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줍쇼'는 연예인과 일반인이 밥 한끼 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눈나는 콘셉트로 방송되고 있다. ⓒJTB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집에서 라면을 먹은 뒤 허벅지를 벅벅 긁으면서 JTBC <한끼 줍쇼>를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에 갑자기 <한끼 줍쇼>에서 우리 집을 찾아오면 어쩌지?’ 일단 유명 연예인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린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신기할 것 같다. 우리 집에 있는 건 라면 뿐인데 그렇다고 선뜻 집안으로 안내하기도 어렵고 좁아 터진 방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쓰레기를 전국민에게 보여주기에도 부끄러울 것 같다. 문을 살짝 열고 출연진과 이야기를 나누다 촬영을 허락하면 집으로 몰려올 수십 명의 촬영 스태프도 겁이 난다.

나도 방송 출연을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방송 출연이 생소한 분들은 더 당황스러울 것이다. 한가로운 저녁 유명 연예인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건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지만 굉장히 당황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명 연예인이 숟가락 하나를 덜렁 들고 와서 “밥 좀 달라”고 한다면 더 그럴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니까 넘어가는 문제일 뿐 만약 인터넷 방송 BJ가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돌리며 이런 방송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무개념 인터넷 방송이라고 손가락질 받기 딱 좋은 콘셉트다. 유명 연예인이 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문제일 뿐이다.

방송 의도 자체를 쉽게 이해할 수가 없다. <한끼 줍쇼>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연예인과 일반인이 ‘밥 한 번 먹으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따뜻하게 포장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는 유명 연예인들이 숟가락 하나 덜렁 들고 와 서민들의 가정 집에서 밥을 얻어 먹는 게 미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남편이 요새 기력이 없어 보여 큰 마음 먹고 사 뒀다는 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유명 연예인에게 내미는 분의 모습을 보면 이런 게 주객전도인가 싶다. <한끼 줍쇼>에서 보여주는 따뜻한 정이란 건 이런 식이 대부분이다.

물론 감사한 마음으로 어떤 메뉴건 맛있게 먹는 유명 연예인들의 진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자꾸 본질이 훼손돼 간다. 부촌에 가면 부동산에 들러 아파트 시세를 묻는다. 출연자는 “여기가 재개발 지역이라 집값이 폭등했다”고 하고 성우는 친절하게 내레이션을 한다. 빼곡한 아파트 단지 풍경을 비추는 순간 라면을 먹고 허벅지를 벅벅 긁으며 텔레비전으로 서민들의 밥 먹는 이야기나 보려던 나는 절망감에 빠진다. ‘10억대 아파트는 저렇게 많은데 왜 내 집은 없지?’ <한끼 줍쇼>가 각 지역을 돌아다니는 건 그 지역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의도였을 것이다. 부동산에 가 아파트 시세 따위나 물어보는 걸 서민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효리가 갑자기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고 밥을 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JTBC

모르는 집에 들어가 밥 달라고 하는 것부터가 민폐다. 우르르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초인종을 누르는 자체가 거부감이 든다. 그래도 굳이 이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싶거든 방문하는 집에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사들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 문을 열어주고 맞이하는 사람이 “반찬이 부실하다”면서 연신 사과하는 모양새가 불편하다면 쓸 데 없는 오지랖일까. 숟가락 하나 덜렁 들고 가 밥 달라고 하는 건 구걸행위다. 그래 놓고 마음 씀씀이 좋은 분들을 만나 한 끼 해결하면 ‘이게 바로 우리의 정’이라고 포장하지 말자. 그러면 밥 한 끼 거절해 모자이크 처리되고 음성 변조돼 방송에 나가는 이들은 정당한 거절을 했어도 불편해진다.

<한끼 줍쇼>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역사도 살피고 동네의 특색도 살핀다. 정 그렇게 동네 사람들과 한 끼를 원한다면 지역과 관련 있는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사 들고 돌아다니는 게 예의다. 가수라고 밥상 앞에서 노래 한 곡 하고 유명 연예인이라고 밥 먹은 뒤 사진 한 장 찍어주는 걸로 선물을 ‘퉁’치지 말고 진짜 의미 있는 유형의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소정의 출연료가 지급되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소정의 출연료 말고 진짜 작은 정성이라도 보여야 한다. 제작진은 집 주인에게 ‘정’을 요구하면서 정작 집 주인에게 비즈니스 관계로 다가가면 안 된다. 일반인들도 처음 방문하는 집에는 과일이나 세제나 휴지라도 사 가지고 가는 게 예의다.

프로그램 취지 자체에 공감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가끔 정말 마음 따뜻한 이들이 나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도 있다. <한끼 줍쇼>가 나처럼 삐딱한 이들까지도 시청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집 주인에게 ‘정’을 기대려거든 제작진과 출연자에게도 ‘정’이란 게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정’이라는 건 그래도 출연진이 직접 준비한 작은 선물에서부터라고 시작한다. 숟가락 하나 들고 가 모르는 집 초인종을 누른 뒤 밥 달라고 하는 건 인터넷 방송 BJ가 하건 유명 연예인이 하건 동네 건달이 하건 똑같은 민폐다. “한끼 줍쇼”만 하지 말고 과일이라도 들고 가 “식사 대접 고마우니 이거라도 드십쇼”라고 하는 게 우리의 정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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