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박재용과 안재준, 황선홍호 이끌 훌륭한 공격 자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이 최종 명단을 확정했다.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2명의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황 감독은 22명의 최종명단에 3명의 와일드카드(24세 초과)로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 설영우(울산)를 선택했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들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는다.
이번 대회는 직전 대회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보다 두 명이 늘어난 최종 명단을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황선홍 감독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차출이 쉽지 않은 유럽파 공격수를 대신해 K리그2 공격 자원을 발탁했다. 황선홍 감독은 공격수로 K리그2 FC안양 박재용과 부천FC 안재준을 뽑았다. K리그1에서 활약 중인 파괴력 있는 공격수들을 제외하고 K리그2 공격수 두 명으로 전방을 채웠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 이강인(PSG)과 송민규(전북), 조영욱(김천), 엄원상(울산), 고영준(포항),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정호연(광주) 등이 포진한 중원은 화려함을 갖췄다.
의아하지만 이해도 되는 황선홍호의 와일드카드
다소 의아한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번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세 명은 K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인 건 분명하다. 박진섭과 백승호, 설영우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와일드카드가 너무 수비적인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건 다소 의아하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진섭은 아마 이번 대표팀에서는 중앙 수비진에서 리딩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수비 파트너로 이한범과 이상민, 이재익 등이 경쟁을 펼칠 것이다. 박진섭의 발탁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과거 음주운전으로 파문을 일으킨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도 되는지도 의문이다. 누군가는 음주운전으로 선수 생활을 사실상 마감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팀에 가는 선수도 있다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
풀백에 와일드카드를 선발한 건 다소 의외다. 설영우의 기량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설영우가 와일드카드까지의 특별한 기량을 가졌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대급’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무리다. 이미 오른쪽 측면에 황재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왼쪽을 이태석으로 채우는 방안도 있었지만 황선홍 감독은 설영우를 뽑고 이태석을 제외했다. 설영우는 왼쪽 측면에서도 뛸 수 있지만 오른쪽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다소 의아한 면이 있지만 황선홍 감독의 선택을 존중한다. 중원에서 김봉수(제주)가 빠졌다는 점이 아쉽다. 김봉수는 지난 세 시즌 동안 K리그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이름값은 떨어질 수 있어도 국군체육부대에 발탁될 만큼 기량은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봉수는 결국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황선홍 감독은 중원에 와일드카드로 백승호를 올렸다. 황선홍 감독이 정통 공격수를 두 명만 뽑은 걸 보면 아무래도 4-2-3-1이나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할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가 세 명이 필요한 전술이다. 김봉수가 떨어진 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정호연이나 고영준 등을 빼기에는 어려웠을 것이다. 백승호의 발탁은 한 편으로 보면 ‘그 자리에 좋은 선수가 많은데 굳이 와일드카드로 중앙 미드필더를 뽑았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 명의 미드필더를 쓰려면 와일드카드 한 자리가 여기에 들어가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공격적인 이강인과 고영준 등을 활용하려면 그 뒤를 받치는 미드필더가 필요하기도 했다.
최전방 공격수, 왜 K리그2에서 두 명을 뽑았을까?
가장 말이 많이 나오는 건 최전방 공격수다. 해외파도, 그렇다고 K리그1 선수도 아닌 K리그2 공격수 두 명만을 뽑았기 때문이다. 일부에는 주민규와 오현규, 오세훈, 천성훈, 이호재 등을 거론하며 ‘왜 이 선수를 안 뽑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지금 명단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일단 병역을 마친 선수는 소속팀에서도 차출이 어렵다. 9월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하는 팀에서는 아시안게임에 선수를 내줘야 할 이유가 없다. 주민규와 오현규, 오세훈 등은 이미 군대를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주민규와 오현규 투톱을 보고 싶지만 이건 현실성이 없다.
천성훈과 이호재는 병역 미필에 현재 K리그1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이다. 나 역시 이 둘 중 한 명이 최종 명단에 오르고 박재용과 안재준 중 한 명이 경쟁에서 이겨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그림을 생각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박재용과 안재준을 뽑았다. K리그1에서 올 시즌 5골씩 넣으며 기량을 인정받은 천성훈과 이호재를 대신해 인지도에서 떨어지는 선수들을 발탁했다. 현 소속팀만 놓고 본다면 최전방 공격진이 부실해 보일 수도 있다. K리그2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면 영 성에 차지 않는 선발일 수도 있다. 인천과 포항의 공격수를 놔두고 안양과 부천의 공격수를 뽑은 건 파격적이긴 하다.
황선홍 감독은 원톱 전략을 추구한다. 현재 미드필드로 분류되긴 했지만 송민규와 엄원상, 정우영, 조영욱 등은 사실상 윙포워드로 분류해야 한다. 공격수가 박재용과 안재준 단 둘만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양쪽 윙포워드를 활용하면 최전방 공격수는 한 명만 필요하다. 공격수를 세 명 이상 뽑는 것보다는 두 명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회 도중 한 명이 부상을 당하면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모험이지만 그의 모험을 존중한다. 일단 공격수로 두 명만 뽑은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차피 이 둘이 투톱으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들은 번갈아 스리톱의 꼭짓점 역할을 할 것이다.
안재준과 박재용의 소속팀 감독이 말하는 이들의 장점
그렇다면 왜 천성훈이나 이호재가 아닌 박재용과 안재준이 포함됐는지를 따져보자. 이건 누구보다도 이 선수들의 장점을 잘 아는 소속팀 감독들과 대화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둘의 발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14일 <스포츠니어스>는 부천FC 이영민 감독, FC안양 이우형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부천 이영민 감독은 안재준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영민 감독은 “(안)재준이는 힘과 스피드가 좋고 득점력까지 갖췄다”면서 “상대 수비 라인을 깨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런 장면이 나올 때면 포항 김승대의 플레이를 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힘과 스피드가 있는 선수들은 기술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재준이는 기술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민 감독은 “재준이는 내가 측면 공격수로도 써보고 중앙 공격수로도 써봤는데 중앙 공격수가 더 낫다”면서 “그래서 올해는 꾸준히 스트라이커로 활용 중이다. 수비 라인을 깨는 능력이 있다 보니 상대 수비수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우리의 동계 연습경기에서도 재준이가 골을 엄청 많이 넣었다. 뛰는 양도 많은 선수다. 데이터로 나와 있다. 미드필더가 12km를 뛰는 경기라면 공격수인 재준이도 12km를 뛴다. 최전방 공격수가 미드필더만큼 뛴다는 건 엄청난 거다. 체력이 좋다. 물론 아직 세밀함은 부족하다. 그거까지 갖췄으면 완벽한 공격수 아닌가”라고 웃었다. 이영민 감독은 안재준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1999년생까지 나갈 수 있는 대회에서 2001년생인 안재준이 뽑힌 건 두 살이나 월반한 것이다”라면서 “그 나이 대에는 두 살 차이가 대단히 크지만 안재준이 이 약점을 극복하고도 뽑혔다는 점은 그만큼 황선홍 감독이 안재준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2021년 부천FC에 입단해 19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던 안재준은 지난 해에는 24경기 출장 4골을 기록하더니 올 시즌에는 14경기에 나서 6골 3도움을 올렸다. 이영민 감독은 “9월이면 우리도 한참 리그에서 순위 경쟁을 해야할 시기인데 안재준을 내준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라면서 “한 달 동안 안재준 없이 리그에 임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 둘을 과감하게 발탁한 이유
FC안양 이우형 감독도 박재용이 뽑힐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이우형 감독은 “(박)재용이는 예전 (조)규성이를 보는 것 같다”면서 “내가 FC안양 감독에서 한발 물러나서 FC안양 강화부장으로 경기를 쭉 봤을 때 규성이는 매 경기를 치를 때마다 성장 속도가 느껴질 정도였다. 조만간 더 큰 무대로 금방 올라갈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재용이가 그렇다. 규성이하고 비슷한 게 많다. 가르치면 그대로 흡수한다. 규성이처럼 성장하는 속도가 빠르다. 당장은 왜 K리그1 공격수를 안 뽑고 K리그2 공격수를 뽑았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아주 가까운 미래에 재용이는 엄청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시안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우형 감독은 “재용이는 190cm가 넘는 신장에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제공권과 연계 플레이에 능하고 슈팅이 간결하다”면서 “요즘은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좋아졌다. 아마도 황선홍 감독은 두 명의 공격수 자리를 놓고 고민하면서 한 명은 재준이로 결정하고 재용이와 천성훈, 이호재를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재준이는 스타일이 다르고 나머지 셋은 스타일이 엇비슷하다. 이 셋 중 한 명만 데리고 간다고 고민했을 때 재용이가 경쟁력에서 밀릴 게 전혀 없다. 이미 황선홍 감독이 중국에 데리고 가 다같이 기량을 점검해 봤다. 감독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재용은 지난 해 FC안양에서 데뷔해 21경기 2도움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16경기에 출장해 6골 1도움 중이다.
이영민 감독은 “이호재와 천성훈 등도 훌륭한 선수들이고 K리그1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지만 재준이와 재용이는 K리그2에서 꾸준하게 뛰고 있다. 그 점을 황선홍 감독이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감독 모두 황선홍 감독과 직접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구보다도 박재용과 안재준을 잘 아는 지도자들에 따르면 이 둘은 ▲꾸준히 리그 경기를 소화했고 ▲원톱으로서의 장점이 명확하고 ▲스타일이 다르며 ▲성장세가 가파르며 ▲비슷한 스타일의 경쟁자들과 비교해 경기 체력이 꾸준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천성훈과 이호재 등을 아시안게임에서 볼 수 없는 건 아쉽지만 박재용과 안재준은 K리그2에서 뛴다고 평가절하될 선수는 아니다. 물론 이제 이 선수들이 동료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황선홍 감독이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
안재준과 박재용, 황선홍호 책임질 좋은 공격 자원
흥미로운 건 안재준과 박재용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소속팀 두 감독이 같은 듯 전혀 다른 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이우형 감독과 이영민 감독은 “이 둘을 활용한 투톱은 어렵다”면서 “아마도 원톱으로 번갈아 경기에 임하는 전략을 쓸 것 같다”고 같은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이영민 감독은 “아무래도 스피드가 있는 재준이가 전반전에 선발로 나서 상대 수비수들의 체력을 빼놓고 후반에 제공권이 좋은 재용이가 들어가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여기에 이우형 감독은 “나는 반대라”라면서 “재용이가 선발로 경기에 나가서 싸워주고 재준이가 후반에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웃었다. 이 둘은 그러면서 “황선홍 감독이 알아서 잘 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명단이더라도 지도자들의 의견은 이렇게 엇갈렸다. 다만 이 두 감독은 자신의 제자여서가 아니라 이 두 선수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다가올 9월 치열한 순위 싸움을 앞두고 주축 공격수를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대회에 내준다는 게 뼈아프지만 그럼에도 이 둘의 발전을 위해 발탁에 동의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다소 생소한 선수들일 수 있지만 박재용과 안재준은 하부리그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아온 선수들이다. 아시안게임에 나갈 충분한 자격이 있다. 이번 최종 명단을 보면 다소 의아한 면도 있지만 황선홍 감독의 고심이 보인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이 최종 명단을 존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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