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선행, 언젠가는 알아 줄 것

프로 스포츠는 연고 지역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아무리 성적이 좋더라도 지역 내 시민들의 사랑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특히나 K리그는 과거부터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축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마다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승부조작 파문으로 잠시 흔들렸지만 이러한 사랑 나누기는 멈추지 않는다. 받은 사랑 이상을 돌려주는 것, K리그가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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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빛가람이 노인 요양원을 방문해 한 할머니의 발을 씻겨 드리고 있다. 경남은 이날 이곳을 방문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진=경남FC)

어제(29일) 경남FC 선수들은 지역 내 한 노인 요양원을 방문했다. 선수단은 물론 코치진과 임직원 등 65명이 요양원을 찾아 청소를 돕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봉사활동을 했다. 손수 모은 용돈을 전달하기도 했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발을 씻겨드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호주 국가대표로 선발된 루크는 휠체어를 끌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산책을 돕기도 했다. 경남은 짧은 휴식 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울산현대도 마찬가지다. 성인정신지체 장애시설을 방문해 식사를 도우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러시앤캐시컵 우승 상급 1억 원을 5개 단체에 나눠 모두 기부하는 ‘통 큰’ 씀씀이도 보여줬다. 경남과 울산뿐 아니라 나머지 K리그 구단 역시 7월 30일부터 8월 8일까지 취소된 올스타 휴식기를 맞아 ‘사랑나눔 릴레이’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고 보육원 어린이 대상 축구 클리닉도 개최한다. 상주상무는 포도밭으로 가 군인답게 ‘대민 지원’에 나서고 성남은 미혼모 복지시설을 방문해 1일 아빠가 된다. 홍철도 아빠 노릇을 해야 한다.

승부조작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K리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각 구단들은 시즌이 끝나면 지역 내 소외 계층을 위해 연탄을 직접 나르는 일도 하고 무료 축구 클리닉을 실시하기도 한다.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를 겪었던 2007년에는 전북과 수원 선수단이 서포터스와 함께 태안을 찾아 직접 기름띠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프로축구연맹 임직원들 역시 복구 작업을 마친 뒤 그해 종무식을 열었다.

선수 개개인의 사회 환원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김병지는 사비를 털어 직접 유소년 축구장을 만들었고 장기 기증 서약서에도 서명했다. 염기훈은 교통사고로 뇌를 심하게 다친 한 어린이를 위해 거액을 기부하고 직접 그를 경기장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유병수는 한 골당 100만 원을 적립해 불우이웃을 돕는 데 썼다. 많은 K리그 선수들이 사회 환원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은 “대단한 일도 아닌데 대단하게 비춰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쑥스러워한다. 이을용은 남 몰래 큰 가뭄으로 고생하는 고향 태백에 큰 돈을 기부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가 태백시장이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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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소아암 어린이를 방문했던 당시 염기훈의 모습. K리그 선수들의 사회 환원 활동에는 베테랑과 신인의 구분이 없다. (사진=수원블루윙즈)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연말에 개최하는 자선축구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됐다. 홍명보 감독은 이 대회를 열면서 지난해까지 모두 11억 1천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 돈은 다문화 가정, 소아암 어린이, 소년소녀가장 지원에 사용됐다. 경기가 열리기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8년째 항상 후배들과 소아암 병동을 직접 찾아 선물을 나눠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홍명보 감독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1억 원 이상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지도층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스포츠 선수 출신 중 최초로 정식 공개 회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정혁과 오장은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스스로의 힘으로 열고 있는 ‘추캥’도 멋진 사회 환원 활동으로 꼽힌다. 누가 남들 돕는 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이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의 의지로 모여 자선 축구 경기를 치르고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모여 작년까지 무려 11년 째 이 자선 경기를 이어오고 있다. 자신들의 힘으로 자선 경기를 열겠다며 거액의 스포츠 용품 후원을 마다하기도 했다. 정혁을 비롯한 ‘원년 멤버’들은 시즌 내내 한 골당 30만 원, 1도움 당 10만 원씩 적립해 지역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지난 해에는 특별히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당한 장병의 가족을 위한 성금도 마련해 전달했다.

누군가의 단점은 커 보이고 장점은 작게 보이는 법이다.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K리그 전체가 비난받고 있지만 이렇게 단점만 바라보기에는 K리그가 우리 사회에 주는 희망의 메시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바라보지 않고 있을 때에도 묵묵히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네티즌 반응까지 다 만들어서 짜고 치는 연예인의 공항패션 보도자료가 매일 언론에 배달되고 있는 동안 이들은 그 흔한 보도자료 한 번 내지도 않는다. 받은 사랑 이상을 돌려주고도 생색 한 번 내지 않는 이들에게 오늘은 박수를 한 번 보내는 게 어떨까.

언젠가는 이 진심이 통할 것이다. 지금은 아픈 시기를 겪고 있지만 K리그가 우리 사회를 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하고 있는 이 노력을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이다. 축구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는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진정 프로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투사로 변신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면 선행을 하는 천사가 되는 이들이 있어 K리그가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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