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사장, 임은주 교수는 부적합하다


강원FC가 대표이사 선임 문제로 시끄럽다. 임은주 을지대학 교수를 대표이사 자리에 앉히는 문제 때문이다.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임은주 교수를 추천했지만 최근 열린 이사회에 참가한 이사들은 그녀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발했다. 오늘(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지만 여전히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아마 적지 않은 소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임은주 교수의 임명을 반대한다. 그녀는 국내 최초로 여성 국제 심판을 지내는 등 훌륭한 축구인이지만 프로축구 구단의 대표이사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부터 내가 임은주 교수의 강원FC 대표이사 부임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권위적인 축구계에서 최초의 여성 CEO를 반대하는 게 자칫하면 성차별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능력에 대한 문제이지 성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 시작하려 한다.

김원동 사장의 아름다웠던 1000일

우선 전임 김원동 대표이사의 이력부터 살펴보자. 그는 축구 행정 전문가다. 1993년 대한축구협회 지원총괄부 부장으로 축구계와 인연을 맺은 뒤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과 사무총장을 거쳐 2008년 11월 강원FC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축구 행정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박식했다. 축구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원동 대표이사는 열악한 환경의 신생팀이 자리 잡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여기 저기 발품을 팔아 스폰서를 직접 구했고 신생팀으로서는 드물게 클럽하우스까지 갖췄다.

김원동 대표이사는 항상 팬들을 먼저 생각했다. 경기가 끝나면 먼 거리까지 원정 온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R리그(2군리그) 경기장에서는 팬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응원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올 초 팬의 요청으로 마련된 선수단의 ‘6강 기원 입수식’ 때는 얼음 같은 경포대 바다에 선수들과 함께 몸을 던지기도 했다. 팬들은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김원동 대표이사를 마치 가족처럼 생각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그는 고향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능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사람이었다. 강원이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만약 김원동 대표이사가 없었다면 강원은 더욱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의 퇴임은 ‘성적부진’이라는 이유로 포장됐지만 따지고 보면 도민구단의 특수성 속에 정치적인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김원동 대표이사가 퇴임하던 날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김원동 대표이사는 프로 구단의 수장이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모범 답안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임은주 교수, CEO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임은주 교수는 전문 경영인이 아니다. 유능한 심판이긴 했지만 프로 구단을 이끌 만큼의 능력은 없다. 대표이사라는 자리는 체육인이라기보다는 기업인에 가깝다. 스폰서를 끌어 들여 돈을 구해야 하고 그 돈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 팬이라는 소비자를 만족시킬 경영 철학도 확고해야 한다. ‘축구황제’ 펠레와 ‘봉이’ 김선달이 나란히 K리그 구단 대표이사 후보에 올랐다면 축구에 대해서는 펠레가 더 많이 안다고 해도 대표이사로는 김선달이 더 적합하다.

임은주 교수는 경영이나 행정 경험이 없다. 아시아축구연맹위원과 아시아축구연맹심판 등을 지냈고 지난 3월부터 을지대 여가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포츠경영이나 스포츠마케팅을 전공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대표이사에 선임되면 무보수로 일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차라리 많은 월급을 받고 그 월급 이상의 일을 해내는 게 더 옳은 방법이다. 무보수로 일한다고 해서 경험 부족이 만회되지는 않는다. 월급을 1천만 원 줘도 아깝지 않을 대표이사가 필요하다. “내가 돈도 안 받고 일하는 데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라는 의식은 위험하다.

그녀는 대표이사 공약으로 이상한 걸 내세웠다. 한국의 여자 월드컵 유치다. 이거 참 황당하다. 강원 대표이사라면 구단을 위한 일을 해야 하는데 여자 월드컵 유치는 강원 구단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 차라리 전용구장 건설에 대해 고민하는 게 더 강원 대표이사다운 행동이다. 임은주 교수는 오히려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일을 하는 게 더 어울려 보인다. K리그와 강원 구단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부족하고 서울 출신으로 강원과는 연관이 없으며 지금까지 강원 구단 주식을 보유한 적도 없다.

낙하산 논란과 정치적 입김

당연히 낙하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임은주 교수는 최문순 도지사가 강력 추천하는 인물이지만 강원 구단에는 적합한 구석이 단 하나도 없다. 그저 ‘최초의 프로 구단 여성 CEO’라는 허울 좋은 명함 말고는 매력이 별로 느껴지질 않는다. 강원이 이런 이미지에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있는 구단인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바닥을 기는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허울 좋은 명함 하나 만들자고 그녀를 무리해서 대표이사 자리에 올릴 필요는 없다. 도민들의 힘으로 탄생한 구단인데 여론의 공감대도 없이 밀어붙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문순 도지사는 강원 구단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인사를 하려하고 있다. 이번에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을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이사회는 임은주 교수 임명을 반대하면서 최흥집 현 강원랜드 대표이사를 새로운 강원FC 대표이사로 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그래서 더 임은주 교수 임명을 강행 처리하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출신 최문순 도지사와 반대로 최흥집 대표는 올해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경선을 펼쳤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도지사 입장에서는 최흥집 대표를 압박해야 자신의 입지가 넓어진다.

어떻게 보면 최흥집 대표는 이사회가 최문순 도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선택한 인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진영 측에서 내세운 후보를 보면 객관적으로 이사회에서 내세운 최흥집 대표가 더 강원FC 대표이사로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정치색을 떠나서도 마찬가지다. 최흥집 대표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강릉에서 대학교까지 나온 뒤 줄곧 강원도를 위해 일했다. 강원도 기획관과 환경관광문화국장, 산업경제국장, 강릉시 부시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지사 등 강원도를 위해 힘쓴 인물이다. 최근 강원랜드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대표이사는 돈을 벌어와야 한다

강원랜드(하이원 리조트)는 강원FC에 연간 4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최흥집 대표가 강원랜드로 부임하기 전인 정무부지사 시절부터 강원FC를 전폭적으로 도운 결과다. 그는 “강원랜드는 강원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원FC만한 게 없다. 이왕 투자하는 거라면 확실하게 강원FC에 투자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자”고 강원랜드를 설득했다. 창단 첫해 20억 원을 지원하던 강원랜드는 이후부터 40억 원씩 매년 강원FC를 지원하는 중이다. 최흥집 대표는 물론 강원F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최흥집 대표가 강원FC 대표이사로 선임된다면 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열악한 구단 특성상 대표이사는 항상 금전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최흥집 대표만큼 적합한 인물이 또 있을까. 다가올 승강제에서 강등의 위험에 직면한 강원으로서는 스폰서 수익으로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만약 강원FC에 경영 능력이 부족한 대표이사가 자리한다면 팀이 강등 당했을 때 스폰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이사는 장사를 잘해야 한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흥집 대표는 현재 최문순 도지사와 정반대편에 서 있다. 만약 최문순 도지사가 일방통행식 인사를 고집해 자신이 원하는 이를 강원FC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다면 그만큼의 출혈도 감수해야 한다. 강원랜드가 강원FC에 연간 40억 원의 지원을 끊을 경우 이를 보완할 대안은 있나. 강원랜드는 현재 강원FC 운영의 중요한 자금줄이다. 메인 스폰서와의 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하고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힌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정 최흥집 대표가 싫거든 임은주 교수처럼 자격이 부족한 인물 말고 그 이상 능력 있는 이를 추천하라. 그러면 나도 그 인물을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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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동 대표이사가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날,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강원FC의 새로운 대표이사는 김원동 전임 대표이사처럼 훌륭한 능력과 인성까지 겸비해야 한다. (사진=강원FC)

강원FC, 부디 현명한 선택하기를

강원FC는 김원동 전임 대표이사 같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 돈을 구하러 여기저기 체면 불구하고 뛰어다녀야 하고 선수들과 팬들에게는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고 대할 줄 아는 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강원FC와 어떤 인연도 맺지 않았던 이가 뚝하니 하늘에서 떨어져 경영 최일선에 서는 모습은 원치 않는다. 또한 지금까지 경영에는 한 번도 참여해 보지 않았던 이가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팀을 위기에 빠뜨리는 모습도 원치 않는다. 언제까지 시·도민구단이 정치적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야 할까.

오늘 열릴 이사회에서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해 강원FC를 사랑하는 이들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강원FC 대표이사는 단순히 경력 한 줄 쌓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금까지 고향을 위해 일했고 강원FC를 지원하면서 구단 주식까지 보유한 이와 서울 출신으로 행정 경험이 부족하고 강원FC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이 중 누가 더 강원FC 대표이사로 적합할까.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을 최문순 도지사만 모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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