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통영=조성룡 기자] "거 참, 형이랑 아주 판박이네 판박이야."

20일 통영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 54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가톨릭관동대와 중앙대의 경기를 지켜보던 한 스카우트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가톨릭관동대 중앙 미드필더 김민우를 향해 있었다. "도대체 누구 동생인데요?"라고 물으니 깜짝 놀랄 만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아산무궁화에 김민균 있잖아, 걔 동생이야."

이날 김민우는 경기장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가톨릭관동대 김형열 감독 또한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정말 많이 뛰는 미드필더다. 감독의 주문을 잘 이행하는 선수다. 압박이 굉장히 좋다. 어느 팀에 있더라도 제 몫을 다 할 수 있는 선수다."

"물론 패스 부분에서는 아쉬운 모습도 나오고 실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실수 정도다. 여기서 차이점은 공을 넘겨주고 그 다음의 모습이다. 실수에 실망하지 않고 곧바로 다시 공을 뺏기 위해 압박한다. 지금의 이 모습만 계속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경기 후 만난 김민우는 "고등학교 이후 인터뷰는 처음이다"고 말했지만 표정 하나는 여유로웠다. 이날 경기 승리로 가톨릭관동대는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중앙대보다 개인 기량은 조금 떨어진다고 우리가 생각했다"고 말한 그는 "그래서 한 발 더 뛰었다. 더 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에 맞게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장에서도 많이 뛰었지만 그는 동계 훈련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 돌풍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강릉의 정기를 받았다"라고 씩 웃는 그였다. "강릉하면 경포대, 대관령, 경포 호수 등이 떠오르지 않는가?"라고 말한 김민우는 "한 달 가까이 강릉의 명소들을 집중적으로 뛰었다. 그것이 우리 팀이 열심히 뛰는 플레이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 가톨릭관동대학교 축구부 홍보단 편집장 김선웅

그가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역시 형 때문이었다. 김민균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민우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김민균이 축구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김민우기에 자신이 축구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형의 영향이 거의 대부분이다"라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시작했다. 형이 하는 것을 따라하다 보니 어느덧 나도 축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형제가 같은 축구선수다. 그리고 같은 미드필더다. 형은 프로 선수고 동생은 대학 선수다. 형인 김민균 입장에서는 동생에게 잔소리를 제법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민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워낙 나이 차이가 많아서 축구를 주제로 얘기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그다. 그렇다면 형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아주 가끔씩, 아주 가끔씩"이라는 전제를 붙인 김민우는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형이 군대에 있어서 그런지 여성을 소개시켜달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참고로 김민균은 1988년, 김민우는 1997년생이다.

형제가 경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흡사하다. 김민우 본인도 "내가 공 차는 모습을 보고 김민균 동생인 것을 다 알아보더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형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좋은 선수고 그런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나는 비교적 투박하다. 대신 많이 뛰고 수비적인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김민우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마디 덧붙인다. "좀 둘이 섞였으면 좋을텐데…"

형과 같은 선수가 되기 위해 김민우는 아직도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축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강릉에 오기도 했다. "사실 내가 강릉에서 대학을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여행지 중 하나로 생각했던 곳이다"라면서 살짝 한숨을 쉰 그는 "그래도 강릉이 좋다. 다른 곳을 가려면 좀 멀다는 사실 빼고는 만족한다. 우리 강릉에서도 열리고 있는 평창 올림픽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춘계연맹전에서 그의 꿈은 4강 진입니다. "중학교 때 이후로 한 번도 4강에 가본 적 없다"는 김민우는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내친 김에 4강 안에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리고 가톨릭관동대가 아직 떨어지지 않았기에 김민우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군 생활 중인 형에게 애틋함을 표했다. "형이 군대 갈 때가 생각난다"라고 말한 그는 "한숨만 푹 쉬면서 '너도 와보라'더니 갔다. 연병장만 죽어라 뛰었다고 들었다"면서 형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인터뷰를 마쳤다. "형 아직 1년이나 남았네. 남은 기간 동안 군 생활 잘하고 있어. 휴가 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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