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김정민. ⓒ넥슨

아산무궁화와 성남FC가 K리그 클래식 승격 문턱에서 만났다. 아산과 성남은 오늘(15일) 저녁 7시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치른다. 외나무다리에서 살아남은 팀은 오는 18일 부산아이파크와 또 한 번 격돌해 K리그 클래식으로 가기 위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 오늘 운명의 한판을 앞두고 그 열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스포츠니어스>는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진지한 분석 따위는 집어 치우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 팀만 생존하는 치열한 승부를 앞두고 두 팀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성남FC 소속이지만 이번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에는 참여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게이머 김정민이다. 김정민은 ‘피파 온라인3’ 유명 프로게이머로 지난해 8월 성남FC와 계약을 맺었다. 성남FC는 김정민의 훈련과 공식 대회 출전을 지원하고 김정민은 ‘피파 온라인3’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성남 유니폼을 입는다. 종목은 다르지만 그도 엄연한 성남 선수다. 그 역시 다른 선수,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아산전에서 성남의 승리를 간절하게 기원하고 있다.

4위 성남은 3위 아산에 비해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한다. 원정 단판 승부를 치러야 하고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민은 성남FC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성남이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이번에 비겨도 탈락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성남은 강하기 때문에 꼭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피파 온라인3’ 챔피언십 최초로 3회 우승을 차지하며 축구 게임계에서는 김두현 못지 않은 위용을 자랑한 선수답게 승부의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늘 게임 대회에 나갈 때마다 성남 유니폼을 입은 김정민은 지난 시즌 막판과 올 시즌 초 성남의 좋지 않은 성적에 마음이 무거웠다. “강등까지 당할 줄은 몰라서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올 시즌 초에도 성남이 굉장히 부진했습니다. 저는 올 시즌 그래도 나름대로 성적을 냈지만 구단의 성적이 아쉬운 상황이라 제 마음 또한 편하지 않았어요.” 김정민은 지난 7월 최초로 ‘피파 온라인3’ 대회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뒤 이런 소감을 말한 적도 있다. “성남FC와 팬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 덕분에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대회 결승에서 4-1-4-1 포메이션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등 굉장한 용병술을 발휘했다.

김정민은 지난 해 성남FC에 입단했다. 그 역시 성남 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성남FC

성남도 뒷심을 발휘하며 K리그 챌린지에서 4위에 턱걸이했다. “올 시즌 중반부터 성남이 치고 올라갔어요. 놀라웠죠. 역시 저력이 있는 팀입니다. 변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김정민은 축구(게임)의 전설이자 축구(게임) 전문가다.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그는 가끔씩 피파 온라인을 하며 ‘팬심’으로 성남 선수들을 쓰기도 했다. “팬심 담아서 김두현 카드는 고강화를 시켰거든요. 게임을 하며 한 번씩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김동준 선수도 꽤 써봤죠. 지금은 J리그로 떠났지만 황의조 선수도 썼습니다.” 같은 성남 소속이지만 언젠간 이들을 온라인에서 만나 축구 게임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줄 기회를 벼르고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성남 선수들과 함께 축구 게임을 해볼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선수들도 축구 게임을 많이 즐긴다고 하더라고요. 김두현 선수 팬이라 언젠가 한 번 김두현 선수와 게임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게임상에서 김정민은 김두현을 농락할 수 있다. 아무리 가을이라고 해도 박성호도 김정민한테 축구 게임은 안 된다. 축구 전문가답게 성남 이야기를 하다 상대 팀인 아산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하자 그가 웃었다. “아산이 좋은 팀이겠지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 이야기다. 국내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의 말에서는 여유가 묻어 나왔다. “게임상에서 맞붙는다면 아산을 충분히 이길 수 있느냐”고 묻자 한 마디를 덧붙인다. “제가 게임에서 아산과 붙으면 한 8-0 정도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 기운이 아산에 있는 성남 선수들에게 닿길 기원했다. 비록 비기기만 해도 탈락하는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정민은 대역전극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8-0으로도 이길 수 있는데 1-0 승리를 못할 건 없다.

김정민은 마지막으로 키플레이어를 묻는 질문에 김동찬을 꼽았다. “경기를 역습으로 풀어나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러려면 김동찬 선수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가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동찬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저력 있는 팀이니 불리한 상황을 딛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성남 선수의 한 명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김정민은 당장 오늘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으로 향해 김동찬을 조종하며 ‘↑’와 ‘E’를 눌러 드리블을 하다 ‘D’로 슈팅을 날리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도 클 것이다. 그 역시 성남을 누구보다도 응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과연 김정민의 응원처럼 성남은 아산을 잡고 외나무다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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