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시드니FC는 과대평가 되었을까? 수원의 전략이 통했다고 해석해야 한다.

14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예선 1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이 시드니FC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거뒀다. 후반 17분 데얀의 골이 기록됐고 후반 30분 브랜든 오닐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 킥을 데얀이 추가골로 이었다.

어려운 도전이었다. 시드니FC는 호주 현대 A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뉴캐슬 제츠를 제치고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리면서 추격자들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같은 조에 묶여있는 상하이 선화와 가시마 앤틀러스보다도 시드니FC와의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수원은 매튜, 김은선, 신화용이라는 주전 자원이 빠졌다.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원들이 빠지자 서정원 감독은 3-4-3 시스템을 준비했다. 지난달 30일 베트남 탄호아와의 ACL 플레이오프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이 밝혔던 플랜 중에 하나였다. 서 감독은 "원정에서 승점을 챙겨오겠다"라며 목적도 밝혔다.

시드니FC와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전반전 내내 짜증을 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수원의 전략이 통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시드니FC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팀이었다. 경기장에서 그들의 능력이 드러나지 않았던 점은 수원의 공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팀이 자신들의 축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수원은 분명히 성과를 냈다.

시드니FC는 공격이 안 풀리자 철학을 잃은듯한 모습이었다. 빌드업 능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원이 보보와 아드리안 미에르제예프스키를 묶은 성과는 좋았다. 시드니FC의 핵심선수들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원이 전반 40분경 보여준 간격은 훌륭했다. 수원이 만들어낸 간격과 활동량이 시드니FC를 묶었다고 평가해야 한다. 좋은 위치에서 좋은 간격을 유지하며 경기를 운영했다. 활발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팀의 패스를 끊는 모습도 보였다.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상대 팀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드니FC가 역습을 시도할 때도 적절한 타이밍에 끊어낸 모습들은 수원이 얼마나 이 경기를 잘 준비했는지 보여준 장면이었다.

다만 공격장면은 조금 아쉬웠다. 후반 17분 시드니FC 수비들의 안이했던 압박으로 인해 데얀이 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보여줬던 모습은 부족했다. 데얀과 바그닝요, 염기훈, 이기제와 크리스토밤 말고도 최성근과 조지훈의 공격 가담이 필요해보였다. 데얀의 골은 약간 어수선한 상황 속 그의 개인 능력에서 나왔다. 페널티 킥도 마찬가지. 뚜껑을 열어보니 압도적인 경기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는 측면에서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다.

시드니FC가 ACL에 힘을 쏟지 않을 계획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1차전 원정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온 것은 수원의 능력이다. 기분 좋은 출발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결과라고 봐야 한다. 축구는 특히 첫 단추가 중요하다. 첫 경기 승리, 그리고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시드니FC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수원의 자신감은 앞으로의 ACL 여정에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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