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종부 감독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내년 시즌 경남FC는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뛴다.

K리그 챌린지를 전담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시원섭섭하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경남이 올라간다는 것은 아낌없이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다음 시즌에는 경남을 볼 일이 없다는 사실이 약간은 아쉽다. K리그 클래식 팬들의 입장에서는 3년 만에 새롭게 등장하는 경남도 그렇지만 K리그 클래식 '신인'이나 다름없는 김종부 감독의 등장이 상당히 궁금할 것이다.

내년 시즌 김종부 감독을 만날 K리그 클래식 팬들을 위해 그를 알기 위한 꿀팁을 전해주려고 한다. K리그 챌린지와 경남 팬들은 다들 아는 내용일 것 같다. 기사의 내용이 뭔가 이상한 편지 같지만 크게 신경쓰지 말자. 과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OST였던 신승훈 'I Believe'를 들으며 써서 그렇다. 지금도 가사가 머릿 속에 맴돈다. "I believe~ 그댄 곁에 없지만~"

여기까지 참 힘들게 올라왔어요. 처음에는 이럴 생각도 없었어요. 그저 비운의 유망주가 후배들을 도와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죠. 거제고등학교 감독으로 시작해 동의대학교, 중동고등학교, 양주시민축구단, 화성FC를 거쳐 경남에 왔죠. 그 때만 해도 이럴 줄은 몰랐죠. 학원 축구 지도자로 시작한 그가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밟게 되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죠. 이제 내년이면 대한민국 최고의 무대에 서겠네요.

경남FC의 훈련장에 그를 만나러 간다면 잘 찾으셔야 해요.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어요. 선수들도 김 감독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요. 그는 훈련장 어딘가에 조용히 숨어 있어요. 선수들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요. 때로는 그곳에 없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김 감독은 다 보고 있어요. 자신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당신도 이미 그의 레이더 안에 들어와있을 수도 있어요.

경기 전에 여유가 있다면 창원축구센터 앞 제빵 카페에 가세요. 조용히 앉아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있다보면 그가 들어올 수도 있어요. 그는 경기 전에 커피를 한 잔씩 할 때가 있거든요.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앉아서 마시지는 않아요. 항상 테이크 아웃 하거든요. 그렇다고 매번 그곳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지는 마세요. 거기는 경남의 일부 코치들도 단골 손님이예요. 이상하게 쳐다볼 거예요.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을 때는 슬쩍 한 마디를 꺼내세요. "장어…"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마음을 짓누르고 위기가 닥쳐와 힘든 상황에서도 그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예요. 요즘 그에게 장어는 사골을 우려먹다 못해 골수까지 쪽쪽 빼먹을 정도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주제랍니다. 그가 이야기할 때 표정을 보면 듣는 사람도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그렇죠. 제가 또 장어는 정말 잘 굽죠. 장어는 너무 빨리 먹어도 안되고 늦게 먹어도 안되요. 장어에 살짝 기름이 자글자글 올라올 때 먹어야 해요. 요즘 장어 원가가 비싸져서…"

김 감독은 사람들의 말에 공감을 잘 해줘요. 누군가가 질문을 던진다면 항상 "그렇죠"라는 말로 시작해요. 수줍은 듯한 미소는 덤이예요. 자신의 이런저런 의견을 밝히기 전에 항상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말해요. 조곤조곤 목소리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목소리는 낮고 힘이 실려 있답니다. 그렇다고 아무 질문이나 막 던지지는 마세요. 정말 말도 안되는 질문을 했다가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죠 아니죠"라는 한 마디를 듣고 머쓱해질테니까요. 대화를 하면 할 수록 매력적인 감독이예요.

바로 이 미소입니다 ⓒ 경남FC 제공

하지만 마음을 다 내줄 것이 아니라면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김 감독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요. 귀신 같답니다. 표정이 조금 좋아지지 않으면 무엇 때문인지 바로 맞출 거예요. 당신이 여자친구와 싸워도 회사에서 김 모 대표에게 혼이 나도 술병이 나도 그분은 다 알아챌 거예요. 물론 그와 속내를 털어놓고 대화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는 있어요. 그렇게 이범수가 멘탈 트레이닝으로 '강제 렙업'을 당했고 이준희도 그런 패턴으로 시즌 막판에 무실점하고 그랬어요. 심지어 브라질에서 그저 그런 선수였던 말컹은 경남에 와서 K리그 챌린지 득점왕도 차지했어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경남도의회라면 K리그 클래식 갔다고 '알아서 잘 하겠지' 생각하지 마시고 예산도 좀 넉넉히 챙겨주세요. 시즌 막판 김 감독은 오매불망 시의회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도민구단이니 예산이 넉넉치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지원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모습이었어요. 저기 중국 팀처럼 수백 억원 짜리 외국인 선수 사달라고는 안할 거예요. 그저 소박하게 말컹 하나 지키면 충분할 거에요. 임대 복귀하는 선수들도 잡을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

마지막으로 그를 끝까지 믿어주세요. 이제 막 K리그 클래식에 첫 발을 내딛는 감독입니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있고 올 시즌보다 더 큰 위기도 올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믿어주세요. 아직 김종부 감독의 축구는 완성되지 않았답니다. 그는 훌륭한 감독이지만 마법사는 아니예요. 시간이 분명 필요할 거예요. 조급해하지 말고 그를 끝까지 믿어주고 응원한다면 그는 지금보다 더 좋은 감독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K리그 클래식으로 가는 김종부 감독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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