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대전시티즌 수뇌부와 서포터스의 갈등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K리그 팀들은 시즌 개막 후 다시 축구장에 모여 신바람을 내고 있지만 대전에는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대전 팬들은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결정해 구단에 의혹 및 소문에 대한 확실한 소명을 요구했지만 구단 수뇌부는 요지부동이다. 양 측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호와 고종수 바라보는 대전 팬들의 시선은?

수뇌부와 팬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부터였다. 김호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이 구단 대표 이사로 선임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김호 대표는 2008년 대전 구단 감독 재임 시절 특정 에이전트와 유착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당시 김호 감독은 전문경영인 대표이사와 마찰 끝에 퇴진했던 터라 대표 부임 후에도 대전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는 대표로 선임된 뒤 곧바로 자신의 애제자이자 용인축구센터에서 함께 일해 온 이기범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앉히려 했고 팬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김호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제자를 감독으로 앉힌 뒤 조종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이 이어졌다. 이기범 감독이 성인 프로팀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점 역시 단점이었다. 결국 김호 대표는 이기범 감독을 성인 팀이 아닌 2군 감독으로 앉혔다. 성인 팀 감독으로는 고종수 전 수원삼성 스카우트를 선임했다. 고종수 스카우트 역시 성인 프로팀 지도 경력이 없었고 김호 대표의 애제자인 터라 팬들의 반발은 이어졌다. 이기범 감독에 비해 인지도만 있을 뿐 똑같은 인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고종수 감독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감독직에 앉았다.

대전 팬들 사이에서는 고종수 감독을 반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가 또 있었다. 선수 시절인 2008년 그가 부상 회복을 이유로 구단을 무단이탈해 일본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당시 구단과 고종수 측 에이전트는 이 문제로 대립했다. 구단은 계약돼 있는 선수의 일방적인 일본행 통보에 잔뜩 화가 났고 고종수 에이전트 측에서는 “구단이 너무 절차만 따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팬들은 아직도 고종수 감독과의 마무리를 좋지 않게 기억하고 있다. 고종수 감독은 이때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대전은 현역 시절 마지막 불꽃을 태웠던 곳이었지만 무단이탈로 결국 깔끔한 이별을 하지 못했다.

대전시티즌은 다시 '축구특별시'가 될 수 있을까? ⓒ대전시티즌

팬들의 의혹 제기와 논란

대전 팬들은 10년 전 에이전트 유착 의혹을 일으켰던 감독이 대표가 돼 자신의 제자를 감독으로 앉힌 뒤 똑같은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10년 전 당시 김호 감독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은 에이전트는 공교롭게도 고종수의 선수 시절 에이전트, 그러니까 2008년 고종수의 일본행을 추진했던 그 에이전트였다. 김호 대표와 고종수 감독, 그리고 이 에이전트가 뭉쳐 있으면 의혹이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호 감독이 대전을 맡았던 시절 선수들에게 이 에이전트와 계약을 종용했다는 소문도 무성했기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런데 김호 대표가 취임한 뒤 이 에이전트는 김호 대표의 의견을 대전시와 대전시의회에 전달하는 등 비선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구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김호 대표의 측근으로 개입한 것이다. 이뿐 아니었다. 심지어 전지훈련 용역업체로 김호 대표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가 선정되기도 했다. 팬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고 결국 팬들은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단에 소명 요청을 했다. 지난 달 8일의 일이었다. 이 소명요청서를 통해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김호 대표와 고종수 감독을 향한 의혹과 소문에 대해 확실한 소명을 요구했다.

11가지 소명 요청 중 첫 번째는 고종수 감독 선임에 관한 것이었다.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고종수 감독은 2008년 선수 시절 팀을 무단이탈했고 구단과 서로의 책임을 미루다 은퇴를 했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자들의 어떠한 언급도 없이 다시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또한 김호 대표에게는 “감독 시절 측근이 운영하는 특정 에이전트와 지나친 유착 관계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와 마찰 끝에 퇴진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를 전지훈련용역업체로 지정하는 등 논란이 있는데 측근 비리에 대한 해명과 예방 대책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대전시티즌은 다시 '축구특별시'가 될 수 있을까? ⓒ대전시티즌

“법적 책임질 대표자가 누구냐”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의 소명 요청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감독 선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선수단은 50명을 훌쩍 넘어가고 대전시 지원금이 2017년 기준 89.5억(토론회 자료)으로 타 시민구단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독 연봉이 비싸서 신인 감독을 임명한다는 김호 대표의 발언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고종수 감독의 연봉과 타 팀 감독의 연봉을 대략적으로나마 알려달라”고 했다. 또한 “대전은 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들에게 계약해지를 종용했고 부당함을 느낀 선수들은 급기야 선수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일이 이렇게 진행된 경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질의에 대한 답은 모든 팬이 후속 질의를 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해 주시기를 요청한다”며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가 원하는 것은 김호 대표이사와 고종수 감독의 사퇴가 아닌 당시 책임 있는 자들의 해명이며 팬과 구단 사이에 오해를 해소하고 앞으로는 팬의 의견을 헤아릴 줄 아는 구단으로 거듭나 함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소명요청서는 구단으로 전달됐고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구단과의 공개 간담회를 통해 소명을 기대했다.

하지만 김호 대표는 2주 만에 한 장의 문서로 답을 대신했다. 내용은 이랬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도가 지나친 사항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심히 우려가 크다. 이는 대전의 이미지 실추 및 ‘정추위’에서 거론하고 있는 각 개인의 인격까지도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알린다. ‘정추위’에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공식입장과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대표자가 누구인지 성함을 공식 문서로 받기를 요청하는 바이며 향후 진행되는 모든 사항을 ‘정추위’ 대표자와 논의할 것임을 통보한다.” 발신인은 ‘주식회사 대전시티즌 대표이사’였다. 쉽게 말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니 책임을 질 대표가 나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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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구단이 54명 초대형 선수단을?

그러자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순수성을 위해 위원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자는 없다. ‘대전시티즌과 김호 대표이사, 고종수 감독에 대한 소명 요청의 건’은 언론에 나와 있는 기사를 바탕으로 질문했으므로 법적인 책임을 묻기를 원하신다면 해당 언론사에 묻기를 바란다”며 “향후 구단의 어떠한 비공식, 비공개 회의에도 응하지 않겠으며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어떠한 반박도 대전시민과 팬 앞에서 직접 소명하지 않는다면 구단의 공식 소명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왔다.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다시 한 번 속히 간담회 개최를 촉구하는 바이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통보한다”고 했다.

이후 구단의 반응이 없자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 뒤 올 시즌 K리그 개막을 맞았다. 대전은 지난 3일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사라진 홈 경기장에서 부천을 상대로 결국 1-2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장 곳곳에는 걸개만이 나부꼈다. ‘서포터 버릇을 고치겠단 당신은 대체’, ‘도망치듯 떠나 영웅인척 하지마’ 이 갈등은 K리그가 개막했어도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파면 팔수록 문제만 나온다.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와 “대표자가 없는 곳과는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구단 수뇌부의 기 싸움은 팽팽하다. 한편 김호 대표는 특정 에이전트 유착 논란과 관련해서는 “나는 지금 에이전트들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

올 시즌 이렇게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대전은 선수만 무려 54명에 이른다. K리그1과 K리그2를 모두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다. 없는 살림에 선수를 발굴해 기용해야 하는 시민구단으로서는 저비용 고효율 선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중 경기에 나설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한 현직 대전 선수는 “1군 23명이 훈련하고 2군은 아예 따로 훈련한다. 2군 선수들은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이들은 동계 전지훈련도 따로 했다. 1군은 터키로 향했고 2군은 경남 창녕에서 훈련했다. 초대형 선수단은 이렇게 완전히 둘로 쪼개져 있다. 씀씀이를 아껴야 하는 시민구단으로서는 54명의 선수단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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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홈페이지에도 누락된 6명은 왜?

그런데 여기에는 또 의문이 있다. 대전 구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선수는 48명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프로축구연맹 등록 선수는 54명인데 홈페이지에는 6명이 누락됐다. 영입이 이어지며 업데이트가 안 된 게 아니라 지난 1,2월에 영입된 선수 중에 아예 공식 홈페이지에 이름 한 줄, 사진 한 장 올라가지 않은 선수들이 6명이나 된다. 물론 구단의 공식 영입 발표도 나오지 않은 이들이다. 대전 선수인 건 맞고 프로축구연맹에도 대전 선수로 등록돼 있지만 팬들과 언론은 모르는 이들이 6명이나 존재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발견됐다. 이 6명 중에 한 명은 김호 대표가 처음 대전 감독으로 앉히려다 반발 때문에 포기하고 2군 감독으로 선임한 이기범 감독의 아들이었다.

아들이어도 실력이 뛰어나면 영입하고 기용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전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 6명은 기본적인 활동 자료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경력이 부실하다. 대학 시절 내내 부상을 달고 살아 제대로 뛰지 못하고 이제는 다이어트가 필요한 선수부터 내셔널리그와 대학 무대에서도 무명에 가까웠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들에 대해 대전 구단이 제공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다. 이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프로축구연맹 미디어 페이지 뿐인데 이 중 한 선수는 148cm에 몸무게가 36kg으로 소개돼 있다. 이름도 한자와 한글이 다르다. 키와 몸무게를 이렇게 잘못 제출하는 것도 망신스러운 일이고 정말 이렇게 작고 아담한 선수를 프로 무대에 데리고 왔다면 그건 더 큰 문제다.

6명이 더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다. K리그 출신이라는 타이틀 하나라도 달기 위해 죽어라 땀 흘리는 이들이 많다. 어디 가서 ‘K리그 대전시티즌 출신 선수’라는 명함만 내밀어도 축구교실로는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 K리그 출신이라는 타이틀 하나 달아주기 위해 무리하게 선수단 규모를 늘린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선수를 한 명씩 꽂아주고 누군가 뒷돈을 챙기는 사례도 꽤 있었다. 물론 지금 때가 어느 땐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가뜩이나 초대형 선수단을 구성해 대전은 여기 들어가는 숙식 비용도 엄청나다. 아무리 적은 연봉이라고 해도 54명의 연봉을 다 챙겨 주려면 허리가 휜다. 하지만 김호 대표와 고종수 감독이 옥석을 발굴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선수단을 꾸렸다고 믿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영입 논란과 촌극

대전의 황당한 행보는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해 12월 22일 대전은 야심차게 첫 외국인 선수 영입을 발표했다. 대전은 새 외국인 선수 페드로를 소개하면서 “포르투갈의 프리문데와 코빌량에서 뛰었고 2014~2015시즌에는 루마니아의 폴리 티미쇼아라에서 20경기에 나와 11골을 넣었다.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측면까지 소화할 수 있어 전술적인 활용도가 높다”고 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대전은 보도자료를 통해 페드로가 1995년생이라고 밝혔지만 페드로는 사실 1991년생이었기 때문이다. 오타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실수였다. 나이도 제대로 모르는 선수를 과연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영입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대전이 벌써 외국인 선수 교체를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대전 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다른 외국인 선수 두 명과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대전에는 페드로와 필립 홀로홉스키(2018시즌 등록명 필립) 등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쿼터가 아니라면 세 명의 외국인 선수만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대전이 계약을 검토 중인 외국인 선수 두 명은 아시아쿼터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페드로나 필립 중 한 선수는 팀을 떠나야 한다. 더 황당한 건 페드로와 필립 모두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이들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두세 달 만에 팀을 떠나야 할 수도 있고 이 둘 다 보따리를 쌀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둘 다 팀을 떠날 수도 있지만 여론이 너무 안 좋으면 한 명은 남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전의 문제는 이렇게 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점이다. 54명에 이르는 초대형 선수단의 숙식 비용과 연봉뿐 아니라 외국인 선수에 투자하는 돈도 계속 손해만 보는 중이다. 지난 시즌 대전에서 18경기에 출장해 4골을 기록하며 그나마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브루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났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김호 대표가 “정리할 선수들은 정리해야 한다”며 함께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브루노는 올 시즌 FC안양으로 이적했는데 현재 대전이 브루노 연봉의 60~70%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남아 있는 외국인 선수를 정리하면서 손해까지 감수해야 했다. 외국인 선수가 이렇게 계속 바뀌면 이득을 보는 누군가는 분명히 있다. 그게 누구인지는 본인들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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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특별시’는 부활할 수 있을까?

심지어 대전은 사무국장 선임으로도 촌극을 빚었다. 기존 사무국장이 있었지만 김호 대표 부임 이후 “모 구단에서 사무국장이 새로 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소문 속 그 사무국장이 대전의 새 사무국장 자리에 앉았다. 전임 사무국장이 팀을 떠나지도 않았을 때였다. 한 구단 사무실에 사무국장만 둘이었다. 결국 전임 사무국장이 짐을 빼야했다. 대전을 향한 우려와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지난 해 11월부터 바람 잘 날이 없다. ‘대전시티즌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김호 대표에 대한 불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고 김호 대표는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한때 ‘축구특별시’라고 칭해졌던 대전은 K리그2에서도 가장 만만한 팀이 되고 말았다.

갈등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계속 한숨만 쉬다 말을 끝맺었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미안하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민감한 문제라 자칫 말실수를 할까봐 전전긍긍했다. 또 다른 관계자에게 해법을 물으니 엉뚱하지만 그래도 가장 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 “시민구단이 정치 싸움에 휘둘리는 걸 정말 싫어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6월에 열리는 대전시장 선거에서 구단을 개혁할 애정을 가진 분이 당선되는 방법 말고는 없다.” 실타래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다. 차분히 풀 수 있는 방법도 지금으로서는 딱히 없다. 공허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다시 관중이 들어차고 ‘축구특별시’라는 찬사가 쏟아질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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