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 바그닝요가 휴가를 받아 고국으로 가기 전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부천FC가 2년 연속 승격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강원FC에 패해 승격이 좌절된 부천은 올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한 골만 더 넣으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결국 서울이랜드와 2-2 무승부에 머물고 말았다. 그렇게 부천의 올 시즌은 마무리됐다. 2년 연속 승격 문턱에서 좌절한 부천의 주전 공격수 바그닝요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시즌을 마무리하고 브라질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바그닝요를 경기도 부천에서 직접 만났다. 다 잡았던 승격을 놓친 바그닝요는 할 말이 많았다.

반갑다. 시즌도 끝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이제 훈련도 없다. 여행까지는 아니고 가족들과 동네에서 마실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브라질로 돌아가기 전 고향에 있는 가족과 지인에게 줄 선물도 사는 중이다. 한국의 매운 라면이 인기가 좋아 라면도 샀고 식기류도 좀 샀다.

원래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국으로 돌아가 휴식을 즐기던데 당신은 왜 아직도 한국에 있나.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따져야 해 미리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 오늘도 직접 항공사까지 가 분주하게 브라질행 티켓을 알아봤는데 구하지 못했다. 일단 오는 6일에 출국할 일정을 알아보고 있는데 그게 되지 않으면 다음 주 중으로 고향에 갈 계획이다.

올 시즌이 마무리됐다. 한 시즌을 돌아본다면 어떤 느낌인가.

슬프다. 팀이 너무 잘해서 줄곧 리그 3~4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결국 이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한 시즌을 마무리해 후련하다는 생각보다는 슬픔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내가 팀을 위해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당신은 올 시즌에도 28경기에서 무려 12골을 기록하며 부천 공격을 책임졌다. 이 정도 활약이면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

올해 징계를 두 번이나 받아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 번은 두 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고 또 한 번은 세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경고누적까지 포함돼 내가 도와주지 못한 경기만 해도 7경기다. 내가 이렇게 출장하지 못한 경기가 많아 팬들을 볼 면목이 없다.

바그닝요는 올 시즌 부천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결국 승격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프로축구연맹

당신이 유독 그라운드에서 흥분한다는 지적도 많다.

나도 그 점은 인정한다. 나도 모르게 경기를 하다 보면 머리가 뜨거워지고 격해진다. 처음에는 ‘경고 받지 말아야지’, ‘파울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그런 상황이 나온다. 나도 그런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올 시즌에도 징계를 받아 구단에 벌금을 많이 냈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다.

잘 나가던 부천이 시즌 막판 홈에서 세 경기 연속 무승을 거뒀고 마지막 라운드 서울이랜드전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이 경기 중 한 경기만 잡았으면 준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었다.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굳이 잘 풀리지 않은 이유를 꼽자면 운이 없었던 것 같다.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 서울이랜드와의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했고 아산과 성남의 다른 경기 결과까지 챙겨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팀 상황을 경기 도중 실시간으로 챙기지 않았다. 우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팀 결과는 경기가 끝난 뒤 라커에서 들었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모두 승격 문턱까지 갔다가 실패했다.

내가 작년 강원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3분 만에 퇴장 당했다. 나 때문에 승격을 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브라질로 가서도 그 경기를 잊지 못했다. 구단이나 에이전트에게도 말하기 전에 먼저 가족에게 부천에서 내년에도 뛰겠다고 말했다. 승격 실패가 그 중요한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나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부천에 남아 다시 승격을 이루고 싶었다.

올해도 잘 나가다가 막판에 승격에 실패해 그 여파가 오래 갈 것 같다.

마지막 서울이랜드와의 경기에서는 골도 골이지만 경고나 퇴장을 받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우리가 만약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갔는데 내가 또 출장 정지로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지난 시즌의 아픔 때문에 유독 더 많이 조심했는데 결국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바그닝요는 올 시즌 부천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결국 승격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프로축구연맹

유독 흥이 많다. 골 넣고 익살스러운 댄스도 자주 선보였다.

원래 흥이 많기도 하지만 그런 세리머니를 통해 팬들도 즐거워하고 팀도 분위기를 끌어 올리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나 하나로 많은 이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원래는 숙소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리머니를 준비하는데 막상 골을 넣으면 먼저 내 몸이 반응한다. 그러면 다른 동료들이 같이 따라해 준다. 골을 넣지 못해 준비한 세리머니를 하지 못하면 골을 넣을 때까지 기다려 꼭 한다. 세리머니를 하려고 골을 넣을 때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댄스 세리머니를 당하는 상대팀은 그 충격이 더 크다. 너무 얄밉다.

그 사람들의 기분이 나쁜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하는 건 우리 선수들을 불러 모아서 우리 팀을 위해 하는 거다.

동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소통은 잘 되는 것 같다.

짧은 영어 단어를 쓰면서 손짓 발짓하면 다 통한다. 그리고 이제는 어지간한 한글은 다 읽을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한국어 공부를 꽤 했다. 그리고 선수들이 가장 많이 만나는 이들이 트레이너인데 트레이너한테도 많이 배웠다. 이제 한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은 아직 모르니 내년에는 열심히 뜻을 공부하겠다.

바그닝요는 올 시즌 부천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결국 승격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프로축구연맹

집에서 매일 밤 파티를 해 소음으로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는 제보를 접했다.

그 정도는 아니다. 집에서 술을 부어라 마셔라하는 건 아니다. 매주 목요일이면 브라질 동료들을 집으로 불러 같이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는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보다는 다같이 가족도 함께 모여 집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한다. 파티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작은 모임 정도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조용하지만 애들은 통제가 안 된다. 자기들끼리 만나면 서로 뛰어 놀고 난리다. 앞으로는 주의를 시키겠다.

시즌 초반 영입한 골렉과 가우슈, 하바 등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실패한 뒤 돌아갔다. 당신이 보기에 그들이 적응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즌을 앞두고 동계훈련을 하면 각자 서로 팀에서 1년을 함께 하기 위해 각지에서 선수들이 모인다. 맞지 않는 발을 맞춰가는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에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시작이 좋지 않으니 적응에 애를 먹었다. 반면 닐손주니어와 호드리고는 이미 팀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나중에 합류해 적응하는 게 조금은 더 쉬웠을 것이다.

당신도 부천이 첫 해외 팀이다. 브라질에서만 뛰다가 머나먼 타지로 왔는데 당신은 잘 적응하지 않았는가.

부천으로 이적하기 바로 전 브라질 팀이 오에스치라는 팀이었다. 그런데 그 팀 자체가 굉장히 한국과 유사한 축구를 구사했다. 내 생각에는 한국은 공격수도 수비를 할 때는 다같이 내려와서 수비하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에스치도 마찬가지였다. 최전방 공격수도 수비에 가담해야 했다. 그 팀에서 미드필드에도 많이 섰다. 압박하는 축구를 브라질에서 경험해 보니 한국에 와서도 적응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첫 해외 생활인데 문화적으로는 어떤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일단은 치안이 너무 좋다. 밤 12시에도 배가 고프면 밖에 나가 햄버거도 사먹을 수 있고 커피도 한잔 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치안이 좋은 한국에 더 있고 싶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말고는 한국 생활에 100% 만족한다. 한국 음식도 이제는 대부분을 즐긴다. 다만 김치만 빼고. 김치는 어렵다.

부천 팀은 어떤가.

부천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할 이야기는 역시나 팬들의 뜨거운 열정이다. 브라질에서도 이런 열정적인 팬들을 본 적이 없다. 내가 부천에 입단하자마자 팬들이 부천을 너무 사랑하는 게 확 느껴졌다. 이게 가장 놀라웠다. 그리고 부천에서 일하는 분들이 너무 좋다. 내가 지금껏 있었던 브라질 팀에서는 선수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내 가족을 챙겨주고 경기장에서 내 상태를 파악해 주는 이들이 없었다. 그런데 부천은 너무 따뜻하다. 신경써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런 예의범절이 마음에 쏙 든다.

부천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는 누구인가.

일단은 브라질 동료인 호드리고와 닐손주니어는 빼놓을 수가 없다. 대화도 많이 나누다보니 플레이할 때도 호흡이 좋다. 평소에도 마음이 잘 맞는다. 한국 선수 중에 꼽으라면 무조건 김영남이다. 나하고 많이 친했고 나를 많이 도와줬다. 내가 부천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말을 걸어준 동료도 바로 김영남이다. 내가 적응할 수 있었던 것도 김영남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군대에 갔다. 너무 보고싶다. 말이 잘 통하지는 않지만 김영남과 얼마 전 통화를 한 적도 있다.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군대 간 사람 기다리는 외국인은 빈지노를 기다리는 그의 여자친구 미초바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김영남은 사람이 너무 좋다.

바그닝요는 올 시즌 부천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결국 승격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프로축구연맹

K리그 챌린지를 2년간 경험하면서 가장 껄끄러운 팀은 어디였나.

부산이다. 부산은 늘 만나면 이기기 힘들었다. 굉장한 저력이 있는 팀인 것 같다. 그리고 수비수들은 수원FC가 굉장히 껄끄럽다. 그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있지 않은가.

레이어와 블라단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맞다. 그 이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둘이 힘이 굉장히 좋다. 다른 수비수들보다도 훨씬 더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부천은 유독 K리그 클래식의 ‘압도적인 1강’ 전북현대만 만나면 좋은 경기를 펼쳤다. 2년 연속 FA컵에서 전북을 만나 충격적인 탈락을 선사했다.

우리가 K리그 클래식 팀을 만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반면 전북은 K리그 챌린지 팀을 만나 ‘우리 아래 리그’라는 약간의 방심을 한 것 같다. 앞으로는 FA컵도 좋지만 우리가 빨리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가 전북을 한 번씩 잡아주고 싶다. 그래도 전북이 K리그 챌린지로 내려오는 것보다는 우리가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가 만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아마 우리가 승격하면 전북이 두려워하지 않을까.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의 독주를 한 번 막아보고 싶다.

이미 K리그 챌린지에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줘 당신을 노리는 팀들이 꽤 많을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브라질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내년 1월에 다시 부천에 온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다시 부천에서 승격을 위해 땀 흘릴 것이다.

브라질에 돌아가면 뭐부터 할 생각인가.

일단 부모님을 가장 먼저 만날 것이고 그 다음에는 브라질 간식을 배 터져라 먹을 거다. 한국에는 없는 브라질 간식이 있다. 못 먹은 걸 다 먹을 생각이다.

1월에 다시 부천으로 돌아와 승격을 위해 뛰겠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에서도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동계훈련이다. 처음 모여서 준비한 선수들이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중간에 전력 누수가 생기면 안 된다. 그리고 선수들도 끝까지 처음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어떤 선수들이 팀에 남고 어떤 선수들이 떠날지는 모르겠지만 동계훈련 멤버들이 끝까지 잘 발을 맞춘다면 승격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이나 승격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그만큼 승격이 더 간절할 것 같다.

물론이다. 내 목표는 지난 시즌부터 줄곧 부천을 K리그 클래식에 진출시키는 것이다. 내가 그 승격에 조력해야 한다. 나 때문에 승격에 실패했으니 내가 책임을 지고 싶다. 그냥 동료들에게 묻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한 시즌 동안 당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가장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올 시즌에는 승격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년에는 꼭 부천 팬들에게 승격이라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 당신들은 내가 본 최고의 팬들이다.

바그닝요는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악동이 된다. 쓸 데 없는 경고를 받기도 하고 흥분을 주체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속 마음 만큼은 성숙했다. 그는 대화를 나누며 계속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꼭 승격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비록 부천이 2년 연속 승격에 실패했지만 과연 그 원인을 바그닝요에게 찾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만큼 끌고 온 것고 바그닝요였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에는 바그닝요가 자신의 바람처럼 자신의 힘으로 승격을 이룰 수 있을까. 지금껏 보여준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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