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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홍인택 기자] 프로 팀에서 감독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한 이들은 저마다 불만이 있다. “감독이 나를 싫어해서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고 감독 탓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백업 멤버로 있다가 팀을 떠난 선수,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던 선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선수, 임대로 와 잠깐 팀을 경험한 선수가 한 목소리로 감독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어렵게 용기를 내 부당했던 지난 1년의 시간에 대해 고백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내셔널리그 김해시청 윤성효 감독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취재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윤성효 감독과 김해시청을 향해 “몇 번 가지고 놀다가 싫증난 장난감 취급을 당하며 쫓겨났다”고 했다.

방출 선수에게 사직서 강요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전반기에서 김해시청은 승승장구하며 1위를 내달린 뒤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 휴식기를 이용해 강원도 양구에서 리그컵의 일종인 내셔널 선수권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전반기에 집중한 김해시청은 이 대회에서 주전을 기용하면서도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자 윤성효 감독은 곧바로 칼을 내뺐다. 여러 선수들을 지목하며 “팀에서 나가라”고 했다. 리그에서도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서 패한 건데도 “백업 멤버가 안 좋다”면서 경기에도 나가지 않은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리그가 개막하고 불과 넉 달이 지났을 뿐인데 무려 14명의 선수가 짐을 싸야했다. 리그 1위 팀에는 이렇게 칼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문제는 계약 해지 과정이다. 내셔널리그는 장기 계약 없이 선수들이 1년 단기 계약을 맺는다. 매 시즌 시작 전에 1년 연봉을 협상한 뒤 사인하는 방식이다. 당시 팀을 떠나야 했던 A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 여기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사인을 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으니 그 순간 계약 종료라고 했다.” 구단에서 방출을 결정하고 자유 계약으로 풀어주는 게 아니라 사직서를 굳이 받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잔여 연봉을 주지 않고 팀에서 내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김해시에서 운영하는 김해시청은 퇴사 문제에 민감했다. 1년 단기 계약을 맺은 선수들에게 시즌의 절반을 채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직서를 강요했다. 이 사직서 강요를 거부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게 선수들의 이야기다.

중간에 팀을 떠나야 했던 선수들은 잔여 연봉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이때 팀을 떠나야 했던 B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보통 프로에서도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면 잔여 연봉을 100%는 주지 않더라도 절반은 준다. 1년 계약이 있으니 이 계약서를 앞세워 싸우면 선수가 이긴다. 팀에 버티고 있어도 된다. 하지만 상대가 윤성효 감독이다. 이미 대학 무대와 프로 무대에서도 이름난 감독이고 워낙 발이 넓다. 혹시 이 좁은 축구계에서 무슨 해코지라도 당할까봐 반강제로 사직서를 썼다.” 당시 결혼을 앞둔 선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선수도 시즌 도중 방출을 통보받고 사직서를 썼다. “곧 결혼해야 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팀을 나가는 건 너무하다”면서 “남은 월급의 반이라도 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지만 윤성효 감독의 입장은 단호했다. “나가라”는 대답 뿐이었다.

김해시청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내셔널리그

이어지는 선수들의 충격 폭로

훈련을 준비하다가 당일에 방출 통보를 받은 선수도 꽤 있었다. C도 마찬가지였다. C는 훈련을 준비하다가 윤성효 감독도 아닌 이길용 코치를 통해 “짐을 싸서 지금 팀을 떠나라”는 소식을 접했다. 베테랑이었던 C는 지도자 자격증도 갖춘 상태에서 은퇴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윤성효 감독에게 마지막 인사는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 이길용 코치에게 “감독님께 인사 드리고 가겠다”고 했더니 이길용 코치가 중간에서 막았다. “감독님은 나가는 선수 얼굴은 미안해서 못 보니 그냥 조용히 나가는 게 나을 것 같다.” C는 “지도자로도 일할 수 있게 배려해주겠다고 약속했던 분이 하루아침에 나에게 방출 통보를 했다는 게 너무 서운했다”고 했다. C 역시 나오는 길에 구단에서 강요한 사직서를 쓰고 6개월치 연봉을 포기해야 했다.

윤성효 감독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는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곧바로 팀을 떠나야 했다. D는 부상을 안고도 윤성효 감독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 이기면 1위를 확정짓는 경기에서 1-1로 비긴 뒤 윤성효 감독으로부터 온갖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윤성효 감독은 줄곧 주전으로 뛰던 D를 마지막 경기에서 아예 백업 명단에도 넣지 않았다. D가 직접 윤성효 감독을 찾아가 “혹시 제가 무슨 잘못한 게 있느냐”고 묻기도 했지만 윤성효 감독은 “그런 거 없다”고 했다. 아예 백업 명단에서도 빠진 D는 그제야 부상 사실을 알렸다. “사실은 아픈 걸 참고 뛰었는데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훈련을 하루 쉬고 싶습니다.” 그러자 윤성효 감독은 다음 날 훈련 전에 선수들을 모아 놓고 D를 앞에 세웠다.

이때 D는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 윤성효 감독이 “네가 아픈데 집어봐”라고 해서 발목을 짚으니 선수들이 다 있는 앞에서 욕을 했다는 게 선수들의 말이다. “야 네들이 보기에 이 새X 진짜 아픈 거 같아? 야 이 새X 내보내.” 결국 D는 이날 짐을 싸서 곧바로 팀을 떠나야 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고 D에게는 엄연한 계약도 남아 있었지만 윤성효 감독의 한마디에 곧바로 쫓겨났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성인 선수를 무슨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버리듯 한다. 윤성효 감독이 나가라면 그날 나가는 거다.”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팀을 떠난 선수는 갈 곳이 없다. D는 이때를 끝으로 아직 창창한 나이지만 현역 생활을 끝내야 했다. 현재는 군 입대를 알아보고 있다.

김해시청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내셔널리그

연봉 협상 해보려다 내쫓긴 선수?

E의 상황은 더 황당하다. 프로 경력도 있던 그는 지난 7월 시즌 도중 팀에 합류했다. 윤성효 감독이 “내년에는 돈을 많이 챙겨줄 테니 일단 올 시즌 후반기는 이것만 받고 같이 하자”고 설득했기 때문이다. E는 돈을 포기하고 6개월을 김해시청에 투자하기로 했다. 주변 이야기로는 “연습생 수준으로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E는 김해시청에서 줄곧 활약한 뒤 시즌을 마쳤고 마침내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온 코치는 E가 생각한 것보다 터무니없는 연봉을 제시했다. E는 “내 생각과 너무 다르다. 나는 윤성효 감독한테 올 시즌만 잘 끝내면 그래도 연봉을 꽤 올려 받기로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안 되면 몇 백만 원이라도 올려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코치는 윤성효 감독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믿을 수 없었다. “감독님이 너 그냥 팀에서 나가래.” 프로 무대도 경험한 E는 “아니. 연봉을 그래도 좀 협상하고 싶었다”고 했지만 윤성효 감독은 조금의 협상도 없이 E와 작별했다. 그래도 올 시즌에는 좋은 대우를 받으며 팀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E는 갑자기 갈 팀이 없어 현재는 K3리그에서 뛰고 있다. 김해시청은 지난 시즌 이렇게 희생한 선수들 덕분에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늘 중하위권을 맴돌던 팀이 대단한 성적을 냈지만 놀랍게도 지난 시즌 28명의 선수 중 올 시즌에도 남은 선수는 단 두 명에 불과하다. 26명의 선수는 사라지고 없다.

더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선수도 있다. F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결혼식을 준비했다. 팀에 헌신한 F는 플레잉코치 제안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신혼집도 당연히 김해에 구했다. F는 시즌 도중 “아직 지도자 자격증이 없으니 플레잉코치를 하면서 자격증을 따겠다”는 말을 윤성효 감독이 보는 앞에서 했고 윤성효 감독도 문제 제기 없이 넘어갔다. 지난 11월에 내셔널리그 선수들 중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이들만 한 데 모아 강습회를 했지만 F는 “결혼 준비를 해야한다. 3월 강습회에 참가하겠다”고 했고 그렇게 시즌이 끝났다. 하지만 F는 이후 구단으로부터 다시 들어오라는 통보는 전혀 없었다. 김해시청은 “3급 자격증도 없는 선수를 코치로 쓸 수 없으니 자격증을 따면 그때 연락하라”고 했다.

이적할 거면 연봉 절반 내놓으라?

하지만 플레잉코치는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도 가능한 직책이다. 구단에 헌신했지만 결국 하루아침에 외면 당한 F는 직접 허성곤 김해시장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허성곤 시장은 “윤성효 감독이 이 선수가 개인 사업을 한다고 그냥 팀을 나갔다고 했다”는 말을 꺼냈다. F는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이 전혀 없다. 하지만 F가 억울하다는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김해시청 홈페이지에도 글을 남겼지만 시청 측에서는 이 글을 삭제한 뒤 뚜렷한 답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 F는 신혼집을 김해에 구했지만 현재 다른 지역 K3리그 팀에서 뛰고 있다. F는 “지난해 11월에 지도자 자격증을 무조건 취득해야 한다고 했으면 결혼식을 미루고서라도 자격증을 바로 땄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배려해주는 것처럼 하다가 이렇게 갑자기 자격증 핑계를 대니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도 위협을 받은 선수도 있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뛴 G는 몇 안 되게 윤성효 감독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았다. 시즌이 끝난 뒤 휴가를 보내고 있던 G는 좋은 골키퍼가 있어 윤성효 감독에게 추천을 했다. 윤성효 감독에게 메시지를 통해 “이 선수가 실력도 좋으니 한 번 검토해 보시라”고 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은 이 메시지를 보고 화가 폭발했다. “선수가 감독에게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것이었다. G는 전화를 통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고 다른 팀을 알아봐야 했다. 그런데 마침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팀에서 G에게 영입 제안을 보냈다. 실력이 괜찮은 G가 계약 만료로 김해시청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연락이 온 것이었다. G는 일사천리로 새 팀과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윤성효 감독이 다시 코치를 통해 G에게 “팀에 복귀해 재계약을 완료하라”고 통보해 왔다. G는 “김해시청에서 방출 통보를 받아서 다른 팀과 계약 이야기를 다 끝냈다”고 했다. 내셔널리그에는 ‘2년룰’이 있다. 팀이 먼저 선수를 방출하거나 재계약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선수는 팀에서 1년만 뛰고 이적할 수는 없다는 조항이다. 신인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내셔널리그 10년차인 선수도 동일하게 적용받는 조항이다. 김해시청 측은 G가 다른 팀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자 “‘2년룰’이 있으니 보상금으로 다른 팀에서 받기로 한 연봉의 절반을 내놓고 가라”고 했다. G도 화가 나 윤성효 감독의 이 이야기를 전한 코치와 전화로 10분을 싸웠다. G는 “김해시청에서 계약 만료 통보를 받고 다른 팀과 접촉했으니 ‘2년룰’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해시청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내셔널리그

그럼에도 김해시청이 선수를 수급하는 이유

G가 이 팀을 떠나려고 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수들을 다 내보내고 서너 명이 남았을 때였다. 나도 곧 그 선수들처럼 하루아침에 버려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음에는 내 차례라는 게 뻔히 보였다. 그래서 그러기 전에 무조건 다른 팀으로 가고 싶었다.” 내셔널리그 측에서는 상황을 따진 뒤 김해시청이 G에게 구두로 계약 만료를 통보했으니 팀을 옮겨도 좋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G는 그렇게 김해시청을 떠날 수 있었다. G는 김해시청 생활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끼리는 서바이벌이라고 했다. 한 경기만 잘못하면 그냥 바로 쫓겨나는 팀이다. 우리는 윤성효 감독을 독재자라고 불렀다.” 계속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이의 말이라면 미운 감정에 그럴 수 있다고 흘려 들을 수도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이 주전이었고 이미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다. 그들의 말을 허투루 들을 수는 없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윤성효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로 김해시청을 가득 채웠다. 최근 들어 축구계에서 김해시청을 보는 눈은 곱지 않다. 일선 지도자들도 “어차피 7월이 되면 절반을 쫓아낼 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또 선수들이 윤성효 감독을 믿는 이유는 뭘까. 일단 안정적이지 않은 내셔널리그와 K리그 백업 선수들에게 솔깃한 제안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 취업이다. 김해시청 측은 “여기에서 활약하면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에 특채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K리그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내셔널리그 문을 두드리는 이들에게는 공기업 취업 만큼 솔깃한 것도 없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선수들에게는 이 도시개발공사 특채 취업이 꽤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도시개발공사는 수년 전부터 특채가 아닌 공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김해시청 축구단에서 뛰었다고 이 곳에 특채로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선수들은 이 제안에 혹한다.

또 하나 윤성효 감독이 대학 무대와 프로 무대에서 이름난 지도자라는 점도 김해시청에 입단하는 선수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지난 시즌 7월 14명의 선수를 내보내고도 13명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마친 선수들을 비롯해 프로에 있다가 6개월 정도 쉰 선수들도 윤성효 감독의 명성 때문에 김해시청으로 왔다. 프로에서 임대로 데려온 이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을 믿고 한 번 해보겠다고 김해시청으로 왔던 한 선수는 현재 ‘2년룰’에 걸려 다른 내셔널리그 팀으로 가지도 못하고 K3리그로 내려갔다. 6개월을 버텨야 여름 이적시장에서 K리그로 가건 내셔널리그로 가건 도전할 수 있다. 이 선수는 “K3리그는 무직이나 마찬가지다. 생활비가 없어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데 무직이라 대출도 안 된다.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선수는 지난 시즌 김해시청에서 상당히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언젠가는 이런 폭로 있을 줄 알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윤성효 감독의 명성을 믿고 이곳에 왔다. 하지만 자책골을 넣은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너 승부조작 하느냐”는 굴욕까지 당했다. 지난 시즌 김해시청에서 윤성효 감독과 함께 했던 이들은 하나 같이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내셔널리그 준우승까지 차지했음에도 상당수 선수들은 더 아래 단계인 K3리그로 내려갔고 선수 생활을 어쩔 수 없이 끝낸 뒤 현역으로 군 입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 선수는 “우리가 성적이 안 좋았으면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가 5~6년 전에 준우승하고 작년에 처음 준우승을 거둔 거다. 그런데 보상은커녕 우리는 팀을 다 떠나야 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선수는 “나는 임대로 온 선수라 원소속팀으로 복귀해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가 김해시청에서 소모품으로 쓰일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선수들의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폭로가 쏟아졌다. 몇 가지 폭로는 수위가 너무 세 자체적으로 걸러야 했다. 사직서를 강요 당한 C는 이렇게 말했다. “상의도 없이 선수에게 당장 팀을 떠나라고 하면 선수는 그냥 그 순간에 죽는 거다. 그런데 애들이 나가란다고 사직서까지 써주고 나가는 이유가 뭐겠나. 윤성효 감독이 발이 넓다. 괜히 해코지 당하기 싫은 거다. 조용히 나가야 어디 다른 내셔널리그 팀이라도 구해 볼 수 있으니 억울해도 참는 거다.” 내셔널리그에서 여러 팀을 거친 한 선수도 말을 보탰다. “나도 어려 팀을 거쳐봤는데 다 사람 정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김해시청은 그렇지 않다. 막 쓰다가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버린다. 내가 팀을 떠나고도 이렇게 용기를 내 말하는 이유는 또 다른 누군가가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장기 계약도 아니고 1년 계약 기간이라도 채우는 팀은 되어야 한다.”

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는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여러 선수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며 사실 확인을 해보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걸 선수들이 다 이야기 했나. 그런데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다 사실이다. 다 맞는 이야기다. 다들 그렇게 당하고 나왔다.” K리그에서 그래도 꽤 활약했던 한 선수는 다시 K리그에 도전해 볼 마음을 먹고 있다가 아예 축구를 그만뒀다. “나도 처음에는 도시개발공사 이야기를 듣고 왔다. 노후걱정 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다. 믿고 왔는데 버려지는 느낌을 받고 너무 큰 상처를 입어 축구를 더는 못 하겠더라.” 또 다른 선수는 “전반기에 1위를 했는데 14명을 내보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해시청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내셔널리그

윤성효 감독의 반론, “사직서 강요한 적 없어”

이 일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K리그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Korea)가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실업 축구 내셔널리그까지는 도움의 손길이 닿기 어렵다. 선수협회 김훈기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법적으로나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여 돕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훈기 사무국장은 “김해시청 측에서는 선수들이 동의 하에 계약 해지서에 사인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버티라고 해도 선수들은 못 버텼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사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도움은 줄 수 있지만 선수협회 소관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성효 감독의 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윤성효 감독에게 직접 물으니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윤성효 감독은 시즌 도중 사직서를 강요하고 선수들을 방출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나가라고 한 적은 없고 서로 협의해서 이야기했다. 강요는 전혀 없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강제로 그런 걸 하겠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계약이 존재하는데 자기들이 팀에 남아있겠다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우리 팀에서는 뛰기 힘드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서로 협의해서 결정한 일이다. 자기네들도 사직서를 그렇게 써놓고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나. 쓰기 전에 ‘선생님 저는 계약이 남아 있으니까 팀에 남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하면 남으라고 했을 것이다.” 선수들의 주장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이야기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몇 백만 원 인상을 요구했던 선수에게 가차 없이 방출을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윤성효 감독은 이 이야기를 듣더니 “기가 차다”고 했다. “우리는 돈을 못 맞춰 준다. 여기는 프로가 아니다. 우리 돈은 뻔한데 그거밖에 줄 수가 없었다. 프로는 연봉으로 밀고 당기기를 할 수 있어도 여기는 아마추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나도 할 말이 없다. 6개월을 데리고 있어보면 능력과 가치를 다 안다. 그런데 비슷한 기량을 가진 선수가 있는데 누군가 턱 없이 많은 돈을 달라고 하면 그게 협상이 되겠나. 그 정도 올려주면 우리 입장에서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는 프로가 아니다. 서른 명을 데리고 운영하는데 이런 애도 있고 저런 애도 있고 별 애가 다 있다. 그걸 다 입맛대로 맞춰줄 수는 없다. 그렇게 불만이 있는 선수가 있으면 내 앞에 데리고 오라.”

김해시청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해당 사진은 본 칼럼과 연관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내셔널리그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그러면서 윤성효 감독은 성과를 강조했다. “내가 오기 전에 우리 팀에서 프로로 간 애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내가 이 팀에 부임하고 어지간한 애들은 다 프로로 갔다. 강원에도 보냈고 전남에도 보냈다. 안산으로 간 애도 있고 부천에 입단한 애도 있다. 대전으로도 갔다.” 하지만 이 선수들 중에도 내쳐지는 동료들을 보며 취재진에 불만을 토로한 선수도 있다. 중간에 쫓겨나듯 팀을 떠난 선수들만이 불만을 가진 게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떠나는 선수들을 보며 불만을 가득 담고 있었던 선수들의 고백은 더 무섭다. 한 선수는 “윤성효 감독이 시청에 가서는 자기가 프로팀에 선수를 많이 보냈다고 하는데 프로에 간 선수 중 대다수는 자기 발로 테스트 받으러 찾아가서 입단한 사례”라고 반박했다.

윤성효 감독은 “회사에서 일 못하는 사람에게 월급을 많이 주지는 않는다. 요즘은 능력제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자기 능력이 안 되는데 그 이상으로 달라고 하면 같이 가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성효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그만 두고 나가는 사람 중에 좋은 감정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나는 이 팀에서 어긴 게 없다. 가뜩이나 시청 팀이라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잡음이 많은 곳이다. 정해진 걸 어겨가면서까지 일을 한 적은 없다.” 윤성효 감독이 김해시청을 지는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며 성과를 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년 중하위권 팀이었던 김해시청을 이 위치까지 끌고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한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내셔널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간절함만으로 따지면 프로보다 더 간절한 선수들인데 6개월 만에 상처를 입고 축구를 그만둔 이들도 있다. 계약을 어기고까지 하루아침에 방출을 시키면 사람 한 명 인생은 그날로 끝나는 거다.” 또 다른 선수는 이 충격 고백에 덜컥 겁부터 냈다. “다시 내셔널리그나 프로에 도전하고 싶은데 또 그 분이 무슨 불이익을 줄지 걱정이 된다. 축구계가 좁은데 겁부터 난다.” 하지만 취재에 응한 또 다른 선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꼭 이 사실이 널리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부당하게 당한 친구들이 많다. 나야 뭐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또 누군가는 윤성효 감독을 믿고 또 김해시청으로 갈 거다. 그래서 더 이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은 거다.”

“마음에 안 들면 버리는 게 윤성효 축구?”

만약 실력은 부족한데 욕심만 많은 누군가가 시즌 도중 기회 한 번 잡지 못하고 방출돼 악감정을 품었더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선수들은 하나 같이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며 경계하다가 억울함과 분노를 토해냈다.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어린 선수부터 베테랑까지, 축구를 그만두고 입대를 기다리는 이들부터 더 좋은 곳으로 간 이들까지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윤성효 감독의 반박도 귀 기울여야 하지만 혹시라도 부당한 일이 자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다. 한 선수는 작심한 듯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마음에 안 들면 버리는 게 윤성효 축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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