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석배 (자료사진) ⓒ 군산시청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26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금석배 전국 초·중등 축구대회에서 논란이 등장했다.

5일 전라북도 군산에 위치한 군봉배수지 구장에서 열린 금석배 초등부 경기수지주니어(이하 수지)와 전북익산주니어(이하 익산)의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규시간 내내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 대회의 규정 상 경기의 승부를 가리지 못할 시 곧바로 승부차기로 넘어간다.

긴장된 승부차기에서 흐름은 점차 익산에 넘어오기 시작했다. 수지 키커와 익산 골키퍼의 심리 싸움에서 익산이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익산 골키퍼는 마지막까지 선방을 해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고 그렇게 수지와 익산의 맞대결은 익산의 승리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익산 골키퍼를 비롯한 익산의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익산이 막아낸 공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골문 안에 들어가있는 것이었다. 수지에서는 심판을 향해 항의했다.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는데 경기를 종료시켰다는 차원에서 항의한 것으로 보였다. 경기장은 어수선해졌다. 심판은 경기감독관에게 달려가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익산은 승리를 확신하고 선수단을 철수시키고자 했다.

그 때 심판은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수지를 향해 "다시 차라"고 지시한 것이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끝나지 않은 셈이다. 익산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강하게 항의하자 경기감독관이 익산에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승부차기는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익산 선수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경기 결과는 뒤집어졌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수지는 익산에 승리를 따냈다.

익산주니어 "판정 번복 이해할 수 없다"

현재 익산 선수단의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익산 최병호 감독은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회 주관 협회인 전북축구협회에 이야기는 해놓은 상황이다.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연락은 없다"면서 "제소를 하고 싶지만 심판 판정을 가지고는 제소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저 우리는 당하고만 있을 뿐이다"라며 당황스러운 심정을 토로했다.

익산의 선수들은 초등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다. 최 감독은 "아이들이 지금 울고 난리도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성인 선수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초등학생들이 털고 일어내기는 쉽지 않다. 감독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이제 배워가는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된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심판진과 대회 주최측을 향해서 강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항의를 하러 갔더니 골키퍼가 공을 막아놓고 나서 손으로 공을 골문 안에 밀어 넣었기 때문에 번복이 됐다고 하더라. 우리는 바람으로 인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면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 심판이 자기가 종료 휘슬을 빨리 불었다고 인정했더라도 경기는 끝난 것이다. 명확하게 해당 사건에 대해 짚어줘야 할 주최측은 심판 감싸기에 급급하다"라고 말했다.

양 측 모두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익산 측 학부모는 "경기 종료 휘슬이 이미 울린 뒤 판정이 번복됐다"면서 "심판 역시 '내가 너무 휘슬을 빨리 불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수지 선수단도 그대로 경기가 끝났을 경우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핵심은 경기가 종료된 상황에서 판정이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두 팀 모두 피해자였다. 그리고 억울함은 패자가 더 큰 법이다.

."아이들이 떠나지 못하고 있네요"

흔히들 심판 판정 또한 경기의 일부라고 한다. 게다가 아마추어 경기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도 없다. 비교적 오심이 많을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납득해야 할 수준이어야 한다. 더구나 승부차기에는 오심이 쉽게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승부차기에서 판정 번복이 일어났다는 것은 심판진과 주최측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익산 최 감독과 학부모들은 경기 결과가 다시 뒤집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 감독은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라고 한숨을 쉬었고 학부모들 또한 "무엇보다 지금 상심이 클 우리 아이들이 제일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아마 이 한 경기는 그저 1992년 창설되어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금석배의 수많은 경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처는 그보다 더 오래 가슴에 남지 않을까.

초등학생인 어린 선수들은 단 1%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기 위해 매달리고 있다. 허탈하게 패배한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고 혹여나 다시 익산이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며 대회 장소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익산 최 감독의 한 마디를 소개한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요. 쉽게 이곳을 떠나지 못하네요."

wisdragon@sports-g.com

* 취재 사항을 추가합니다. 추가 취재 결과 이 상황에서 심판은 “다시 차라”고 판정하지 않고 득점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을 바로 잡습니다. 앞으로 취재 과정에서 보다 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혼선을 드린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