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협으로 사는 기분은 어떨까.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임상협은 "행운이 따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수원의 임상협은 뭘 해도 될 사람이었다. 될 사람은 미끄러져도 공격 포인트를 올린다.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삼성은 FLC 탄호아를 5-1로 꺾으며 본선에 진출했다. 임상협은 후반 12분 전세진과 교체되기 전까지 1골과 2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43분 임상협은 슬라이딩 태클로 쭉 미끄러지면서 공을 따냈고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바그닝요에게 그림 같은 크로스를 전달했다. 전반전 종료 직전 슈팅 장면에서는 미끄러지면서도 골을 집어넣는 활약을 펼쳤다.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로 가려던 그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는 말에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날씨 때문에 땅이 안 좋았지만 대승을 거뒀다"라면서 "공격 포인트도 기록해서 기분이 좋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임상협은 부산 아이파크의 간판스타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한 후 2017시즌을 앞두고 그가 수원 이적을 원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조진호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승격을 약속하며 그를 붙잡았다. 조진호 감독의 안타까운 이별, 부산의 승격 실패로 임상협은 올해 수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부산의 임상협은 공격을 이끌어가야 하는 처지였다. 득점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그 부담감을 한결 내려놓은 듯했다. 그는 "부산에서는 내가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원에 오니 워낙 해결해줄 사람이 많다. 데얀, 염기훈, 바그닝요, 수비수들도 타이트하게 해서 나를 포함한 공격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 같다"라면서 "공격 포인트도 중요하지만 오른쪽 측면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오른쪽 공격 이끌며 균형 맞추겠다"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에게도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데얀은 워낙 능력 있는 선수다. 함께 뛰어보니 확실히 다르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다. 그에게 요구하는 부분도 잘 맞춰준다"라면서 "데얀이 경험이 많다 보니까 나에게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데얀의 요구에 맞춰서 상황에 맞게 하는데 더 잘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상협의 패스를 두 번 골로 연결한 바그닝요에 대해서는 "열심히 뛰어주는 선수다. 덕분에 더 편하게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수원 입단 인터뷰에서도 "만약 K리그 팀에서 이적한다면 수원 말고는 생각한 적이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때문일까. 임상협은 이날 경기에서 매우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다소 이른 시간에 교체됐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부상을 입어 열심히 재활운동을 했다. 현재 몸 상태가 80% 정도밖에 안 됐다"라면서도 "행운이 따른 것 같다. 감독님이 나를 믿고 경기에 출전시켜 주셨다. 나름대로 보답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서정원 감독은 새로 영입한 선수들과 함께 선수단 미팅을 가지며 데이터를 살폈다. 염기훈을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주로 왼쪽에서 공격 전개가 이루어졌다. 서 감독은 "전지훈련 때 염기훈이 '체력이 남아돈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만큼 임상협의 활약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다소 왼쪽으로 쏠려있었던 공격의 진행 방향이 임상협의 활약으로 균형을 맞췄다. 임상협과 함께 오른쪽에서 뛴 크리스토밤도 훌륭한 활약을 펼치면서 수원이 더 강력해졌다.

임상협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미팅에서 데이터를 봤다. 왼쪽에 굉장히 치우쳐있더라. 올해는 감독님이 균형을 강조하셨다"라면서 "나도 최대한 오른쪽에서 잘 하면서 균형을 맞추려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부상 후 재활에 힘썼으며 그 결과 수원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그가 말한 '행운'도 그의 실력이다. 그는 골을 기록한 후 왼쪽 가슴에 새겨진 수원 엠블럼을 자신의 입에 맞췄다. 이번 시즌 수원의 오른쪽,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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