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드래곤즈 구단과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5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전남드래곤즈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 종료 후 사건이 벌어졌다. 인천 서포터스 두 명이 그라운드로 내려와 전남 직원을 폭행하고 스마트폰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출동한 뒤 서포터스는 스마트폰을 돌려줬고 폭행 당한 직원은 구급차로 병원에 후송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인천 서포터스의 잘못이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 폭력을 행사한 건 어떤 이유에서건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이 너무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 사건이 폭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인천 서포터스의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전남 구단 측은 경기 시작 전 인천 서포터스 대표에게 원정석 구역을 넘어가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원정석 좌우 측에 경호 인력도 한 명씩 배치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전반이 끝난 뒤 인천 서포터스 한 명이 본부석으로 넘어와 심판에게 욕설을 하고 돌아갔고 전남 직원이 그 서포터스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지만 흥분한 서포터스가 구단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서포터스의 주장은 다르다. 인천 서포터스 모임 ‘파랑검정’ 측에 입장 전달을 부탁했고 그들은 이 상황에 대해 <스포츠니어스>에 전혀 다른 주장을 전달했다. 다음은 인천 서포터스의 이야기다. 양측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전남의 주장과 다른 게 많았다.

하프타임 충돌의 진실은?

인천 서포터스 측은 “K리그 클래식에서 원정석 관련 규정을 유일하게 지키지 않아온 전남 구단에 이번 원정에 앞서 원정응원석의 섹터구분과 명확한 격리, 이동통로 통제규정을 지켜줄 것을 전남구단에 요청했고 전남 구단이 이를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포터 한 명이 전반이 끝난 뒤 본부석 중앙으로 이동한 건 이에 대해 전남 구단 측에 항의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했다. 이동과정에서 제지는 전혀 없었고 심지어 칸막이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팬은 본부석 쪽 출입구를 통해 경기장 밖으로 나가서 다시 남문으로 재입장해 원정 서포터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후 전남 직원 한 명이 원정석으로 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의 양측 주장도 엇갈린다. 전남 측은 인천 팬이 멱살을 잡았다고 했지만 인천 서포터스의 주장은 다르다. “전남 직원이 해당 서포터의 옷을 뒤에서 세게 잡아당겼고 해당 서포터는 이를 뿌리쳤다. 뿌리치는 과정에서 약간의 밀침이 있었다”면서 “이후 이 전남 직원은 원정 서포터스가 모여 있는 곳에서 ‘서포터가 사람을 팬다’며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후반이 시작됐고 전남 직원이 원정 서포터스석을 떠난 후 다시 정상적인 응원이 시작됐다. 그런데 잠시 후 경호 인력이 경찰 두 명을 대동하고 원정 서포터스석에 와 대열을 헤치고 진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는 제지됐다.

전남 측은 “인천 서포터스와 경호요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먼저 일어나 경호팀장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호 요원이 경찰과 함께 사과를 받기 위해 찾아가자 인천 서포터스가 흥분해 경호 요원을 밀치면서 다툼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인천 서포터스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이 퇴장한 다음 걸개를 정리하는데 경호 인력이 경찰을 대동해 팬 대표를 불러냈고 이 장면을 전남 직원이 그라운드에서 촬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인천 서포터스 측은 “동의가 없는 불법 채증이므로 촬영을 중단하고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난 건 이 이후였다. 인천 서포터스 측에 따르면 이 장면을 찍던 전남 직원 옆에서 전남 명예기자가 원정 서포터스를 향해 도발적인 동작을 연속적으로 취했다는 것이다.

인천 서포터스 측에 따르면 폭행을 당했다는 이 구단 직원은 30분 뒤 "인천 xx들 죽여버릴 거야"라고 외치며 걸어서 응급차에 탔다고 주장했다.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명예기자의 도발과 폭행은 정말 있었나?

손을 위 아래로 들어 올리면서 “더 해보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검지 손가락을 관자놀이 쪽에서 빙글빙글 돌리는 모욕도 했다고 밝혔다. 흥분한 인천 팬들이 이 모습을 보고는 발끈했다. 격분한 서포터스 두 명이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갔고 이를 말리기 위해 한 명이 더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전남 서포터스 한 명도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론에 잘못 알려진 사실도 하나 있다고 했다. 경찰의 개입 이전에 원정 서포터스 대표가 빼앗은 휴대전화를 회수해 구단 직원에게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경찰이 개입해 휴대전화를 돌려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천 서포터스 측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는 전남 직원은 천천히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머리를 감싸고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천 서포터스 측은 이 폭행 당했다는 구단 직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폭행을 당해 기절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경기장에 누워 있음에도 경찰은 물론 전남 구단 동료 직원 그 누구도 구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 서포터스 측 주장에 따르면 이 직원이 누워 있는 동안 다른 이들은 옆에 서서 대화를 나눌 뿐이었고 쓰러진 직원은 그라운드에 누운 채로 돌려받은 휴대 전화 영상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직원이 쓰러진 뒤 30여분 후 구급차가 도착했고 해당 전남 직원은 직접 걸어 차량에 탑승하며 “인천 XX들 죽여버릴 거야”를 외쳤다는 게 인천 서포터스의 주장이다. 현재 이 구단 직원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인천 서포터스 측은 먼저 그라운드 난입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다. “전후관계가 어찌되었든 그라운드에 난입을 한 행위는 잘못이 맞다. 이를 인정하며 이에 따른 징계를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경기장 안전에 관련해 앞서 했었던 약속을 무시한 전남 구단의 미흡한 안전관리에는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원정팬도 경기장을 찾은 ‘고객’이다. 또한 이 ‘고객’으로서의 권리는 리그 규정에 분명히 명문화 되어있다. 전남 구단은 팬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방기했고 최소한의 편의시설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또한 소요사태의 발생을 방지하여야할 전남 구단 관계자들이 도리어 그 원인을 제공하였다는 점에 실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인천 서포터스 측에 따르면 폭행을 당했다는 이 구단 직원은 30분 뒤 "인천 xx들 죽여버릴 거야"라고 외치며 걸어서 응급차에 탔다고 주장했다.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파랑검정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특히 현장 안전에 대한 전남구단의 안일한 태도에 원정 서포터스가 통제 요청을 했었으나 언론에는 반대로 이야기하는 납득할 수 없는 처사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이후 상황의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한 이들은 홈팀인 전남이 아니라 원정팀인 인천의 소속원들 뿐이었다. 인천 선수 김도혁, 인천 구단 직원, 인천 서포터스 대표가 적극적으로 만류할 때 홈팀인 전남의 소속원들은 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전후 관계가 무시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의 언론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느낀다는 인천 서포터스 측은 “하프타임에 전남 직원이 원정서포터에게 먼저 물리력을 행사한 점과 경기 종료 후 사건 발생 당시 전남 서포터 한 명의 그라운드 난입에 대해서는 어째서 밝히지 않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측의 공통적인 주장도 있지만 엇갈리는 주장도 상당히 많다. 전남이 미리 약속한 원정 서포터스의 안전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과 하프타임에 전남 직원이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먼저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지금껏 이 사건을 밝히는데 집중되지 않았던 주장이다. 또한 전남 명예기자가 인천 서포터스 측에 도발 행위를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남 측은 도발을 했다는 명예기자에 대해 “지금 연락이 되지 않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명예기자는 이후 자신이 활동하던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인천 서포터스의 그라운드 난입은 누구도 옹호할 수 없는 잘못이다. 이에 따른 징계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후사정을 살펴야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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