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제주의 아시아 무대 도전은 아쉬움을 남겼다. 조금 더 침착하게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낼 필요가 있다.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는 세레소 오사카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코타 미즈누마에게 실점하며 0-1로 패배했다.

거친 경기였다. 세레소 오사카는 제주를 상대로 거칠게 대응했다. 이찬동과 박진포는 세레소 오사카의 대응에 수차례 짜증 내는 모습을 보였다. 세레소 오사카는 페어플레이 측면에서 동떨어진 경기를 했지만 거기에 일일이 반응하는 제주의 모습도 안타까웠다.

작년 우라와 레즈를 상대로 많은 것을 잃은 제주다. K리그1 (클래식)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제주는 작년 5월 31일 ACL 16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우라와 레즈를 상대로 경기 막판부터 몸싸움을 벌였다. 신경전을 펼쳤던 양 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자 서로 엉켜 격하게 다퉜다.

이후 징계로 조용형과 백동규가 출전 정지 징계를 받으며 ACL은 물론 K리그까지 시즌 전체가 힘들어졌다. 시즌 초반 보여줬던 제주의 단단한 수비, 그런 수비에서 출발하는 전술적인 짜임새는 전북 현대를 위협할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두 명의 핵심 선수들이 빠지며 결국 K리그 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세레소 오사카도 이를 의식했을지도 모른다. "제주의 신경을 건드려라. 그러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게다가 바레인 국적의 주심은 판정에서 관대한 성향을 보이며 웬만한 파울에는 휘슬을 불지 않았다. 다소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계획일지도 모르나 축구는 전쟁이다. 승리를 위해 규칙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 윤정환 감독은 터치라인에서 심판에게 어필하며 조금이라도 유리한 판정을 가져오려 애썼다.

제주는 K리그 명문 팀 중에 하나지만 그들의 '위닝 멘탈리티'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심리적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저번 시즌에는 전북을 상대로 승점을 좁힐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전북을 만나 패배하며 무릎을 꿇었다. 야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주는 여전히 셀링 클럽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작년 우라와 레즈와 충돌했던 자신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었다. 우라와 레즈와의 충돌 이후 <스포츠니어스>와 인터뷰에 응한 한 제주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말려들었다. 골을 넣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도발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선수는 "경기에 졌다는 것, 우리를 향해 우라와 선수들이 도발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말려들었다는 것 때문에 오늘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제주가 전반전 동안 보여줬던 모습은 우라와 레즈와의 경기에서 얻은 교훈을 잊은 듯했다. 제주의 골도 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세레소 오사카가 도발하자 그대로 말려들었다. 박진포의 불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박진포는 기요타케 히로시에게 거의 멱살을 잡힌 데다가 팔로 거칠게 저지당했다. 화낼 만한 상황은 맞았지만 경기를 중계했던 김환 해설위원의 말대로 그대로 넘어져 상황을 역이용할 필요성도 있었다. 좀 더 냉정했어야 했다.

주심의 옐로카드가 제주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줬다. 후반전이 되어서야 불필요한 모습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기 양상이 거칠어지자 이후로 주심은 계속 휘슬을 불었다. 주심의 경기 운영이 매우 깔끔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성환 감독이 해야 할 역할이었다. 화면에 비친 조성환 감독은 계속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흥분한 선수들을 침착하게 할 필요도 있었다.

전반전 세레소 오사카의 도발에 대응하느라 지쳤던 제주는 터치, 패스에서 잔 실수들을 범하며 결국 후반 추가 시간 실점하며 패배했다. 제주는 작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다.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팀이다. 팬들이 원하는 수준은 작년 시즌 정도는 되어야 한다. 홈 경기였다. 승점 3점과 승점 0점의 차이는 크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