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가 전남드래곤즈를 살려줬다. 지난 라운드에서 경기가 끝난 뒤 구단 스태프와 팬이 충돌하며 불편한 관계에 놓였던 전남을 인천이 구해준 것이다. 인천은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상주상무와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2-0 완승을 챙기며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같은 시각 전남은 대구FC 원정에서 0-1로 패하며 승강 플레이오프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지만 인천이 상주를 잡아주는 바람에 가까스로 10위를 확정지었다.

이 경기 전까지 인천이 승점 36점을 기록 중이었고 전남과 상주는 승점 35점으로 그 뒤를 쫓고 있었다. 이미 광주FC가 강등이 확정된 상황에서 인천과 전남, 상주 중 한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로 가야 했다. 다득점 원칙에 따라 전남(53골)이 상주(41골)에 앞서 있었다. 전남이 대구에 패하면서 상주는 인천전에서 승점 1점만 따내도 전남을 11위로 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인천이 상주를 2-0으로 완파했고 결국 전남은 중요한 마지막 라운드 패배에도 불구하고 극적으로 K리그 클래식 잔류에 성공했다. 인천이 전남을 도운 셈이다.

사실 인천과 전남은 지난 라운드에서 충돌하며 껄끄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일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경기가 끝난 뒤 전남 구단 스태프와 인천 팬이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인천 팬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전남 스태프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제재금 700만 원의 징계를 받았고 전남도 홈 경기장 안전 유지 의무 위반 및 K리그 안전 가이드라인 미준수로 500만원 제제금이 부과됐다. 이 충돌 사건은 징계로만 마무리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여전히 양 측 팬들이 사실 관계를 따지며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인천과 전남은 이 경기 이후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하지만 결국 인천 덕분에(?) 전남이 잔류에 성공하는 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이기형 감독은 K리그 클래식 잔류에 대한 기쁨을 숨긴 채 상대팀 감독들에 대한 예우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경기장을 찾아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했고 그 다음 말이 “상대팀 상주 김태완 감독님께 죄송하다”였다. 이기형 감독은 “승부의 세계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상주 김태완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상주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내 잔류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양 팀 모두 절실한 경기였는데 우리가 선취골을 넣으면서 경기가 잘 풀렸다”고 덧붙였다.

인천과 전남은 지난 라운드가 끝난 뒤 팬과 스태프의 충돌 사건까지 벌였다. ⓒ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이기형 감독은 경기 종료 때까지 오로지 인천-상주전에만 집중했다. 승리를 거두면 대구-전남전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 들어 두 골이나 뽑아내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 온전히 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는 “전남의 결과는 경기 끝나고 들었다. 전남이 패해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독이라는 자리에 있는 한 어느 팀이라도 한 팀은 떨어져야 한다. 김태완 감독과 노상래 감독 중 한 분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그 역할을 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인천도 절실한 건 마찬가지였다. 상주전에서 패하고 전남이 대구를 잡았으면 승강 플레이오프로 인천이 떨어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문선민과 김도혁을 골로 앞선 상황에서도 끝까지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이기형 감독은 “한쪽을 축하하기에는 다른 한쪽 분 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승부의 세계에 대한 냉정함과 같은 감독으로서의 인간적인 고뇌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불과 2주 전 잔류를 놓고 경쟁하던 인천이 상주를 잡아준 덕분에 전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천은 마지막 경기에서 잔류는 물론 다른 한 팀까지 구해냈지만 올 시즌 내내 힘겨웠다. 두 시즌 연속으로 극적인 잔류에 성공한 이기형 감독은 “작년에는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면서 경기를 치러 매 경기 이겨야 되는 승부였다”면서 “올해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경기를 해야해 루즈한 경기가 펼쳐졌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좋은 경기를 해 잔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를 이어갔다. “시장님도 열의를 가지고 있고 새로 온 강인덕 대표님도 일주일에 나와 두세 번씩 미팅을 하면서 ‘왜 인천이 항상 어려운 상황을 겪어야 하느냐’는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기형 감독은 “내년 시즌에는 더 좋은 지원을 약속하셨다. 올해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극적인 잔류에 대한 소감을 마무리했다. 인천은 그렇게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남 멱살을 잡고 K리그 클래식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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