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이 에메리 ⓒ PSG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리그앙의 절대 강자'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이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PSG는 3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스타드 드 라 메노에서 펼쳐진 2016-17시즌 리그앙 16라운드에서 킬리안 음바페의 골에도 누누 다 코스타와 스테판 바오큰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면서 스트라스부르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PSG는 올 시즌 리그앙에서 16경기 만에 첫 패배를 허용했고, 공식 25경기 무패(22승 3무) 끝에 패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상대가 스트라스부르라는 점이다. 스트라스부르는 지난 시즌 리그두 1위를 기록하며 9시즌 만에 승격했고, 최근 리그앙 8경기에서 2승 5무 1패를 기록하며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리그 16위에 머무르며 고전하고 있었다. 따라서 승승장구하던 PSG가 스트라스부르에게 패했다는 사실은 말 그대로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PSG는 이변의 희생물이 된 것일까?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오판

"우리는 29회의 슈팅과 13회의 코너킥을 시도했다. 우리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상대 문전에서의 마지막 터치가 정확하지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매 경기 승리하는 것이지만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우리는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트라스부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경기 후,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인터뷰는 PSG가 경기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PSG는 스트라스부르를 상대로 73%의 점유율, 29회의 슈팅, 13회의 코너킥 등을 기록했고, 끊임없이 스트라스부르를 골문을 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네이마르와 음바페, 앙헬 디 마리아, 에딘손 카바니 등 쟁쟁한 공격수들을 투입시켰음에도 유효슈팅 5회만을 기록하며 1골을 넣는데 그치고 말았다.

역시 비판의 대상은 에메리 감독이 되고 있다. 에메리 감독은 지난 트루아전부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PSG는 경기 일정 자체가 빡빡하다. 스트라스부르, 바이에른 뮌헨, 릴, 스트라스부르 등을 상대하며 주중에 UEFA 챔피언스리그와 쿠프 드라 리그(리그컵) 경기를, 주말에 리그앙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벤치 멤버들이 불만을 잠재울 필요가 있어 출전 기회를 줄 필요성이 있었다. 사실 PSG는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적설로 휘말리며 팀 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재정적 페어 플레이(FFP) 규정을 지키기 위해 1월에 선수들을 이적시킬 수밖에 없는 처지라서 디 마리아, 하비에르 파스토레, 케빈 트랍, 토마 뫼니에 등이 크고 작은 이적설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축구에선 "상승세를 탈 때 변화를 주지 말라"는 격언이 존재한다. 에메리 감독은 공식 5경기 연속골을 넣고 있던 카바니와 수비의 중심인 티아구 실바, 미드필드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마르코 베라티 등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고, 이는 PSG의 무패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티에리 로에리 감독의 맞춤 전술

"PSG전 승리는 단지 1승에 불과하지만 우승후보에게 승리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선수들은 공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뛰었고, 2-3 차례의 역습으로 효과적인 공격을 펼쳤다. 감독으로써 사자처럼 싸운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PSG전이 끝이 아니다. 경기는 많이 남았고, 우리는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로에리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스트라스부르 선수들은 끊임없이 뛰면서 PSG를 괴롭혔다. 로에리 감독은 기존의 4-3-1-2가 아닌 4-3-3(사실상 4-5-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전방부터 압박을 가하면서 PSG 공격을 저지하는데 집중했다. PSG는 스트라스부르의 압박에 당황하며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네이마르가 밑으로 내려와 공격을 전개함에 따라 최전방의 화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장-아우데 아올루와 디미트리 리에나르 등 수비형 미드필더가 최후방까지 내려와 밀집 수비를 보여주며 PSG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스트라스부르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대어 PSG를 잡았다 ⓒ RC스트라스부르 공식 페이스북

흥미로운 점은 수비 전술보다 공격 전술에 존재한다. 로에리 감독은 세트피스와 역습에 의한 득점루트를 마련한 모습이었다. 전반 13분에 프리킥 상황에서 누누 다 코스타가 선제골을 기록했고, 후반 20분엔 역습 상황에서 스테판 바오큰이 결승골을 넣었다. 스트라스부르는 수비에만 집중하지 않고 누누 다 코스타와 스테판 바오큰을 활용해 계속해서 오른쪽 측면으로 역습을 전개했고, 두려움 없이 PSG를 상대로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렇기에 2골이나 넣은 것이다.

물론, 스트라스부르와 PSG의 경기 결과가 리그앙의 전체 순위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다. 이 경기의 결과는 스트라스부르의 기대 이상의 경기력과 PSG의 실수가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잔류를 걱정하는 스트라스부르가 1위를 질주하는 PSG에 승리했다는 사실은 ‘공은 둥글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이변이 자주 일어나진 않겠지만 이제 리그앙의 타 팀들도 PSG을 만날 때마다 스트라스부르처럼 이변을 꿈꾸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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