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8인제 축구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다논네이션스컵
해외에서는 이미 8인제 축구가 자리를 잡았다. ⓒ다논네이션스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초등학교 축구에 8인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9일 “초등학교에 내년 8인제 축구를 시범 도입한 뒤 2019년 전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8인제 축구는 국제 규격(길이 100~110m, 너비 64~75m)보다 작은 경기장(권장 규격 68m x 47m)에서에서 11명이 아닌 8명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소년 축구에 널리 보급된 방식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자세히 논의된 적이 없다. 과연 내년에 시범 도입해 2019년부터 전면 시행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8인제 축구가 기술 향상에 좋다더라”는 긍정적인 이야기만 많다. 하지만 8인제 축구의 장단점과 일선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게 생각보다 쉽게 뚝딱 이뤄지는 건 아니다.

8인제 축구
8인제 축구가 한국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을까. ⓒMBC꿈나무축구재단

선수 개인 기량 키울 수 있다
역시나 8인제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 선수들이 개인 기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8인제 경기에서는 볼 터치와 패스, 슈팅 등이 11인제 경기보다 더 많아졌다. 8인제가 11인제에 비해 1인당 볼 터치(27.2회-20.1회), 패스(14.1회-9.2회), 슈팅(1.2회-0.5회), 리시빙(10.3회-6.1회), 인터셉트(1.8회-1.2회)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횟수가 더 많았다. 슈팅 시도 횟수도 8인제가 1인당 0.6회로 11인제의 0.4회에 비해 많았다. 유효슈팅도 8인제는 1인당 0.8회, 11인제는 0.2회로 4배의 차이가 났다. 총 달린 거리 역시 8인제가 1인당 2,443m로 11인제의 2,329m에 비해 더 많이 달렸다.

8인제 축구가 기술 습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선의 초등학교 감독도 동의했다. 한 지도자는 “8인제 축구를 하면 공을 다룰 기회가 더 많아진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개인 기량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더 많이 뛰는 8인제 축구를 하면 어린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8인제 축구는 이를 보완할 규정이 있다. 제한 없이 수시로 선수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도자는 “빠른 템포로 경기가 진행돼 빨리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장점을 분석했다. 8인제 축구는 골킥이나 골키퍼가 던지기를 할 때는 하프라인을 넘길 수 없다. ‘뻥축구’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패싱 위주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8인제 축구보다 더 작은 지역에서 플레이하는 풋살에서 아시아 최강은 이란이다. 이란은 어린 시절부터 오밀조밀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기술을 습득했다. 한국도 유소년 시절에는 8인제 축구를 하면서 개인 기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유럽에서도 어린 선수들은 7인제나 8인제 축구를 하고 있다. 성장하면서 힘을 키우기 전까지는 기술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힘이 비슷해지는 시기에 어린 시절 키워온 기술에서 차이가 갈린다는 지적도 합당하다. 8인제 축구의 장점은 분명하다.

MBC꿈나무축구재단
8인제 축구에 대한 장점도 명확하지만 아직은 우려 섞인 시선도 꽤 있다. ⓒMBC꿈나무축구재단

지도자도, 심판도 생소한 8인제 축구
하지만 8인제 축구를 도입하면 생기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앞선 장점만 보면 “당장 도입해야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문제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일단 현재 유소년 지도자들도 8인제 축구를 지도해 본 경험이 없다. 한 초등학교 감독은 “나부터도 8인제 축구를 모르는데 당장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하면 막막할 것 같다”고 했다. MBC 꿈나무축구재단은 2014년부터 8인제 축구가 정착된 일본에서 국내 유소년 축구지도자를 대상으로 8인제축구 지도자 강습회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선 지도자 대다수는 8인제 축구에 대해 인식이 부족하다.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11인제 축구가 몸에 밴 이들이다. 아직 심판 규정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최근 들어 8인제 축구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화랑대기와 칠십리배에서는 시범적으로 8인제 대회가 열렸다. 대부분 축구인들은 8인제 축구가 도입되면 선수 개인 기량을 키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8인제 축구를 경험한 한 지도자의 말은 달랐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8인제 축구는 골키퍼를 빼면 상대 필드플레이어가 7명이다. 그런데 상대가 포백을 서고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을 박아놓은 채 남은 두 명으로 공격하더라. 결국 우리는 이 상황에서 공격하다가 한 골을 먹고 졌다. 이런 축구가 구사된다면 8인제도 별 수 없다. 어린 선수들이 개인 기량을 키우기 위해 도입하려는 규정인데 여기에서도 이기는 축구를 하려면 얼마든지 이렇게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지도자들의 의식 개선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부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초등학교에 정식 발령 받는 교사가 아니다. 학교에서 적은 월급을 받고 학부모님들이 걷는 회비로 나머지 월급을 충당한다. 그 돈으로 축구부 운영도 한다. 11인제 경기면 그래도 부원을 많이 뽑아 뒤처지는 선수들에게도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 기회를 줄 수 있지만 8인제라면 그런 선수들은 기회 자체가 아예 없어진다. 부원이 적으면 축구부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걸 꼭 지도자들의 이해타산적인 입장으로 봐선 안 된다.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8인제 축구로 넘어갈 경우 재정적으로 크게 흔들릴 팀이 많다는 건 축구계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른 듯하지만 같은 목소리
축구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목소리다. 선수들의 기술 향상을 위해서 8인제 축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지도자와 심판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각 팀이 재정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8인제 축구는 장점이 충분하고 결국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도입되어야 하고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11인제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8인제 축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산적한 문제가 많다. 공론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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