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최근 대표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다. ⓒ 세르비아 축구 협회

[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최근까지 지탄을 받았던 대표팀의 긍정적인 변화다. 과연 어떤 점이 변했을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지낸 성남FC 박경훈 감독은 일단 선수들이 뛰는 자세가 변했다고 했다. 15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준플레이오프 아산무궁화와의 경기에 앞서 만난 박경훈 감독은 얼마 전까지 협회 기술위원을 지낸 터라 최근 대표팀 경기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박경훈 감독은 “선수가 한 경기에서 기본적으로 12km 정도는 뛰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팀 중원을 지킨 기성용은 풀타임을 소화한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12.1km를 누비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경훈 감독은 “성용이처럼 뛰어주는 선수들이 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경훈 감독은 조건을 달았다. “12km라도 다 같은 12km은 아니다.” 과연 어떤 의미일까. 박경훈 감독은 “기술위원 시절 한 대표팀 선수가 ‘선생님 저희도 12km는 뛰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같은 12km는 아니다. 멈추지 않고 설렁설렁 90분을 뛰면 12km를 채울 수는 있지만 경기 도중 폭발적인 스프린트가 반복되며 12km는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훈 감독이 최근 대표팀 경기력에 대해 분석했다. ⓒ 성남FC 제공

그가 말한 세계적인 선수의 기준은 25km/h~35km/h의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한 경기에 60회 이상 선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1분 30초에 한 번 꼴로는 전력 질주를 하면서 12km를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선수들이 11명 중 몇 명이나 되느냐에 따라 경기의 질은 달라진다. 박경훈 감독은 그러면서 한국 축구의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 “우리가 월드컵에 나가면 기술적으로는 상대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결국 11명이 상대보다 더 많이 뛰는 걸로 그런 기술적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기술위원회에 있을 때도 우리 선수들의 뛴 거리와 스프린트를 분석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렇게 최근 두 경기에서 할 수 있을 것들을 이전에는 안 했다.”

기술위원으로도 일했던 전술가답게 박경훈 감독은 최근 두 차례 대표팀 평가전을 분석했다. “선수들이 수비를 할 때도, 공격을 할 때도 간격을 잘 유지했다. 그 간격이 넓어도 25m를 벗어나지 않았고 아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뛰는 자세에서부터 거리까지 이전 대표팀과는 달랐다.” 만족스러운 평가였다. 박경훈 감독은 막판까지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격과 수비, 좌측과 우측의 밸런스가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뛰면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 아마 경기 막판 한 쪽 측면에서 뛰는 양을 줄였더라면 좌우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선수들이 끝까지 좌우 균형이 맞게 많이 뛰었다.”

박경훈 감독은 웃었다. “아니 진작 그렇게 뛰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면서 “할 줄 알면서도 안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선수들 정신 차리고 뛰라고 여기 계신 기자 분들과 팬들이 아주 크게 혼을 내 주셨다. 그런 질타도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는 팬들이 더 직접적으로 경기장에서 불만을 나타내도 좋다고 했다. “경기에 임할 때마다 ‘잘한다’는 응원만 해주고 불만이 생기면 선수단 버스 막는 것 정도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경기 도중 백패스를 하거나 의미 없는 횡패스가 몇 번 이뤄지면 곧장 야유라도 보내 달라. 그게 선수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이다.” 박경훈 감독의 조언은 현실적이고도 이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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