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레알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누만시아와의 코파 델 레이 16강 2차전에서 루카스 바스케스의 멀티골에도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레알은 코파 델 레이 16강 1,2차전 합계 5-2로 누만시아를 제압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레알은 엘 클라시코를 시작으로 최근 공식 4경기에서 1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록 로테이션 속에서 누만시아를 상대했고, 코파 델 레이 8강 진출에 성공했으므로 누만시아전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만시아와의 코파 델 레이 16강 2차전을 통해 벤치 멤버들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레알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레알, 여름 이적시장에서 실패한 것일까?

누만시아는 만만한 팀이 아니다. 누만시아는 2008-09시즌 라 리가 19위로 강등된 후, 9시즌 연속으로 세군다 리가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세군다 리가 17위를 기록했지만 이번 시즌 세군다 리가 4위를 기록하며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누만시아는 이번 시즌 코파 델 레이에서도 오비에도와 스포르팅 히혼, 말라가 등을 제압하기도 했다. 따라서 레알이 누만시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레알은 점유율 69%, 슈팅 14회, 유효슈팅 7회, 코너킥 6회 등을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지만 누만시아는 활동량과 기동력을 앞세워 투지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레알이 홈에서 누만시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다는 사실은 그만큼 벤치의 힘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레알이 지난 시즌 5시즌 만에 라 리가 우승을 차지하고, 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성공한 이유는 지네딘 지단 감독의 로테이션이 막강한 힘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레알은 BBC 트리오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플랜A의 힘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플랜B마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레알은 지난 여름 동안 알바로 모라타와 페페,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9명을 떠나 보내고, 테오 에르난데스와 다니 세바요스를 영입했다. 그리고 보르하 마요랄과 마르코스 요렌테, 헤수스 바예호 등을 임대 복귀시켰다. 그 결과 레알은 기존의 강력한 플랜A를 유지하면서도 플랜B를 강화시켰고, 적절히 세대교체를 시도하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테오 에르난데스와 세바요스, 마요랄, 마르코스 요렌테, 바예호, 하키미 등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레알, 겨울 이적시장의 결과가 중요하다

레알은 올 시즌 라 리가에서 벌써 3패를 당했고, 지난 셀타 비고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원정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레알은 이스코가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고군분투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골 2도움)과 가레스 베일(4골 1도움), 카림 벤제마(2골 3도움) 등은 부진과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라이벌인 바르셀로나는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쿠티뉴를 영입했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월부터 디에고 코스타와 비톨로를 출전시킬 수 있다.

물론 레알은 당연히 겨울이적시장에서 여러 선수들과 연결되고 있다. 레알이 새로운 스트라이커를 원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레알은 토트넘의 해리 케인을 비롯해 인테르의 마우로 이카르디, 첼시의 에당 아자르, PSG의 에딘손 카바니, 도르트문트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 등 여러 선수들과 염문설을 뿌리고 있다.

문제는 지단 감독이 겨울이적시장에서의 영입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단 감독은 최근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 호세 앙헬 산체스 단장과의 미팅에서 선수단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단 감독은 누만시아전 이후 인터뷰에서도, "나는 현재 팀 스쿼드에 확신이 있다. 이는 결과로 입증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현 부진에 대해 "2-3경기만 연속해서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현 스쿼드로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지단 감독의 선택은 옳은 것일까? 엘 클라시코의 결과를 떠나 최근 셀타 비고, 누만시아를 상대로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할 경기를 놓쳤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레알은 선수 영입을 통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해 보인다. 그럼에도 지단은 변화보단 안정을 택하면서 자신감을 표했다. 따라서 지단 감독은 이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지단 감독이 2017년에 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이번 시즌 후반기 결과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지단 감독은 배수의 진을 친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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