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진단④] 성 인권 사각지대인 체육계, 전망과 해결책은?

사회로 번진 '미투' 운동 ⓒ Pixabay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체육계 성 인권 실태를 조사하면서 “군대보다 열악하다”라며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전망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체육계 구조상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 인력의 부족, 지도자와 선수의 권력 관계, 상위기관의 부족한 의지력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점도 드러났다. 인권활동가 A씨는 ‘문화’라고 표현했다.

체육계 여성 향한 편견이 목소리 막아

체육계 여성 전문가들은 또한 한목소리로 “체육계는 더 심한 것 같다”라고 표현했다. 체육계 여성들을 향한 2차 피해가 사회 다른 분야보다도 더 심하다는 뜻이다. 역도 선수는 성폭력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 유명세를 떨치니 지도자를 바꾸려 한다는 시각 등 다양한 형태의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체육계 전반에 드리워진 편견과 2차 피해들이 체육계 여성들의 목소리를 막는다는 분석이다. 경인여대 허현미 교수는 “체육계의 인식 변화가 다른 분야보다도 더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때문에 허 교수는 “다른 영역보다도 쉽게 사건 은폐가 가능한 구조다. 체육계 여성들은 여전히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라고 전했다.

인권침해예방활동연구소 김희진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김 대표는 또한 지도자, 학부모, 선수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권력 구조 중의 하나로 ‘소유욕’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가부장적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선수들을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선수 훈련 과정에서 정성과 공을 들였으니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요즘 어린아이들은 4세 때부터 성폭력의 개념을 배운다. 그런 아이들이 나중에 운동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라면서 “지도자들은 현재 지도하는 선수가 몇 학년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인권이나 올바른 성 인식을 누가 더 갖고 있을까. 교육의 횟수와 질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며 지적했다.

결국 부족한 성 인식과 교육의 부재, 권력의 기울어진 운동장 등이 체육계 내 성폭력의 원인이며 피해 사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주종미 호서대 교수는 체육계 성폭력 근절이 어려운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하면서 구체화했다. ▲스포츠 특성상 훈련 중 신체접촉이 많아 의도적 접촉 여부와 구분이 어렵다는 점 ▲이해 관계자의 성폭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태도의 부재 ▲피해자가 주로 ‘사회적 약자’라는 점 ▲성폭력 가해자가 주로 남성이면서 지인인 점 ▲기관의 책임 회피 등의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 KBS 방송화면 캡쳐

뒤집히는 권력 구조, 지도자도 피해자 된다

한편 체육계 전문가들은 주목해야 할 점으로 남성 지도자들의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꼽았다. 김희진 대표와 허현미 교수는 “남성 피해자들의 수치가 ‘0’이 아닌 점도 주목해야 한다”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지도자와 선수, 남성과 여성의 권력 구조가 상황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동성 선후배 사이의 권력 구조도 형성되면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체육계의 권력 구조가 다양한 형태로 나오는 원인으로는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꼽힌다. 수영이나 댄스 스포츠의 경우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허현미 교수는 “얼마 전 영화 ‘연애담’을 연출한 이현주 감독도 동료 여성 감독을 성폭행한 사례가 나타났듯이 체육계에도 유사한 형태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남성 지도자는 가해자가 되고 여성 선수는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주를 이뤘지만 여성 지도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여성 가해자, 남성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희진 대표는 “지도자와 선수들 간의 권력 구조가 역전되는 경우도 충분히 있다”라고 전하며 “합숙훈련을 하면서 여성 선수들이 지도자 방에 함부로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 샤워실에서는 동료 선수들의 시선 강간을 느꼈다는 피해 사례도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일반적인 사회적 맥락과는 별개로 권력 구조가 환경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체육계는 유독 많은 것 같다”라면서 “맥락을 살펴보고 힘의 논리로 봐야 한다. 단순히 젠더 권력 구조보다도 인권 차원의 포괄적 개념으로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꾸준한 관심과 교육만이 해결책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 대책 방안으로 교육과 인식, 끊임없는 자각과 환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 최영미 시인, 체육계 테니스 김은희 씨의 피해 사실 고백이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논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현미 교수는 이번 미투 운동을 바라보면서 “현재 성추행 폭로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해당 논의들을 가속화했다는 측면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저 물 흘러가듯이 이슈를 소비해서는 안 된다. 더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라면서 “일회성, 개별적인 사건으로 소모되면 또 성폭행 사건들은 잠잠해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일처럼 될 것이다. 또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경계했다.

김희진 대표는 현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촉을 받아 폭력 예방 통합교육, 스포츠 분야 인권교육 등을 병행하고 있다.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에게 올바른 인권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주종미 호서대 교수는 “하루아침에 해결이 되거나 혹은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라면서 “오랜 시간을 두고 사회가 성숙되고 제도가 자리잡힐 때까지 우리 모두가 노력하며 기다려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분명한 것은 수치상 체육계에 성폭력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라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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