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보치아 선수가 청와대에 남긴 절박한 외침

이재훈 보치아
ⓒ 이재훈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각종 청원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 중 독특한 청원 하나가 눈에 띄었다. 5일 게시된 청원이었다. 자신을 부산에 사는 보치아 선수라고 밝힌 이재훈 씨는 두 가지를 청원했다. 하나는 대중들에게 보치아를 알리고 싶다는 것과 부산 지역에서 보치아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잘 정리된 글은 아니었다. 관심을 받는 글도 아니었다. 하지만 갑자기 궁금해졌다. 왜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됐을까?

도대체 보치아가 뭐야?

보치아라는 스포츠를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보치아는 장애인 스포츠의 일종이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 다른 점이 있다. 장애인 축구, 휠체어 농구 등 대부분의 장애인 스포츠는 기존 스포츠를 장애인에게 맞게 변형시킨 종목이다. 반면 보치아는 독자적인 종목이다. 오직 장애인을 위해서 고안된 스포츠다. 굳이 보치아와 비슷한 종목을 꼽자면 컬링을 들 수 있겠다.

경기 방법은 간단하다. 한 엔드 당 표적이 되는 공을 향해 양 선수 또는 팀이 각각 여섯 개의 공을 던진다. 그 중 표적구와 가장 가까이 던진 쪽이 해당 엔드를 승리하게 된다. 각 엔드마다 점수를 부여하는데 점수 방식이 특이하다. 상대방이 가장 가까이 던진 공과 표적구 사이에 자신이 던진 공만큼 점수를 준다. 이렇게 4~6엔드를 치르고 점수를 합산해 승자를 가린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뇌성마비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이 보치아의 특징이다. 장애인 스포츠인 만큼 보치아는 장애 등급에 따라 BC1부터 BC4까지 나뉜다. 권투의 체급과 비슷하다. 특히 BC3는 팔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장애인이 참가한다. 따라서 도구를 사용하며 조력자가 옆에서 돕는 경우가 많다.

생소한 스포츠지만 엄연히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다. 1984년 LA 패럴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것으로부터 시작해 2016년 리우 패럴림픽까지 8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나름 패럴림픽에서는 보치아가 효자 종목인 셈이다.

“지도자도 없고 연습장도 구하기 힘들어요”

다시 이 씨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스포츠니어스>는 청원을 올린 이 씨의 어머니, 권미예 씨에게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보치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아들이 직접 글을 올렸다”며 빙그레 웃은 그녀는 “우리 가족은 부산에 거주하고 있다. 아들은 보치아 선수의 삶을 계속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어려워졌다. 아들이 보치아를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보치아가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권 씨는 “현재 부산 지역 선수들은 보치아를 하기 어려워졌다. 지도자를 모시기도 어렵고 연습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보치아 지도자 풀이 작아 지도자 섭외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체육관 대관마저도 어려운 것이다.

그의 청원은 안타까움과 순수한 마음이 합쳐진 결과물인 셈이다. “아들이 부산을 사랑하고 보치아를 사랑한다”라고 소개한 그녀는 “이미 부산의 우수 선수들은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은 그래도 부산에서 보치아를 하고 싶어서 글을 올린 것 같다. 나 역시 부산에서 아들이 계속 보치아를 할 수 있도록 연습장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장애인 스포츠의 현실적인 벽

이 씨의 청원은 장애인 스포츠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보치아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인 스포츠는 대부분 각 지자체의 지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종목 편중 현상이 일어난다. 권 씨는 “부산의 경우 장애인 수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령시 제공

물론 서울 등 자신의 꿈을 찾아 보치아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특히 이 씨의 경우 더욱 그렇다. 보치아 BC3 종목 선수인 그는 경기를 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 생활 등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가족 중 하나가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씨의 경우 어머니인 권 씨가 도우미 역할을 맡고 있다.

한 선수가 다른 지역으로 간다는 것은 가족들이 삶의 터전을 완전히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장애인 스포츠 실업팀은 많지 않다. 가뜩이나 보치아는 더더욱 없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다.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운동을 하기 위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결단을 내리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꿈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꿈을 포기하고 있다

장애인 스포츠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장애인 스포츠는 치료이고 레크리에이션이자 사회 복귀 수단 중 하나다. 보치아도 그렇다. 특히 이 씨와 같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치아는 그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지금 그는 절박하다.

이 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돈을 벌 수 있는 보치아 실업팀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정도의 잘 쓴 글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진심을 담아 글을 썼다. 아쉽게도 그 진심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이 씨 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는 수많은 장애인 스포츠 유망주들이 꿈을 접고 있을 것이다. 제도적인 이유로, 환경적인 이유로 그들이 품었던 원대한 꿈이 안타깝게 사그러들고 있다. 그들에게 적어도 충분한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이라고 꿈조차 꾸지 못하게 한다면 그만큼 비참한 일이 또 있을까.

한국 장애인 스포츠는 많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선수들은 존재한다. 과거 2016 리우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포상금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더욱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그들은 장애인이기 전에 선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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