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운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우리의 '고든요' 형님이 떠났다.

고정운 해설위원, 아니 감독이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11월 9일 FC안양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정운 해설위원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라고 밝혔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선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창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가 그리웠다. 위에서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내려가 함께 소통하고 호흡하길 원했다. 그래서 그는 안양 감독이라는 쉽지 않은 직책을 맡았다.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그는 기꺼이 수락했다. '그마만큼, 거든요' 등의 어록을 남겨둔 채 그는 미련 없이 해설위원 자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감독 선임 발표 이후 약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벌써부터 그의 해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감독이 된 고정운을 만나러 갔다. 그는 여전한 말투와 여전한 목소리로 자신의 해설, 아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갓 프로에 입성한 초보 감독 치고 그는 자신감이 넘쳤고 확신이 있어 보였다. 경기컵이 열리기 전 데뷔전 준비에 한창이었던 고정운 감독을 <스포츠니어스>가 만났다.

*해당 인터뷰는 맞춤법 등 국문법에 맞지 않는 일부 표현들이 있습니다. 고정운 감독 특유의 어투를 살리기 위함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 드립니다.

감독 선임을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안양 감독직을 수락하게 되셨는지요?

축하… 글쎄요. 이게 축하 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네요. 사실 갑자기 온 겁니다 갑자기. 제가 우리 임(은주) 단장허고는 1990년 북경 아시안께임 갈 때, 그리고 평양 친선대회 갈 때 그 때 처음 만났거든요. 임 단장은 여자측구였지. 저랑은 동기고 친구거든요. 그 때는 서로 얘기도 전혀 하지를 못했던 사이였고 내가 은퇴헐 무렵에 임 단장이 주심, 주심으로 몇 경기 정도 나선 거였거든요. 그 때는 전혀 만난 적도 없었고 그저 눈 인사 정도 할 정도?

근데 제가 선임되기 한 2~3주 전에 안양 쪽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여기에 놀러 왔거든요.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그냥그냥 갔단 말이죠. 그런데 며칠 있다가, 제가 임명되기 일주일 전에 전화가 와서 "차나 한 잔 마시자" 해서 다시 안양에 왔거든요. 그렇게 해서 갑자기 얘기하다 보니께 가지고 있던 비젼이라던지 그런 걸 들어보고는 '아 이 정도면 와서 한 번 해도 괜찮겠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 갑자기 이뤄진 겁니다.

사실 해설위원으로 한창 활약하고 계셨는데 감독직을 수락하신 거였어요. 평소 감독직에 대한 꿈이 있으셨나요?

당연허지. 어쨌든 간에 우리 경기인 출신들은 운동장에 있는 것이 어떤…젤 좋은 거니까. 젤 하고 싶은 거고. 물론 해설도 허고 대학 교수 하면서 아이들 강의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지도자를 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었던 거죠. 그를 위한 시간들이었던 거 같아요. 그마만큼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시기에 이런 기회가 또 저한테 와가지고 일을 하게 된 거죠.

감독직 수락 이후 "해설위원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라는 말씀도 많이 하고 계시잖아요.

해설도 마찬가지고 대학 교수로 강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고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그마만큼 지식이 없으면 안되잖아요? 해설 같은 경우는 말 한 마디 잘못허면 안티팬도 많이 생기거든요. 제가 나름 그래도 축구 전문가 입장이기 때문에 전술과 전략 부분에서는 다른 해설위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었어요. 그마만큼 공부도 굉장히 많이 했고 준비도 많이 했거든요.

이걸 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감독을 할 때 밑에서 보는 축구와 해설을 하면서 위에서 보는 축구는 전혀 다르거든요. 그런 점에서 갱장히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죠.

그래도 해설위원으로 유명세를 많이 타셨는데 아쉽지는 않으신가요?

근데 뭐 유명하다고 하기에는… 저는 선수 때가 훨씬 더 유명했거든요. 뭘 해설 가지고 얼마만큼 유명하다고. 어린 친구들이 모르는 건 그 때 축구를 역시 모르니까 당연한 거고 지금 한 3~40대 축구팬만 되도 다아 기억을 하고 다아 아는거 아닌가요? 뭐 그래도 저도 재미있게 해설을 했었기 때문에 좋은 시간이라고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뭐 다 좋다고는 허지 않았다던데? 호불호가 있었다고.

그렇다면 젊은 축구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릴게요. 본인의 선수 시절이 어땠는지 좀 알려주세요.

글쎄 저는 뭐 그거사 네이버나 다음 그런데 나오면, 다 쳐보면 다 나오는 거거든요. 그… 젊은 친구들은 나보다 더 잘 아는데 제가 굳이 이런 얘기를 안해도 다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축구팬들은 감독님을 '그마만큼, 고든요, 모두까기' 이런 단어로 기억하더라구요.

저… 사실 저는 SNS를 잘 안하고 댓글도 안보거든요. 잘 모르죠. 그런데 그런 얘기는 들었죠. 인쟈 내가 해설을 가면은 캐스터 애들이 젊은 애들이니까 "위원님 그런 게 있습니다" 하면 나는 또 "어 그런가보다" 하는 거죠.

'모두까기'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긍까 제가 경기인 출신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거든요. 그게 이제 결국은 선수들도 어떻게 보면 그런 걸 통해서 장점보다는 자신의 단점, 약점을 아는 거거든요. 지도자의 그런 어떤 심정에서 해설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치우쳐서 그런 식으로 표현이 된 거 같애요.

그런데 제가 해설을 할 때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 '표현'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나는 전달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 게 인쟈 축구인 출신과 비축구인 출신의 차이겠지요. 다른 비축구인 출신 해설위원들은 이런 얘기들을 잘 하잖아요? 나는 축구인 출신으로 깊이 있는 해설을 하려고 이론적인 부분들을 신경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식을 폭넓게 전달하는 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제는 감독에 선임됐으니 비판하는 입장에서 비판받는 입장이 되시겠네요.

비판은 당연한 거지. 그건 당연한 거죠. 저는 그런 거는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사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어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굉장히 높은 자리라고 보기 때문에, 우리 팀을 위해서 내 앞에 와서 직언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없거든요. 참모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고. 그런 해설위원들이 그런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귀담아 들어야 하거든요. 듣지 않으면 좋은 팀을 만들지를 못허는 거죠.

해설위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안양은 어떻던가요?

저는 챌린지 한 경기도 안했거든요. 클래식만 한 거지. 근데 그거는 인쟈 전 감독님 축구에 대해 얘기하는 거는 예의가 아니거든요. 그런 거는 말하기 어렵고 일단은 선수들의 어떤 성향들을 파악하는 게 제일 먼저인 거 같거든요. 그… 다들 "고정운 축구가 어떤 축구냐"라고 많이 물어보는데 고정운 축구가 어떻다 저떻다 말하는 것보다 '얼마만큼 선수들의 어떤 성향 같은 것들을 파악하고 나서 이런 축구를 내가 해야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고정운의 축구는 물기 많고 빠른 축구 아닐까요?

아무래도 물기가 좀 이쓰면 갱장히 좀 빠른 템포, 템포도 빨라지고 모든 게 빨라지거든요. 슈팅도 마찬가지고 패스도 마찬가지고. 대신에 그라운드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야 그런 게 만들어질 수가 있는 거죠. 잔디가 고른 상황에서 물을 뿌려놓고 한다면 굉장히 우리도 조금 그 수준 높은 축구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거는… 이제 우리가 기업 구단이 아니기 때문에 시설관리공단에서 얼마나 관리를 잘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빠르다는 것도 그래요. 딱히 제가 빠른 선수를 선호하거나 그런 건 아니거든요. 지금 축구는 모든 게 다 빨라졌다는 거지. 공간도 없기 때문에 생각도 빨라야 빨리 공을 전개하고 패스도 빨라지고 생각도 빨라지고 모두 빨라진다는 거거든요. 수비도 그래요. 예전에는 중앙 스위퍼가 있어서 느저도 스위퍼가 카바 프레이를 해줬는데 지금은 일짜 빽, 일자 백(한 줄 수비)이기 때문에 중앙 수비수도 다 빨라야 해요.

수비가 빨라지면 공격수도 빨라야 하거든요. 현대 축구는 모두가 다 빨라요. 그래서 생각도 영리해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느저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느리다는 건 공수 전환도 다 느리다는 얘기거든요. 수준이 그마만큼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마만큼. 그래서 조금 더 수준 높은 축구를 하고 개인 퀄리티를 올리려면 빨라야 한다는 거죠. 모든 게 다 빨라져야 하거든요.

풍생고등학교 감독 이후 7년 만에 다시 잡는 지휘봉이라 '감독 고정운'은 어떨지 궁금한 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일부에서는 성남 출신이기 때문에 카리스마 넘치고 무서운 감독일 것 같다는 의견도 있네요.

저… 사실 저는 성남 출신이라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일화 츤마 축구단 출신이지. 무섭다라… 긍까 그런 게 선입견인 것 같애요. 때에 따라서 지도자라는 건 팔색도(조)가 되야 하는 거거든요. 지도자라는 건 내 축구 철학이 있으면 뚝심을 가지고 가는 그런 게 있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은 강하면 부러지거든요.

고정운 감독이 꼽은 주요 키워드는 '소통'이다 ⓒ FC안양 제공

선수들과 절대적으로 역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소통이기 때문에 선수들과 최대한 소통하고 푸런트와도 소통해서 진행한다면 전혀 그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일화 츤마 출신이라고 해서 비춰지는 것들, 그리고 선수 생활 했던 그런 부분들이 다가 아니라는 거죠. 겪어보지 않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위험하잖아요?

제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걸 느끼게 될 겁니다. 제 생각이 맞다고 하다가도 '아 이게 아니였구나'라고 생각할 때도 있겠죠. 팀이 잘되는 것은 제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역시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엄한 지도자가 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편한 아버지 같이, 때로는 어머니같이 그런 존재가 되야할 것 같아요. 재미있을 거 같아요.

'소통'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지난 시즌 안양의 분위기가 어수선했어요. 시민들이나 팬 등 외부적인 소통에 대한 요구도 분명 존재할 것 같습니다.

당연허지요. 아니 안양을 응원하기 위해서 운동장에 오시면 전부 다 소통을 해야지요. 서포터스도 마찬가지고 시민도 마찬가지고 운동장에 오시면 어쨌든 간에 오시는 손님이거든요. 운동장에 오시면 우리가 다 인사 드리고 좋은 경기력으로 충분히 소통이라는 걸 헐 수 있다는 거거든요. 공식적으로 감독과 선수단이 소통을 할 수 있는 건 그런 거거든요. 다른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팬들이나 시민들은 '절대로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죠. 정말 고마운 분들이기 때문에 우리 안양도 그런 분들에 대한 예우는 충분히 갖춰야 하거든요. 경기 끝나면 저 역시도 선수단과 함께 관중석 앞에서 인사도 드리고 다 할 겁니다. 그렇게 소통 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K리그 챌린지는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악명도 있습니다. 2017 시즌 이후에도 10개 팀 중 무려 8개 팀이 감독을 교체하거나 교체 예정입니다. '그마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숙명이죠. 그런 거는 항상 숙명이지.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일 못허는 거거든요. 이유가 어찌됐건 지도자들은 성적이라는 게 역시 급선무기 때문에 숙명일 수 밖에 없어요. 뭐 2부만 스트레스 받나요? 1부도 스트레스 많이 받죠.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너무 쉽게 소모품처럼 경질이 된다는 것. 이건 쪼끔 생각을 해봐야지 될 거 같애요. 뭐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어서 그만두는 지도자도 많거든요. 정말 그런 부분은 생각을 많이 해봐야지 될 거 같아요.

어차피 나도 그렇지만 지도자들은 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항상 떠나야지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오거든요. 한 팀에서 천 년 만 년 할 수는 없잖어요. 떠난다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짧은 시간에 경질되고 그런 거는 축구가 굉장히 발전을 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생각을 해봐야지 될 거 같아요.

특히 내년 시즌에는 김대의, 고종수 등 젊은 감독들도 등장합니다. 축구인 선배인 감독님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아유 그런 거 전혀. 전혀 없어요. 젊은 친구들 감독 하는 게 나랑 무슨 관계가 있어~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하잖어요. 그런 고민은 전혀 없어요. 부담감도 없어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양 감독으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듣고 싶습니다.

여태까지 우리 FC안양이 첫 해만 빼고는 중하위권을 기록했거든요. 구단 내외부에서 잡음도 많았었고. 근데 결국은 성적이 나면은 그런 잡음도 굉장히 잠잠해지리라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성적이 나면 안양이라는 브랜드도 조금 더 올라갈 수 있거든요. 아무튼 뭐 선수 파악을 빠르게 해서 내년 시즌에는 더 좋은 축구, 특히 4강 플레이오프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우리 안양이 정말 한 덩어리로 뭉쳐서 시민들과 함께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팬들과 시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정말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떠날 때 후임 감독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놓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성적을 만들고 후임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 이 두 가지 생각이 저의 목표입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정말 마지막 질문입니다. 첫 프로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안양의 4강 플레이오프 진출, 자신 있으신가요?

그럼요. 당연히 자신 있죠. 당연한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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