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티아깅요, 경기 후 두 시간 만에 아내 만난 극적인 사연

2025-11-23     김현회 기자
도핑 테스트 마무리 후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천 티아깅요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부천=김현회 기자] 부천 티아깅요가 무려 두 시간 만에 아내를 만나게 됐다. 

부천FC와 화성FC는 23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K리그2 2025 맞대결에서 0-0으로 비겼다. 부천은 전반 14분 이재원이 퇴장 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실점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무승부로 부천은 최근 8경기 연속 무패(5승 3무)를 이어나가게 됐고 화성은 다섯 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부천은 19승 10무 10패 승점 67점을 기록하며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다. 화성은 9승 13무 17패 승점 40점으로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경기 후 모든 취재를 마친 뒤 경기장을 떠날 무렵 한 선수가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축구화를 신은 채 복도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바로 티아깅요였다. 옆엔 구단 통역이 함께였다. 티아깅요는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를 하며 웃었다. 구단 통역은 “두 시간이나 걸렸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알고보니 이날 티아깅요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불시 도핑 테스트 대상자로 선정됐다. KADA는 불시에 경기장을 방문해 경기 후 도핑 테스트 대상자를 지목한다. 구단에서도 KADA의 방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KADA 측에서 경기장에 오면 그때 인지할 정도로 모든 건 은밀하게 진행된다. 

도핑 테스트 대상자가 되면 경기 종료 후 KADA 직원이 밀착한다. 개별적으로 화장실에 가거나 누군가와 접촉할 수 없다. 소변 샘플을 채취하는 걸 KADA 직원이 직접 확인한 뒤에 퇴근할 수 있다. 경기 중 수분이 많이 빠진 선수들은 소변 샘플 채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원정 팀 선수 중 도핑 테스트 대상자가 선정되면 원정버스를 함께 타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구단 직원이 기다렸다가 따로 이동 수단을 마련해 이동하기도 한다. 도핑 테스트 대상자가 되는 순간 이른 시간 퇴근은 어려워진다. 

경기 후 부천은 티아깅요를 포함해 네 명의 선수가 도핑 테스트 대상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티아깅요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4시에 도핑 테스트실에 들어간 뒤 37분 만에 모두 소변을 보고 퇴근했다. 이마저도 KADA 직원이 직접 선수들의 소변 채취 장면을 확인해야 해 순서대로 소변을 본 것이다. 그런데 티아깅요는 도무지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티아깅요는 도핑 테스트실에 앉아 쉴 새 없이 물을 마셨고 에너지 드링크를 들이켰다. 결국 티아깅요는 4시에 도핑 테스트실에 들어가 6시 2분에 도핑 테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티아깅요가 도핑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자 부천 구단 직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티아깅요는 웃으면서 부천 구단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공격 포인트를 했을 때 이상으로 밝은 표정이었다. 부천 구단 관계자는 “역대급 도핑 테스트였다”면서 “이렇게 두 시간씩 걸린 적은 처음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티아깅요는 아예 구단 사무국 안으로 들어와 직원들과 밝은 표정으로 성공적인 도핑 테스트 완료 세리머니를 하며 웃었다. 경기는 4시에 끝났지만 티아깅요는 오후 6시가 넘은 시간까지 축구화도 벗지 못하고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가장 기뻐한 건 티아깅요의 아내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티아깅요의 아내는 경기 종료 후 경기장 한켠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남편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다 퇴근해도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남편의 도핑 테스트 지목 소식을 접한 티아깅요의 아내는 이후 아예 구단 사무실에 들어와 남편을 기다렸다. 두 시간 만에 “티아깅요가 소변을 봤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박수를 쳤다. 이후 구단 사무실에서 그녀는 남편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아내는 티아깅요의 가방과 운동화 등을 들고 남편을 맞았다. 티아깅요가 소변을 성공적으로 보면서 부부는 두 시간 만의 재회가 이뤄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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