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팬들이여 힘을 내자. ⓒ 전북현대 제공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이 막을 내렸다. 과연 한 시즌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벌어진 일을 시리즈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다.

시즌 초를 기억하는가? 아마 몇 가지 일이 떠오르면서도 '그 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때도 종종 있다. 1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무언가는 바뀐다. K리그 클래식도 한 시즌을 보내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어떤 뉴스는 '신의 한 수'라 불렸고 어떤 것들은 '악수'라 불렸다. 그 '터닝 포인트'라고 할 만한 10가지 소식을 꼽아봤다.

시즌 전 : 평창에 '지름신'이 떴습니다

개막 전 K리그 클래식의 이슈는 단연 강원이었다. 2016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강원은 '폭풍 영입'을 선언했다. 잔류를 위한 개편이 아니었다. 조태룡 대표는 통 크게 "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노린다"고 말했다. 그렇게 온 선수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정조국부터 시작해 이근호, 김경중, 오범석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강원에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강원 팬들은 '내일 아침에는 누가 올까?'란 기대감으로 잠에 들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강원이 새로운 선수 영입 보도자료를 아침에 내보내기 때문이었다. 개막도 하기 전에 K리그 클래식은 온통 강원 이야기 투성이었다. 물론 조 대표가 염원하던 ACL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대신 승격 첫 해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성과는 달성했다.

3월 19일 : '판정 불신' 태풍의 시작

이런 걸 올해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스포츠니어스

한 번의 휘슬이 K리그를 바꿨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과 광주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아무도 이날 경기가 K리그를 뒤흔들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반 16분 서울 이상호의 크로스가 광주 박동진의 등에 맞았다. 그 순간 김성호 주심은 휘슬을 불었다. 페널티킥이라는 것이었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이 장면으로 인해 광주 기영옥 단장은 울분을 토하는 등 화를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판정의 불신은 점점 깊어지기 시작했다. 김성호 주심과 박인선 부심은 중징계를 받았고 향후 법정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금은 K리그 클래식에서 쉽게 볼 수 있는 VAR(Video Assistant Referee)을 도입케 한 역사적인 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4월 21일 : 형이 거기서 왜 은퇴를 해?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즌 초라고 볼 수 있는 시기다. 그런데 갑자기 한 선수가 홀연히 은퇴를 했다.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력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바로 수원의 이정수였다. 21일 이정수는 수원 구단 발표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4월 16일 광주전에서 서포터들의 강한 비판에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구단은 총력을 다해 은퇴를 만류했다. 하지만 한 번 굳힌 이정수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팀에 많은 보탬이 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팬들과의 마찰로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골까지 넣었던 선수의 은퇴임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초라했고 너무나 황당한 은퇴였다. 앞으로 4월은 계란이 생각날 때가 될 것 같다.

5월 22일 : 아무도 몰랐던 조광래의 '신의 한 수'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먼저 감독이 사임한 팀은 대구였다. 이날 대구는 손현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 때까지 대구는 강등권을 전전하던 팀이었다. '역시나'란 평가가 등장했다. 시민구단의 현실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조광래 대표이사는 지휘봉을 안드레 코치에게 맡겼다. '감독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표했다. 그렇게 대구는 남은 시즌을 감독 대행 체제로 보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시즌이 끝났을 때 대구는 무려 네 팀을 제치고 8위를 기록했다. 일찌감치 잔류도 확정지었다. 안드레 감독대행은 대행 꼬리표를 떼며 'K리그 외국인 선수 출신 첫 감독'이라는 역사를 썼다. 대구의 모험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셈이다.

5월 31일 : '제주 너마저' K리그, ACL 전멸

한동안 K리그 클래식은 AFC 챔피언스리그(ACL)를 호령했다. 하지만 올 시즌 ACL은 유독 불안했다. 울산, 서울, 수원, 제주가 참가한 가운데 제주를 제외한 세 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는 2009년 ACL이 32개 팀 참가로 확대된 이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불안감은 증폭됐다. 하지만 16강에 진출한 제주가 우라와 레즈와의 1차전을 2-0으로 이기면서 자존심은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문제는 2차전이었다. 험난하기로 유명한 우라와 원정을 떠난 제주는 3골을 내주며 0-3 참패를 당했다. 2차전 90분 동안 0-2의 스코어를 기록한 제주는 연장전에서 료타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1, 2차전 총합 2-3으로 패한 제주는 ACL 16강에서 멈춰야만 했다. 한 때 연속으로 ACL 트로피를 들며 '아시아 최강'이라고 외치던 K리그는 올 시즌 제대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7월 1일 : K리그 클래식, VAR 전면 도입

K리그 클래식 전반기는 판정으로 인해 홍역을 앓았다. 3라운드 서울과 광주의 경기에서는 '등 핸드볼 파울' 페널티킥 사건이 발생했고 5라운드에서는 인천 한석종이 엉뚱하게 퇴장을 당했다. 판정의 불신은 극에 달했고 심판의 권위는 땅으로 떨어졌다. 결국 연맹은 고심 끝에 나름대로 처방전을 내놨다. 바로 VAR의 조기 도입이었다.

애초 2018 시즌 도입이 예정되어 있던 VAR이었다. 하지만 판정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반 년 일찍 투입했다. 7월 1일부터 K리그 클래식 전 경기장에는 'VAR 판독'이라는 낯선 광경이 등장했다. 이는 K리그에 새로운 문화를 가져다줬다. 하지만 판정의 정확도는 글쎄? 이제는 VAR이 논란이 되고 있다.

8월 14일 : 광주의 버팀목이 사라지다

이런 걸 올해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스포츠니어스

광주의 전력에서 남기일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남 감독이 광주에서 떠났다. 이날 광주의 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남 감독이 사임한 것이었다. "잔류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냈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없는 살림에도 광주를 K리그 클래식 무대로 이끌었던 남 감독이다. 특히 광주 팬들, 그리고 축구계에서 남 감독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는 상당히 두터웠다. 그래서 그의 사임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아마 일부는 느꼈을 것이다. 광주를 지탱하던 정말 큰 기둥이 사라졌다는 것을. 그리고 후임으로 김학범 감독이 부임했지만 그도 광주를 구하지 못했다.

10월 29일 : 어차피 우승은 전북

K리그 클래식 우승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경기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1위 전북과 2위 제주의 맞대결이었다. 전북이 이길 경우 그대로 우승 확정이었고 제주가 이길 경우 1위 싸움은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북은 이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다섯 번째 별을 가슴에 다는데 성공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이동국의 200호 골도 터졌다. 전주는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4시즌 동안 3번 우승을 거두며 '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순간이었다. 제주는 준우승과 ACL 출전권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아니, 최근 전북이 우승할 때마다 들러리를 서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고개를 떨궜을 것이다.

11월 5일 : 초유의 직원-팬 충돌 사건

잔류에 대한 강한 열망은 초유의 충돌 사태를 불러왔다. 5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 인천의 경기에서 전남 구단 직원과 인천 팬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프타임부터 인천 팬과 경호원이 실랑이를 벌였고 경기 종료 후에는 일부 인천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구단 직원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양 구단에 제재금이 부과됐고 심판에게 욕설한 팬, 그리고 그라운드에 난입한 팬 2명에게는 K리그 전 경기장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잔류를 놓고 벌이는 민감한 상황에서 서로의 감정이 폭발한 셈이었다. 그 때까지 전남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랬던 인천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남을 구하게 될 줄이야.

11월 18일 : 마무리는 어김없이 '잔류왕' 인천

이쯤 되면 슬슬 과학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인천은 K리그 클래식에 또 잔류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인천은 상주를 2-0으로 제압하고 10위를 기록, 올해도 어김없이 잔류에 성공했다. 2년 연속으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잔류를 확정짓는 인천이었다. 작년에는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하며 기쁨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선수들이 관중석으로 올라가 잔류의 기쁨을 만끽했다.

승강제가 지금의 시스템을 갖춰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4 시즌 이후 인천은 항상 강등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2015 시즌은 마음이 편했다. 8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이다. 다른 세 시즌은 모두 10위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하게 잔류에 성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인천은 어쨌든 계속해서 K리그 클래식에 살아남고 있다. 덕분에 인천 팬들의 연말은 항상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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