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연이 FC안양으로 이적했다. ⓒFC안양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심우연이 FC안양 유니폼을 입었다. FC안양 측은 15일 “심우연을 공식 영입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적지 않다. 심우연은 FC서울 소속이던 지난 시즌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2016년 12월 아내를 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후 FC서울에서는 심우연을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지난 시즌 출장 기록은 폭행 사건에 연루되기 전에 소화한 세 경기가 전부였다. 심우연은 그렇게 사라졌다. FC안양의 심우연 영입은 그래서 더 파격적이었다. FC안양은 FA(자유계약)로 풀린 심우연과 계약을 마친 뒤 현재는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FC안양이 가정 폭력을 저지른 선수를 영입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FC서울에 적대적인 감정을 지닌 FC안양 팬들이 서울 소속 심우연의 영입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 2004년 안양LG의 서울 연고 이전 이후 FC서울에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냈던 안양 팬들이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수를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반발이 만만치 않고 이 영입에 대해 의아하게 반응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는 이적 발표가 나기 이틀 전인 지난 13일에 직접 심우연과 단독으로 속 시원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심우연의 공식적인 입장이 궁금했다.

FC안양으로 이적하게 됐다. 어떤가.

뒤늦게 팀에 합류하게 됐다. 제주도 훈련에 합류한지 일주일 조금 넘었다. 감독님께서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 올리라고 배려해 주셨다. 천천히 몸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아직까지 FC안양 팀원들과 함께 훈련하는 과정은 아니고 개인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적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정 폭력 혐의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나로서는 해명하고 싶은데 침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조금만 크면 인터넷도 다 들여다볼 텐데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 때문이라도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너무 감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조심했다. 이혼 소송 중인 아내는 2016년 12월 내가 폭력을 저질러 코뼈를 다쳤다고 주장했고 그게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사건은 무혐의 판결이 나왔다. ‘도가니 검사’로 유명한 임은정 검사님이 CCTV를 다 확인해 보시고 정황을 판단하신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최종적으로 무혐의 판결이 나온 게 맞나.

그렇다. 무혐의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됐던 2016년 8월 다툼도 가정법원 판사님이 “부부로 살다보면서 있을 수 있는 다툼”이라고 하셨다. 12월 사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이 8월 다툼을 검토한 판사님도 “폭행 자체에 대해 매우 의심이 드는데 이혼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특례법상 보호처분이나 교육 등의 처분이 내릴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예정이다. 아내도 당시 형사처벌을 원한 사건도 아니었다. 지금은 이혼 소송만 진행 중이다.

그러면 지금 가정 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고 이혼 소송만 진행 중인 걸로 받아들이면 되나.

그렇다. 하지만 또 감정적인 싸움으로 흘러 일이 커지는 걸 원치는 않는다. 상대를 자극하고 싶지도 않다.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 무혐의 기사 자체가 나가는 것 역시 나에게는 부담이다. 그래도 궁금해 하거나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니 한 번은 이런 자리를 통해 털고 가려한다. 팀까지 옮겼으니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어렵게 용기를 냈다. 지금도 조심스럽다.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게 보도됐으면 좋겠다. 정말 내가 최초 보도처럼 폭행을 저질렀다면 다시 축구판에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심우연 측 변호인은 심우연이 가정 폭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문서를 FC안양에 전달했다.

FC안양 입단은 깜짝 놀랄 만한 선택이었다.

지난 해 4월 폭행 사건 보도가 나간 이후 2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면서 6개월을 지냈다. 그러다가 FC서울과 계약이 만료됐다. 이후에는 사실 딱히 갈 팀이 없었다.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가 돼 다른 구단들은 다 나를 꺼려하고 있었고 동남아로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운동을 그만둘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고정운 감독님이 감독으로서 책임을 지고 나를 영입한 거다. 직접 무혐의 서류도 다 검토해 보시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주셨다. 사람 인생 하나 살려주신 거다. 축구선수가 아닌 ‘인간 심우연’을 살려주셨다.

고정운 감독은 생명의 은인과도 같다.

그렇다. 고정운 감독님 뿐 아니라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는 말도 꼭 전하고 싶다. 내가 전북현대에 있던 26살 때 공격수를 계속하면 29살에 은퇴할 텐데 수비수로 보직을 바꾸면 35살까지 보장해 주신다고 예언하셨다. 지금도 축구를 하고 있는데 어느덧 34살이다. 그때 수비수로 보직을 바꾸게 해주신 감독님 덕분에 그래도 계속 축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FC서울 선수가 FC안양으로 이적한 것만으로도 FC안양 팬들은 큰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아니더라도 두 구단 관계를 떠올린다면 논란의 이적이다.

사실은 그것도 마음에 많이 걸린다. 안양 팬 분들이 나를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마침 개인적인 문제까지 겹쳤고 내 전소속팀이 FC서울이나보니 더 그러실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안양 유니폼을 입었으니 팬분들께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운동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임은주 단장님과 고정운 감독님도 ‘인간 심우연’을 살려주셨으니 나는 엄청난 은혜를 입은 거다. 감사한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겠다. 안양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자신은 있다.

지난 해 4월 이후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경기에 나갈 때쯤 기사가 터지면서 2군 경기도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구설에 올랐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다만 내가 파렴치한 선수로 인식되는 것 같아 그 부분은 힘들었다.

나 역시 당신이 혐의를 벗기 전까지는 경기에 나서면 안 된다는 칼럼을 썼다.

봤다. 솔직히 말해 그 기사를 보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당신이 쓰면 더 큰 이슈가 된다. 그리고 그 칼럼 전까지는 엔트리에 들었는데 딱 그 칼럼이 나간 다음 경기부터 아예 엔트리에서도 빠졌다. 그런데 지금 와서 누굴 탓하고 싶진 않다. 이렇게 또 해명할 기회를 줘 감사하다.

혐의를 벗었다고 하니 이제 마음껏 뛰길 바란다. 올 시즌 어떤 각오로 임할 생각인가.

나는 임은주 단장님과 고정운 감독님, 그리고 FC안양 구단에 큰 빚을 졌다.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여기 와 보니 내가 팀 내 최고참이다. 어린 친구들을 이끌어야 한다. FC안양은 4강 플레이오프에도 가고 그 이상 목표로는 승격을 생각해야 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고참이지만 후배 선수들보다도 더 헌신하고 싶다.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한 발 이라도 더 뛰어 어린 친구들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 팀에 필요하다면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뛰겠다. 팀이 원하는 포지션이라면 거기에 나를 맞추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아직은 당신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안양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팬들은 내가 정말 달갑지 않을 거다. 그런 비난은 충분히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다. 안양에 왔으니 안양을 위한 헌신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알립니다. 심우연 선수의 무혐의 판결 주장에 대해 아내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심우연 선수의 아내는 “증거불충분으로 각하된 단 한 건의 존속상해 처분서로 가정폭력 사건을 마치 없던 일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 자세한 반론을 요구했지만 “내 피해를 막기 위해 모두 공개하며 인터뷰하겠다”고 전하며 반론을 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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