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지난 광주전이 끝난 뒤 잔뜩 화가 났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수원삼성 레전드 김대의가 감독으로 수원에 왔다. 성남일화 시절을 비롯해 K리그에서 무려 5번의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던 그는 수원삼성에서 7시즌 동안 191경기에 나서 24득점 20도움의 기록을 올리며 수원삼성의 찬란한 시절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팀은 수원삼성이 아닌 K리그 챌린지 수원FC다. 김대의는 왜 수원FC를 선택하게 됐을까. 그리고 이 팀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이제 막 프로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른 따끈따끈한 신예 감독을 바로 어제(26일) 수원FC 숙소에서 직접 만났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나.

다가오는 일요일(29일)이 올 시즌 마지막 경기다. 안양과의 홈 경기인데 내가 홈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 경기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 17일 감독 공식 선임 발표 이후 21일 데뷔전을 치렀다. 축하한다.

지난 주 화요일부터 훈련에 들어갔는데 나흘 훈련하고 첫 경기를 치렀다. 최근까지 수원삼성 스카우트로 일해 늘 현장에 있던 느낌 그대로였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여러 감독을 모시면서 경험했던 것과 내가 느낀 철학을 접목시켜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데뷔전에서 부천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마음에 들었나.

나는 다른 프로팀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에 비해서는 현역 시절 그렇게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늘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경기가 끝나면 집에 가서 밥 먹을 힘도 없을 정도로 뛰었다. 첫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도 그런 부분을 주문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마친 뒤 라커로 가보니 선수들이 온 힘을 쥐어 짜냈는지 쓰러져 있더라. 모재현은 힘들어서 샤워도 못하고 있었다. 전반 막판에 교체 투입돼 추가 시간까지 한 55분 뛴 거 같은데 그렇게 지쳐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애들이 안 뛰다 갑자기 뛰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이 인터뷰가 나가면 앞으로 많이 안 뛰고도 힘든 척 연기를 할까봐 걱정되긴 하지만 첫 경기부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아직도 수원FC 엠블럼보다는 수원삼성 엠블럼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수원FC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당신은 수원삼성의 레전드 아닌가.

수원FC 감독이 공석이 된 뒤 내가 지원을 했다. 당시 수원FC는 여기저기에서 새 감독 후보군을 추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젊음을 앞세워 도전해 보고 싶었다.

수원FC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후보군을 압축했는데 거기에는 나름대로 성인 무대에서의 지도자 경력을 갖춘 이들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이 선택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구단 사무국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공감대가 있었다. 수원FC도 새롭게 시작하는 구단이었고 나 또한 경험은 없지만 젊은 선수들을 활용해 팀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마 구단에서 이런 부분에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다.

이제 수원FC 감독으로 부임한 지 딱 열흘이 됐다. 직접 경험하고 있는 수원FC는 어떤가.

시민구단이라 모든 게 풍족하지 않을 거라는 건 감안하고 왔다. 성남일화에서 선수로 4년 동안 있을 때는 훈련 여건이 열악했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이 주장이던 시절인데 유니폼을 각자 챙길 정도로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그 팀의 전통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 계속 우승을 하니까 팀에 큰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다 수원삼성에 가보니 환경이 굉장히 좋았다. 깜짝 놀랐다. 딱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그때에 비하면 수원FC가 시민구단이라도 해도 열악한 상황은 아니다. 풍족한 기업 구단과 비교하면 차이는 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하고 왔다. 이미 각오를 하고 왔는데 ‘이게 부족하고 저게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바깥에 있을 때도 수원FC는 감독에게 전권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아직 수원삼성 엠블럼이 더 익숙하다. ⓒ스포츠니어스

부임하고 딱 두 경기를 치른 뒤 시즌을 끝내야 한다. 이런 시기에 감독 선임은 지금껏 보지 못했다.

감독 선임 결정이 나지 않았을 때는 올 시즌이 다 끝난 뒤 감독 거취가 결정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오고 이야기가 빨리 진행됐다. 그 사이 수원FC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사무국에서도 신임 감독이 시즌 마지막 두 경기 정도 선수를 파악한 뒤 내년 시즌을 대비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구단에서 연락이 와 사무국과 미팅을 하고 아직 계약서에 사인도 안 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내가 수원FC 감독이 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사실 계약서에 사인은 기사가 나온 다음에 했다. 미팅 이틀 만에 결정을 내렸다.

이제 시즌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그런데 당신은 이제 막 시작이다. 타이밍이 애매할 것 같다.

선수들은 이미 시즌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는 플레이오프도 못 간다. 하지만 나는 시작이다. 내년은 내년이고 나한테는 아직 올 시즌 한 경기가 남았다. 선수들한테도 첫 인사를 할 때 “아직 시즌이 남았으니 프로답게 마무리하자”고 했다.

하긴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없다가 새 감독이 왔으니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잘 알 거다. 나 또한 현역 시절 감독이 바뀌면 긴장하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 동안 수원FC가 변화를 맞으며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선수들이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을 거다. 안정감을 주기 위해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역 생활을 하면 은퇴할 때까지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감독이 바뀌고 또 다른 감독 누군가가 와도 선수들은 또 뛰어야 한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했다. 경기에 나가건 못 나가건 프로답게 준비하자고 했다.

유독 선수들에게 성실함과 근성을 주문하는 이유가 있나.

내가 37살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었던 건 시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늘 경기에 나가고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사랑받아서 간절함을 잘 몰랐다. 그런데 도쿄대첩 이후 1998년 일본 제프유나이티드에 진출한 뒤 4경기에서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도쿄대첩에서 잠깐 날 보고 스피드를 기대하면서 영입했던 건데 내가 준비가 돼 있질 않았다. 나도 불만은 커졌는데 6~7개월이 지나니 나도 슬슬 내려놓게 됐다. 당시 K리그 드래프트를 거절해 3년간 K리그 자격정지를 당한 상태라 실업축구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가야했다.

하지만 이후 당신은 K리그 MVP를 차지하는 등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

돈만 쫓으면 너무 힘들어지더라. 돈은 내가 하는 거에 따라 쫓아오게 돼 있다. 그 이후에도 성남일화에 갔을 때 1~2년은 주로 조커로 뛰었다. 교체로 들어가서 교체로 나온 적도 있다. 그때 많을 걸 느꼈고 그걸 선수들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런 시련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생각의 차이다. 내가 이런 시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느냐 불만을 갖고 받아들이느냐는 생각에 달려 있다. 일본에서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성남에서 선발이 아닌 교체로 투입 돼도 늘 불만 없이 준비했다. 들어가서 골도 많이 넣었다. 후반 조커로 부천에는 (이)원식이형, 성남에는 나였다. 생각을 바꾸고 준비를 철저히 하면 기회는 온다.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아직 수원삼성 엠블럼이 더 익숙하다. ⓒ스포츠니어스

당신의 현역 시절 수원삼성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차범근 감독 시절부터 윤성효 감독, 서정원 감독 등을 모두 거친 선수다.

차범근 감독은 워낙 대스타여서 지금도 어렵다. 아무리 편하게 해주시고 농담을 건네주셔도 나에겐 너무 하늘 같은 스승이다. 윤성효 감독과는 6개월 잠깐 같이 했다. 그때 내가 플레잉코치였는데 윤성효 감독이 부임한 뒤 “남은 6개월은 선수 생활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내 말을 흔쾌히 받아주셨다. 당시에는 은퇴 기로에 섰을 때라 심리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다. 심리적으로 어려우니 몸도 아프더라. 아킬레스건을 다쳐 계속 밖에서 재활을 하느라 윤성효 감독과는 한 달 정도밖에 생활을 못했다. 당시 시도민구단에서 마지막을 함께 하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나는 이전부터 늘 수원삼성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팬들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시도민구단에 가 노장이라고 불편함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이후 싱가포르로 날아간 이유는 무엇이었나.

이임생 감독이 싱가포르에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코치 역할도 해달라고 해 가족들과 다 함께 싱가포르로 갔다. 그러면서도 수원삼성에서 다시 불러주면 무조건 오겠다고 마음 먹었다. U-12 감독이건 뭐건 시키면 뭐든 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임생 감독에게도 “수원삼성에서 부르면 가는 줄 알라”고 했다.

그러다 싱가포르 홈 유나이티드 생활을 2년 만에 정리하고 수원삼성으로 돌아왔다.

싱가포르에서 2년을 지냈을 때 서정원 감독이 전화를 해와 “같이 하자”고 했다. 수원삼성 스카우트직 제안이었다. 그래서 이임생 감독에게 말하고 다시 수원삼성으로 왔다. 사실은 타지에서 같이 고생하던 이임생 감독을 떠나는 게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이임생 감독이 ”다른 팀도 아니고 네가 그렇게 사랑받았던 팀이라면 가야 한다“고 해주셨다. 스카우트로 서정원 감독을 바로 옆에서 보좌했는데 내가 뽑은 선수 중에 실패한 선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대박을 친 선수도 있고 아직도 못 큰 선수도 있다. 서정원 감독과 철학도 잘 맞아 선수를 선발하는데도 편했다.

수원삼성에서 7년간 뛰었고 이후에는 수원삼성 스카우트와 유스인 매탄고 감독을 거쳐 다시 수원삼성 스카우트로 일했다. 그런데 수원삼성과 결별한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고민이 많았다. 나는 지도자의 길을 가고 싶은데 스카우트로만 일하니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선수와 유스 감독, 스카우트 등으로 수원삼성에만 11년을 있었다. 그러다 지도자로서의 꿈을 위해 미래를 선택해야 했다. 선수 시절 수원삼성 팬들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고 다른 팀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 팀에 대한 애정이 있어 다른 팀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 보니 이런 저런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지금도 수원삼성 구단과는 전혀 불편한 관계가 아니다. 수원FC에서 첫 승을 거둔 뒤 수원삼성 사무국에서도 축하 문자를 보내주시면서 “왜 답장을 빨리 안 하느냐”고 하시더라. 다들 편하게 지낸다.

수원삼성 스카우트를 거친 뒤 올해 초 팀을 떠났다.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잠시 쉬다가 올해 추계대학연맹전이 끝난 뒤 모교인 고려대 코치로 잠깐 있었다. 조용히 후배들과 운동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했다. 정식 코치로 등록해 두 달 정도 고려대에서 지도자로 일했다.

수원FC에 온지 이제 딱 열흘이 됐는데 선수들 이름은 다 외웠나.

물론이다. 한 이틀 정도 헷갈렸는데 이젠 다 외웠다.

2군 선수까지도 다 외웠나. 여기에서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다.

수원FC 감독에 지원하고 발표가 나기 전부터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해서 공부를 좀 했다. 괜히 혼자 선수 구상도 해보고 포지션별로 어떤 선수들이 있나 인터넷으로도 찾아봤다. 감독이 되면 어떤 전술을 써야 하나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이래봬도 내가 작년 말까지 프로팀 스카우트였다. 대학교 출신 어지간한 선수들은 다 리스트에 있고 내 컴퓨터에 자료도 다 있다.

혹시 당신이 스카우트 시절 눈여겨봤던 선수가 지금 수원FC에 있나.

물론이다. 내 리스트에 있던 선수였는데 지금 와서 보니 자신감이 좀 떨어져 있는 선수가 있다. 훈련을 잘 해볼 생각이다.

당신의 스카우트 능력을 믿어 보겠다. 내년 시즌을 데뷔한 선수 구성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수원FC는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 선수를 잘 데려오는 걸로도 유명하다.

나는 지금 남은 시즌이 중요하다. 아직 다음 시즌은 아니다. 구단에서도 내년을 위해 준비하려고 하기에 일단 올 시즌 내가 부임한 뒤 두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29일에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이야기하자고 했다. 내년을 위해 빨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시즌 마지막 경기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홈에서 치르는 첫 경기인데 이기고 싶다. 지금 이런 저런 선수에 대한 평가가 선수들 귀에 들어가도 좋을 게 없다. 내년 시즌 구성은 올 시즌이 다 끝나고 했으면 한다.

감독 데뷔전이 떨리지는 않았나.

선수 시절 도쿄대첩에도 나가고 별걸 다 해봤다. 수많은 경기를 해봤다. 은퇴하는 날까지 긴장은 늘 했다.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긴장도 필요하다. 하지만 큰 경기에 나갈 때도 긴장을 했는데 초조한 적은 없다. 나흘 밖에 훈련을 못 했지만 이번 프로 감독 데뷔전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이 생동감 있게 훈련에 임했고 준비를 잘 해줬다. 나는 대표팀에서 화려하게 빛난 선수도 아니고 프로팀에서 그냥 좀 했던 선수인데 37살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성실하게 팀에 애착을 가지고 뛰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강조했다. “엠블럼을 달았으면 그 팀에 애정을 가지고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의 눈빛이 빛나던가.

현재까지는 그런 부분들이 잘 지켜지고 있다. 어제 훈련에서도 훈련 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훈련하는 게 너무 마음에 들어 중간에 끊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일찍 마무리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준비가 돼 있고 눈빛이 빛나니 빨리 끝냈다. 마지막은 즐겁고 가벼운 훈련으로 마무리 지었다. 준비가 잘 돼 있으면 훈련을 많이 할 필요가 뭐 있나. 훈련은 준비가 안 됐을 때 많이 하는 거다. 프로라면 열심히,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거고 잘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에서 대우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나도 아직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신인 감독이라 지금 말이 많아지는 건 싫다.

지금 충분히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도 당신과 만났으니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거다. 이제 한 경기를 마쳤을 뿐인데 계속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사실 부담되기도 한다. 말부터 내뱉는 걸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아직 수원삼성 엠블럼이 더 익숙하다. ⓒ스포츠니어스

그러면 이제 수원FC는 근성 있는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건가. 어떤 선수들을 선호할 생각인가.

그래도 균형이 있어야 한다. 내가 빠른 스타일의 선수였다고 그런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할 수는 없다. 빠른 선수들이 필요한 포지션이 있지만 중원은 볼 배급 능력과 키핑, 리딩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선수들이 있어야 스피드 있는 선수들이 산다. 빠른 축구를 하고 싶지만 빠르기만 하고 공을 못 차는 선수들만 있으면 어떻게 하나. 탁탁 공을 컨트롤해 다른 선수들을 살려줄 수 있는 고종수나 이관우, 윤정환 감독 같은 선수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이렇게 센스 있고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전의 황인범이나 울산의 이영재 정도가 창의적이다. 예전에는 팀마다 이런 선수들이 그래도 한 명씩은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당신이 아는 창의적인 선수가 있다면 이야기를 해달라.

그래도 나는 현역 시절 당신처럼 치고 달리는 빠른 선수들이 훨씬 더 좋다. 김태환이라던가.

그런데 나를 살려주려면 옆에는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선수들이 내 옆에 있는 게 좋았다. 같은 팀에서 뛰었던 윤정환 감독이나 신태용 감독, 이관우 같은 선수들은 경기 도중 눈만 딱 맞은 뒤 내가 출발하면 나한테 공을 찔러 넣어줬다. 그 선수들이 내 스피드를 살려준 거다. 그런데 요새는 중원에서도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다보니 그런 유형의 선수들이 많지가 않다.

그런데 젊은 축구를 추구하면서 노장이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기도 하다. 당신의 젊은 축구도 그런 유형이 되는 건 아닌가.

아니다. 노장을 배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 모범이 될 만한 그런 선수들이 팀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이 선배가 관리하는 모습을 보며 프로 의식을 갖게 된다. 나 또한 수원삼성에서 항상 훈련 시간이 되면 남들보다 한 시간 정도 먼저 준비했다. 치료실에 내려가 근육 치료도 받고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김두현이 훈련 한 시간 전에 미라 나와 치료도 받고 근력 운동도 하고 있더라. “야. 김두현이 많이 달라졌네”라고 했더니 “형한테 배운 거죠”라는 답을 들었다. 김두현이 또 그렇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울 것이다. 이미 권창훈은 어린 나이에도 김두현한테 보고 배운 게 있어서 벌써 그렇게 관리를 하더라. 노장 선수들이 이런 역할을 팀에서 해줘야 한다.

얼마 전에 김두현 인터뷰를 했는데 그 역시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는 노장 선수가 되고 싶다”고 똑같은 말을 하더라.

“형한테 배웠다”는 그 한 마디가 되게 뿌듯했다. ‘그래도 내가 어려운 선배였지만 후배들한테는 이런 영향을 줬구나’ 싶었다.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아직 수원삼성 엠블럼이 더 익숙하다. ⓒ스포츠니어스

은퇴를 하고도 몸매가 그대로다. 현역에서 물러나고 급격히 살이 찐 안정환 같… 아니 그런 선수들이 종종 있던데 어떻게 몸매를 유지하나.

찌긴 쪘다. 성남일화 시절에는 69kg대를 유지했고 수원삼성 시절에는 나이를 먹어 힘이 부족해 일부러 근력 운동을 통해 살을 찌웠다. 72~73kg 정도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76~77kg이다. 선수 시절에 워낙 수술한 곳이 많아 지금도 근력이 떨어지면 아프다. 그래서 여기 와서도 훈련 나가기 전에 하체 운동도 따로 한다. 함께 했던 차범근 감독이나 서정원 감독이 워낙 몸 관리를 잘하셔서 나도 그런 부분을 따라 하고 싶다. 현장에서 잠깐 시범을 보이거나 가르칠 때 그래도 조금은 날렵해야 하지 않을까.

수원FC에 이관우 코치가 부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직 계약을 한 상황은 아닌데 다 알고 있는 이야기긴 하다. 프로 무대에서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걸 우려하는 시선도 있지만 누구나 다 처음에는 경험이 없는 게 당연하다. 이관우 감독은 현재 수원삼성 U-12 감독인데 왕중왕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수원삼성 구단 측에 “이관우 감독과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왕중왕전이 마무리되면 이관우 감독이 수원FC 코치로 동계훈련 전에 합류해서 같이 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수원FC 기존 코치진이 나가면서 코치진을 아예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일단 수원삼성에서 같이 선수 생활을 했고 매탄고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함께 한 김성근 코치를 데려왔다. 급하게 한 사람은 당장 필요한 것 같아 구단에 이야기를 했다. 골키퍼 코치는 자격증 문제도 있고 수요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같이 가고 싶은 분들이 이미 다 프로팀에 있다. 아직 당장 급한 건 아니라 신중하게 생각해 보려고 한다.

너무 수원삼성 출신으로 팀을 채우는 건 아닌가.

능력이 부족한데 정에 이끌려 같이 갈 생각은 없다. 선수 시절부터 같이 했던 동료들이고 늘 만나면 축구 이야기뿐인 사이다. 장난도 축구 이야기로 한다. 서로 소통도 잘 되고 철학이 맞으니 그런 걸 고려해서 같이 가려는 것이다.

수원FC 김대의 감독은 아직 수원삼성 엠블럼이 더 익숙하다. ⓒ스포츠니어스

선수 시절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 골을 넣는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유쾌한 세리머니를 많이 했었다. 감독이 되고 난 뒤에도 그런 유쾌한 세리머니를 또 볼 수 있는 건가.

현역 때 늘 머리 속으로 연구를 많이 했다. 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것 아닌가. 최성용 코치가 함께 있을 땐 최성용 코치와 연구를 했고 이관우가 오면서 같이 또 연구를 많이 했다. 요새 염기훈이 코너킥을 하러 가면서 관중 호응 유도를 잘 하는데 사실 그것도 내가 먼저 했다. 쇼맨십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원FC 선수들에게도 쇼맨십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싶은데 아직은 기회가 별로 없었다. 골을 넣으면 팬들을 위한 걸 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지난 부천과의 데뷔전에서 (송)수영이가 골을 넣고 나한테 뛰어 오다가 약간은 머뭇거리더라. 그래서 내가 얼른 다가가서 안았다. 아직은 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내가 세리머니를 하다 옷이 찢어질 수도 있다.

그때도 스파이더맨 가면을 써달라. FA컵에서나 K리그 클래식 승격을 한 뒤에나 수원삼성을 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 그러면 기분이 어떨까.

그런 경기를 한다는 건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라 기쁜 일이다. 수원삼성에는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코치진과 팬들이 있지만 그건 그거고 승부는 승부다.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재미있고 신날 것 같다. 물론 난 이제는 수원FC 감독이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앞으로는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선수들과의 관계다. 선수들과 잘 교감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 감독방은 항상 열려 있으니 내가 시간이 되는 한에서는 언제든 먼저 찾아와 대화를 해도 좋다고 했다. 굳이 코치를 거치지 않아도 고민이 있으면 마음껏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30~40명 되는 선수단에게 다 다가갈 수 있을까. 일단은 해보겠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수원FC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왜 꼭 기자들은 마지막 질문에 목표나 각오를 물어보나. 일본에 진출할 때 기자회견에 많은 기자들이 왔고 그 앞에서 각오를 말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 그런 분위기를 접해 “일본에 가 10골-10도움을 달성하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는데 4경기에 나가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래서 이후부터 각오는 내 마음 속에만 있다. 나는 늘 오늘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 경기는 다음에 생각한다. 일단은 오늘 잘하자는 마음뿐이다. 대신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간절함과 긍정적인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빛이 나야 하고 그러려면 확실히 준비해야 한다. 지켜보는 이들이 감동하고 다음을 기대하도록 만들고 싶다.

김대의 감독의 가슴에 수원삼성 엠블럼이 아니라 수원FC 엠블럼이 달려 있는 건 아직까지도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수원FC 사람’이 돼 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해 다음 시즌을 기약하고 있겠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이번 시즌을 이렇게 끝낼 생각이 없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90분 경기가 끝났을 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서 있을 힘도 없이 뛰는 게 가장 축구다운 축구 아닐까. 김대의 감독은 수원FC에서 그런 축구를 보여줄 생각이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