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의 공개연예] “어서와 ‘국뽕’은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MBC에브리원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이제는 식상하다 못해 무례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외국인에게 묻지 못하는 질문이 있다. “두 유 노우 싸이?” “두 유 라이크 킴치?” “두 유 노우 박지성?”이다. 외국인이 이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한다면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괜히 한국 전체가 인정 받은 것 같고 뭔가 선진국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싸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박지성의 축구 경기를 보면서 김치를 먹고 있는 외국인이 있다면 당장 귀화라도 시킬 태세였다. 그런데 이제는 이 질문이 너무 식상하고 무례해 하면 질문자가 손가락질 받는다.

하지만 질문의 방식만 달라졌을 뿐 이런 외국인 반응 살피기는 여전하다. 최근 들어 외국인이 출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데 대부분 프로그램은 외국인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 이후 토론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비정상회담>을 빼면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괴상하게 생긴 한국 음식을 보고 경계하다 한 입 먹어본 뒤로는 “맛있다”며 찬사를 보내고 “K-POP이 좋다”면서 흥얼거린다. “한국 화장품이 최고”라며 쇼핑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한국 최고’라는 자막과 함께 친절히 반복 방송된다.

“두 유 노우 싸이?” “두 유 라이크 킴치?”와 방식만 다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외국인이 한국 문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만이 궁금할 뿐이다. 인상 쓰며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한 입 넣었을 때는 긴장하며 그의 반응을 지켜본다. 반복적으로 슬로우 모션을 건 뒤 “생각보다 맛있다”는 외국인의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냥 평범한 외국인 한 명일 뿐인데 우리는 마치 이 외국인의 반응을 미슐랭 정도로 착각한다. 이게 “두 유 노우 싸이?” “두 유 라이크 킴치?” 때와 다를 게 전혀 없다. 여전히 우리는 ‘국뽕’에 거나하게 취해 있다. 외국인이 한국을 좋게 봐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야 같겠지만 그 반응에 심취해 ‘한국 만세’를 외치는 건 ‘국뽕’이다.

서울메이트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tvN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많아졌지만 정작 한국의 문제점까지 뼈아프게 지적하는 프로그램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저 한국 음식에 “원더풀”을 외치고 K-POP에 환호하며 한국 문화를 찬양하는 프로그램들만이 넘쳐나고 있다. MBC every1에서 방영 중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처음에는 한국 문화와 자신들의 나라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듯했지만 최근에는 이게 예능 프로그램인지 정부에서 지원하는 한국 홍보 영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변하고 있다. 닭갈비를 찬양하고 한국 3분 카레를 인도 카레보다 맛있다면서 치켜 세워주는 모습은 과연 이게 한국과 인도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건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외국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집단 정신병을 거두자.

외국인이 소주에 열광한다는 모습 하나 만으로 이태원 한복판에서 큰 소리로 “소주 주세요”를 외치고 다녀도 우리는 이걸 민폐가 아니라 자랑스러워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한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의 소주 사랑 뿐이다. 더군다나 이 외국인들은 이팬 ‘팬덤’까지 생겨 함부로 까지도 못한다. 그나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도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이미 익숙한 이들이 나왔기 때문에 익숙함이라도 있다. 하지만 SBS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내 방 안내서), tvN <서울메이트>, JTBC <나의 외사친> 등은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포맷으로 구성했지만 생각 만큼 반응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 출연 프로그램이 점점 식상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뽕’에 거나하게 취해 외국인의 좋은 반응에만 열광하는 건 비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뿐만 아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유튜브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에는 별에 별 외국인 반응이 다 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한국 음식을 먹고 “그뤠잇”을 외치는 외국인의 영상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한국 인기 가요를 처음 들어본 외국인들이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감동스러워 하는 영상도 수백 만의 조회수를 자랑하고 잘생긴 한국 남자 연예인을 처음 본 외국인의 반응도 어마어마한 인기다. 물론 이걸 보는 사람은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대다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홍보 영상, 아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방송 화면 캡처

수십, 수백만 명이 휴대전화 속 작은 화면의 외국인 반응을 보며 뿌듯해 한다. 그들은 “그뤠잇”만 외칠 뿐 “스튜핏”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곧 ‘한국 사람 대변 보는 모습을 처음 본 외국인의 반응’도 영상으로 나올 기세다. 전형적인 눈치 보기 민족의 민족성을 제대로 공략한 콘텐츠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이런 콘텐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치는 맛 없다”고 당당히 외치는 외국인도 받아들이는 문화가 돼야 한다. 그건 개인의 차이일 뿐 김치가 맛 있고 없고는 우리의 민족적 우월성과 아무런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친한 외국인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문화의 다름을 이야기 할뿐 그들로부터 우리 문화의 우월함을 듣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른 게 ‘국뽕’이 아니라 이런 게 ‘국뽕’이다. 그리고 이 ‘국뽕’은 과거엔 “두 유 노우 싸이?” “두 유 라이크 킴치?”를 묻는 것으로 충족했다면 이제는 외국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걸로 변형됐다. 거기에 이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외국인들마다 ‘마성의 남자’ ‘젠틀맨’ ‘뇌섹남’ ‘사랑꾼’으로 포장하기에 바쁘다. 이렇게 외국인들을 불러다 그들의 위상을 세워주고 한국 칭찬을 듣는다고 해 국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제발 ‘국뽕’은 적당히 하자. 세상은 변했는데 우리는 명절 외국인 노래자랑이나 1999년 브루노-보챙 때와 비교해도 변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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