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돌보는 잉글랜드 FA, ‘루니 룰’ 도입의 의미

마틴 글렌 잉글랜드 FA 대표 ⓒ FA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루니 룰’을 도입했다. 루니 룰은 지난 2003년 미국풋볼리그(NFL)에서 댄 루니 피츠버그 스틸러스 전 회장의 이름을 딴 규칙이다. 고인이 된 루니 전 회장은 NFL 구단이 흑인 감독을 기피하고 쉽게 해임하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다른 구단주들을 설득해 규칙의 도입을 주장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주목한 사회적 약자들은 여성을 비롯한 흑인, 아시아 및 소수 인종(BAME)이다. FA는 지난 2010년부터 조직 내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더불어 이번 ‘루니 룰’ 도입으로 인해 연령별 대표팀을 비롯한 28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직을 선임할 때 소수 인종을 최소한 한 명 이상 인터뷰하겠다고 밝혔다.

FA의 이러한 결정은 영국에서 시작된 ‘30% 클럽’ 운동과 연결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적극적 차별 시정 조처의 일환으로 조직 내 여성 임원을 최대 30%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스포츠 단체 이사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있었다. 마크 샘프슨 전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 감독이 에니올라 알루코(첼시 레이디스)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건넸던 일이 밝혀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샘프슨 감독은 나이지리아에 있는 알루코의 가족들이 잉글랜드로 온다고 하자 “웸블리 스타디움에 에볼라를 가져오지 말라”는 ‘농담’을 던졌다. 알루코는 이 발언에 크게 상처받았고 결국 샘프슨 감독은 경질됐다.

FA 대표 마틴 글렌이 ‘루니 룰’을 도입하기로 발표하자 <가디언>, <BBC> 등 굵직한 영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텔레그래프>는 “여성 스포츠인들은 남성들의 ‘농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축구계에 존재하는 성차별과 유리 천장에 주목했다.

지난 10일 글렌 FA 대표는 “스포츠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인지하는 소위 ‘농담’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제안하며 새로운 고충처리제도를 도입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스포츠 전반에 걸친 문제다. FA는 영국 체육회와 협력하여 가이드라인을 개발했고 여기에 선수와 코치들을 위한 행동 강령을 명확히 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글렌 대표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남성들이 깨닫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여성들은 지금까지 계속 참아왔다”라고 전하며 “운동장 밖에서의 문화, 내부 고발 절차, 새로운 코칭 가이드라인, 고충 처리절차를 도입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여성들은 이제 참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자들이 ‘농담’으로 간주하는 일들이 이에 해당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부 고발 지침을 작성하면서 알루코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녀는 스포츠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인지하며 받아들였고 영국 체육회 또한 우리와 협력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글렌 대표는 “문화미디어스포츠부와의 청문회에서 우리가 이런 문제의 깊이와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소수 인종과 관련해서는 “비즈니스 측면도 있지만 옳은 일을 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소수 인종 선수들이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은 이들이 경력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FA가 그들을 돕는다고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라고 전하며 대표팀 감독직 면접 시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소수 인종을 포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잉글랜드 남자 성인 축구대표팀 감독은 72년 동안 전원 백인이었다. 현재 28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중 15세 이하 남자 축구 대표팀 감독 단 한 명만이 흑인이다.

FA의 ‘루니 룰’ 도입은 영국 내에 존재하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맞서 실질적인 제도를 도입하면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한편 ‘루니 룰’ 도입 이후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축구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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