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승부조작 주도 중국 폭력조직, 대거 제주도로 이동

2023-06-23     김현회 기자
K리그 부정 방지 교육 중 한 장면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2일 <중국의 승부조작, 우리도 조심해야 하는 이유>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중국 당국은 작년 11월 남자 국가대표팀의 리톄 전 감독에 대한 기율·감찰위의 조사를 시작으로 축구 비리 척결에 나서고 있다. 중국에선 부패 등의 혐의를 조사할 때 '기율·법률 위반'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기율·감찰위 조사를 거치면 검찰 등에 넘겨져 수사를 거친 뒤 기소된다. 리 전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중국 대표팀의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중국 축구에 능통한 관계자는 “리톄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을 때 승부조작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사형을 구형받았다는 말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구형’과 ‘집행’은 다르다. 폐쇄적인 중국 축구는 이후 수사 결과를 명명백백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국가대표팀 감독도 승부조작으로 입건된 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이다. 여기에 리톄 감독 사건과는 별개로 산둥 루넝(현 산둥 타이산)도 지난 3월부터 선수들이 줄줄이 승부조작과 관련돼 공안에 잡혀갔다. 

산둥에서 뛰고 있는 중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우싱한을 비롯해 중국 국가대표 다린, 진징다오 등 산둥 소속 선수들이 대거 체포됐고 상하이 선화 소속인 주젠룽, 쑨스린, 친솅 등 다른 팀 선수들도 모조리 잡혀갔다. 이와는 별개로 선전FC 역시 사장부터 줄줄이 승부조작 및 뇌물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중국 소식에 밝은 관계자들은 “중국 매체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공안이 잡아들인 거물이 한둘이 아니다”라면서 “중국 축구에 승부조작이 만연해 있다는 걸 중국 무대를 경험한 이들은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 뿐 아니다. 지난 4월 중국 프로농구 경기 도중에도 승부조작 사실이 발각됐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상하이와 장쑤의 2022∼2023시즌 성적은 삭제됐고 플레이오프에서 제외됐으며 500만 위안(약 9억 원)의 벌금과 양 팀 코칭스태프 5년 자격정지 중징계가 내려졌다. 지금 중국 스포츠 전체에 승부조작이 만연해 있다는 건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특성상 언론에 보도되지 않고 수사에 들어간 승부조작 사건도 많다. 중국 축구 승부조작 관련 에이전트와 이를 주도한 폭력 조직 중 상당수는 해외로 도주했다. 잡히면 5년형 이상의 징역을 살거나 사형까지 피할 수 없는 중범죄자들이 도주한 것이다. 

지난 2015년 FC서울과 수원삼성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부정 방지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나는 당시 칼럼을 쓰면서 이 도주 세력이 한국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2011년 K리그에서 대대적으로 승부조작이 적발될 당시 중국 폭력 조직 등이 브로커를 앞세워 선수들을 매수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브로커로 활동했고 브로커는 폭력 조직(불법 온라인 사이트 업체)과 선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이들은 중국 시장에서 한창 승부조작으로 해먹다가(?) 공안의 단속으로 시장이 위축되자 한국을 타겟으로 했다. 이후 이들은 국내 폭력 조직과 합세해 한 번 승부조작에 발을 내딛은 선수들을 협박했다. 선수들이 조직 폭력배로부터 협박을 당할 때 중국어를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미 2011년 한 차례 중국에서 도주한 폭력 조직이 한국에서 씻을 수 없는 승부조작의 상처를 입힌 바 있다. 이후 한국 축구는 죽다 살아났다. 아직까지도 당시의 아픔은 잊혀지질 않는다. 지난 2일 ‘중국 폭력조직이 한국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는 내용의 칼럼을 쓴 것도 2011년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 이들은 당연히 주변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한국이 그들의 또 다른 무대가 될 가능성은 이미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도는 누구라도 예측이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그냥 원론적인 예측 내지는 걱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스포츠니어스>에서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현재 중국에서 승부조작을 주도한 뒤 발각돼 도주한 조직폭력 세력이 벌써 한국에 잠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소는 제주도다. 제주도는 현재 외국인들이 비자 없이 입국해 30일간 체류할 수 있다. 2002년 도입된 제주도 무비자 입국제도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2019년 기준 제주도 무비자 입국 외국인 가운데 98%는 중국인이었다. 취재 결과 중국 폭력조직원들은 공안에게 체포될 위기에 놓이게 되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대거 몰려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30일간 체류 기간이 지나면 신분을 숨기고 불법 체류 형태로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다.

현재 이들은 제주 지역내 폭력조직과 교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최소 징역 5년형, 최대 사형을 선고받을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제주도에서 쇠소깍과 도깨비 도로를 구경하고 오는정 김밥을 먹고 제주유나이티드 경기를 응원하다가 연돈에 줄을 선 뒤 이를 포기하고 숙소에서 얌전히 맥주 한잔하며 시간을 보내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한국에서 하려는 것이다. 선수를 매수하고 승부조작으로 큰 돈을 벌려는 것이다. 중국에서 하던 일을 장소를 옮겨서 할 뿐이다. 매수된 선수가 승부조작에 실패할 경우 살해 협박을 일삼을 것이다. 2011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부천FC 팬들의 승부조작 사면 반대 걸개 ⓒ 스포츠니어스

현재 제주도로 대거 유입된 중국 폭력조직은 2011년 당시 멤버들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한 세대가 지났다. 제주도와 한국에 대해 적응하는 단계를 거치고 이후 지역내 폭력조직에게 범행 수법 등을 가르치며 ‘콜라보’를 진행한다. 2011년 승부조작에 대해 잘 몰랐던 국내 폭력조직은 중국 폭력조직이 인천을 통해 들어온 뒤 범행 수법을 배워 승부조작을 저질렀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러 있는 중국 폭력조직은 제주도만을 범행 장소로 정해놓지 않았다. 호시탐탐 육지로 올라갈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이 열악한 K3리그나 K4리그부터 시작해 대한민국 최상위 리그도 승부조작으로 쑥대밭을 만들 능력(?)은 충분하다. 

이들은 중국에서 국가대표 선수도 매수하고 심지어 국가대표팀 감독까지도 매수해 승부조작에 동참시킨 바 있다. 굵직한 선수에게는 경기당 200만 위안(3억 6천만 원)에서 300만 위안(5억 4천만 원)까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다섯 경기에 승부조작에만 참여해도 20억 원이 넘는 돈을 번다. 처음에는 승부조작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선수들이 인생을 망친 범법자다 되는 건 순식간이다. 중국보다 승부조작 시장이 작은 한국에서는 억 단위가 아니어도 선수 포섭이 가능하다. 한국 축구가 최근 A매치 네 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한국 축구의 위기를 논하는 이들이 있지만 진짜 큰 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제주도에서 범죄를 준비하는 중국 폭력조직은 한국 축구를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 

현재 프로축구연맹도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에서 도망친 뒤 제주도로 입국한 중국인 폭력조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단순히 선수들에게 ‘승부조작 하면 안 된다’고 교육만 강화해서는 막기가 어렵다. 이미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포섭해 크게 한탕 친 이들에게 순수한 K리그 선수들은 너무나도 쉽게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는 연맹이나 대한축구협회가 아니라 사법 당국에서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일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무비자로 한국 땅에 들어와 범죄를 공모하고 있다. 한국 축구가 진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일을 해결해야 한다. 중국의 폭력조직이 한국 축구를 망치려고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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