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미포조선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실업축구 내셔널리그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중 몇 팀은 프로화를 선언해 K리그 챌린지로 입성하고 남은 팀들은 K3리그에 흡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스포츠니어스> 취재 결과 이는 어디까지나 낭설로 밝혀졌다. 소문상으로는 시한부 리그라던 내셔널리그는 폐지를 논의한 적도 없고 여전히 독자적인 리그로서의 갈 길을 모색 중이었다. 내셔널리그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셔널리그 폐지 없다”

한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 축구선수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이 100여 명 이상이다. 지난해에는 150명이 대학 졸업 후 성인 무대에 안착했다. 그런데 이중 프로가 100명, 내셔널리그가 50명을 데려왔다. 내셔널리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내셔널리그 김학인 행정지원팀장은 “지금처럼 프로리그를 지탱하고 K3리그의 상위리그로서 축구선수들이 축구를 직업 삼을 수 있는 리그를 운영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내셔널리그를 통해 프로 무대 입성을 준비하는 이들도 꽤 많다. 실제로 연세대에 재학 중이던 김민재는 학교와 갈등을 빚은 끝에 내셔널리그 경주한수원을 거쳤다가 전북현대에 입단,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했다.

많은 이들은 내셔널리그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내셔널리그는 K리그 챌린지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참가팀 수가 부족해 승강제의 기반이 되는 K리그 챌린지 출범이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내셔널리그 다섯 팀이 프로화를 선언한 것이었다. 고양국민은행과 충주험멜, 수원시청, 고양 Hi fc 등은 내셔널리그에 소속돼 있다가 순차적으로 프로화를 선언한 뒤 K리그 챌린지에 입성했다. 울산현대미포조선도 K리그 챌린지에 입성했다. 팀 수 부족으로 고민 중이던 K리그 입장에서는 대단히 고마운 일이었다. 비록 2006년경 야심차게 내세웠던 내셔널리그와 K리그간의 승강제는 물거품이 됐지만 이후 내셔널리그라는 뿌리가 있어 지금의 승강제도 정착할 수 있었다.

현재 내셔널리그 팀 중 몇몇 팀들 역시 프로화를 검토 중이라는 ‘카더라’도 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 측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건 없다고 밝혔다. 김학인 팀장은 “내셔널리그는 이미 K리그 챌린지 출범시에 다섯 팀을 승격 지원 협조해 프로리그 디비전시스템에 협조했다”면서 “지금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실업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팀이다. 실업리그는 실업리그로서의 가치를 존중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인 팀장은 “프로에 가 성공한 팀도 있고 안타깝게 실패한 팀도 있다. 실업팀의 프로화는 더 큰 그림을 보고 내다봐야 한다. 화려한 옷이라고 나에게 다 어울리는 건 아닌 것처럼 적합한 상황은 각자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셔널리그가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내셔널리그 폐지는 있을 수 없다. 축구 산업적으로도 내셔널리그는 축구선수들의 취업에도 중요한 사안이다.”

경주한수원은 고양KB와 울산미포가 떠난 내셔널리그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내셔널리그

내셔널리그의 긍정적인 역할은 분명하다

내셔널리그와 K3리그의 통합 등을 고려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김학인 팀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김학인 팀장은 “K3리그와 내셔널리그의 간격이 작아 보이지만 꽤 크다”면서 “최저연봉제(2,000만 원)등 선수들의 기본권을 위한 제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리그 통폐합으로 선수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김학인 팀장은 “월급을 받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섞인다면 과연 리그가 상향평준화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하향평준화 돼 결국엔 모든 선수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당장보다 그 다음에 파장되는 생태계 문제를 본다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축구팀이 팬들의 응원 관점이 아닌 다른 운영 목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며 “축구팀이지만 해당 지자체와 기업에서는 직장경기운동부다. 축구 팬 입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육상과 하키, 태권도, 사격, 씨름 등등 지자체 및 기업에서 운영하는 다른 종목과 같은 선상에서 볼 필요도 있다. 리그 통폐합 등으로 가려면 이런 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전했다. 내셔널리그는 K리그 챌린지 출범을 지원한 건 물론 선수들의 상하위리그 가교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프로리그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내셔널리그가 독자적인 불필요한 리그라는 시선이 존재하기도 한다. 내셔널리그가 지금껏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내셔널리그는 지금처럼 계속 묵묵히 갈 길을 갈 예정이다. 올 시즌에 대한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하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한때 15개 팀까지 참가하는 등 리그가 활발했던 시절도 있지만 현재는 8개 팀만이 참가 중이다. 수도권 팀이 없어 관중 접근성도 떨어진다. 김학인 팀장은 “재정 능력 및 구단 운영 부족 등으로 두 팀을 탈퇴시키는 등 자생력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이후 K리그 챌린지 출범을 위해 다섯 개 팀의 승격을 지원했고 두 팀이 해체해 지금은 8개 팀으로 실업리그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많은 지자체에 창단 제안을 했지만 올해 6월 선거도 있고 러시아월드컵도 있어 시기적으로 어려웠던 만큼 쉽지는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경주한수원은 고양KB와 울산미포가 떠난 내셔널리그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내셔널리그

“10개 팀 체제 갖추겠다”

내셔널리그는 신규팀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빠른 시일 내에 10개 팀 체제를 구축하는 게 내셔널리그의 목표다. 김학인 팀장은 “보다 적극적인 창단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 혹시 이 기사를 보고 지자체에서 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면서 “더불어 변화도 준비 중이다. 리그 자체 규정을 강화하고 개정해 내셔널리그만의 클럽 라이센싱을 갖추고 운영할 생각이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구단들도 준비를 함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K리그 승강제에 기초가 된 내셔널리그는 올 시즌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내셔널리그는 지금도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셔널리그와 대한민국 성인 축구는 여전히 디비전 시스템에 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완벽한 디비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생활축구와 K3리그, 내셔널리그, K리그로 이어지는 디비전이 실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축구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퍼즐이 쉽게 풀릴 수는 없어 보인다. 그만큼 리그마다 차이가 있고 각 리그가 고민하는 숙제가 다 다르다. 내셔널리그는 선수나 구단이 프로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 그동안 K리그 프로팀 창단이 임시방편적으로 이뤄지면서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셔널리그 김학인 팀장은 “건강한 한국 축구리그가 정착되려면 반드시 단계별 디비전 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그 역할을 위해서는 단체간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셔널리그의 위치가 애매한 건 사실이다. K리그 챌린지와의 차별점을 두기에도 쉽지 않다. 내셔널리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이들은 내셔널리그가 K3리그와 통합해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껏 내셔널리그만이 할 수 있었던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내셔널리그를 통해 많은 선수와 여러 구단이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실업리그가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축구계가 할 일이 아닐까. 학원 축구에서 벗어나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또 다른 김민재 같은 이들에게는 내셔널리그가 유일한 마지막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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