠네요”라고 달릴 것이고 곧 축구팬과 야구팬의 싸움터가 될 것이다. 이런 쓰레기장 같은 댓글 싸움터를 원하는 게 바로 이 논조로 기사를 쓴 언론의 의중이다. 기사 쓴 기자라고 경기수가 다른 두 종목의 특성을 정말 모를까.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싸움 유도하는 거다. 왜? 네티즌들이 댓글로 다 밝혀주니까.

좋은 기사가 부각되지 못하는 현실
오늘은 축구팬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한다. K리그를 깎아 내리는 언론이 싫거든 그들의 노이즈 마케팅에 놀아나면 안 된다. 팬들이 보이는 뜨거운(?) 반응은 오히려 이런 노이즈 마케팅이 성장하는 배경을 만들어줄 뿐이다. 오히려 그들을 욕할 시간에 좋은 기사 퍼 나르기 캠페인을 펼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결국 좋은 기사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것이 우리의 언론이 건강해지고 K리그가 보다 밝은 이미지로 나아가는 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훌륭한 기자들이 정말 많은데 우리는 이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맨날 K리그 폄하 기사에 가서 기자 욕 하고 있다.

당장 내 칼럼을 다 읽거든 네이트 축구란에 가 여기 저기 축구 관련 기사를 클릭해보자. 오늘도 노이즈 마케팅을 일삼는 기사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논란거리 기사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릴 동안 ‘진짜 K리그 이야기’에는 댓글이 채 10개도 달리지 않는다. 득점왕 경쟁이나 순위 싸움에 관한 기사는 언제나 ‘비인기 기사’다. 프로야구가 끝나면 그날 이슈로 야구팬들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축구팬들은 매일 “K리그가 재미있네, 재미없네”로 싸운다. 프로야구에서 왕도 만들고 신도 만드는 동안 축구팬들은 10년째 이동국 하나 가지고 싸운다. 이렇게 돌아가는 K리그판이 흥미로울 리가 없다.

이제는 K리그 내부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팬들도 같이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K리그를 지나치게 깎아 내리는 기사에 반응할 시간이 있다면 오히려 진지하고 심층적인 K리그 기사를 한 번이라도 더 클릭하자. 그게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당연히 자극적이면서 논란을 부추기는 기사가 더 눈에 들어오겠지만 이제 이런 마케팅에 놀아날 때는 지나지 않았나. 좋은 기사가 있다면 많은 축구팬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열심히 퍼 나르자. K리그 깎아내리는 기사가 축구 커뮤니티에서 이슈의 중심에 있다는 건 잘못된 일이다.

풍성한 K리그를 위한 캠페인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퍼 나르기를 할 때 좋은 기사는 되도록 해당 언론사 원문 링크를 걸어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좋은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좋지만 포털 사이트에 있는 기사를 클릭해도 해당 언론사 자체적인 클릭수 집계에는 포함이 되질 않는다. 좋은 기사 클릭수가 200~300밖에 되질 않으면 당연히 언론사 편집 데스크에서도 K리그의 심층적인 이야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발로 뛰어 열심히 취재한 좋은 기사가 발로 써 내려간 K리그 폄하 기사보다 반응이 좋지 않다면 상업적으로 봤을 때 좋은 기사를 써야할 명분이 없어진다.

해당 언론사 링크에 비해 토론이 활발한 포털 사이트에서 좋은 뉴스를 클릭했다면 댓글을 꼭 달자. 이제는 K리그 기사에도 “재미있네, 없네”가 아니라 보다 더 진지하고 유쾌한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신인왕 예측 기사가 있다면 그 안에서 “아, 됐고 고무열이 짱”, “님들 이승기 무시하나요?” 등 의견과 여론의 교환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고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진다. K리그 깎아내리는 기사에 수백,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동안 정작 K리그 이야기를 다룬 좋은 기사에 “아싸, 일빠”라는 댓글 하나가 달랑 달려있는 모습은 더 이상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