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홈으로 사용했던 평창알펜시아경기장. ⓒ강원FC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A씨는 지난해 12월 강원FC 인턴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프로축구단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다”는 그는 강원FC 인턴 공고가 뜨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 뒤 면접 일정이 잡혔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면접 일정 문자를 받은 건 오후 5시였는데 면접이 바로 다음 날 오후 1시였기 때문이다. “참석 회신을 달라”는 메시지를 받은 A씨는 그래도 프로축구단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급하게 다음 날 열리는 면접을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에 사는 A씨는 부랴부랴 저녁에 급하게 면접 준비를 하고 다음 날 면접을 위해 강원도 강릉으로 향했다.

내일부터 강릉으로 출근하라?

B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바로 다음 날 면접 일정이 잡혔어요. 뭐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인턴을 뽑는지 의아했죠. 하지만 그래도 프로축구단에서 일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면접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경력직 사원 면접이 끝날 때까지 한 시간 정도 기다린 20여명 가까운 이들은 경영과 기획전략, 마케팅 부서에 상관없이 한꺼번에 면접장에 들어갔다. A씨는 당시 면접위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조태룡 대표와 서태원 부단장 겸 기획전략팀장, 그리고 정인욱 마케팅 팀장이 면접위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면접은 조태룡 대표가 주도했고 나머지 두 면접위원은 일절 면접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인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구단에서는 “1월초부터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12월 말까지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느닷없이 1월 3일에 출근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첫 출근은 1월 5일이었다. 이틀 만에 서울에서 모든 걸 정리해 강원도 강릉으로 넘어가야 했다. B씨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전주 금요일에 서류 마감을 한 뒤 바로 다음주 월요일에 서류 합격 통보를 내렸고 그 다음날 낮에 면접을 진행했어요. 그날 당일 저녁에 합격 통보를 해 다음 날인 수요일에 출근하라는 식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론 이렇게 진행된 면접만 해도 두 번이 넘습니다.” 물론 구단이 숙박은 제공하지 않아 숙박은 인턴이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A씨의 말이다. “아직 집도 구하지 못한 상태라 부랴부랴 강릉으로 가 하루 만에 집을 구했습니다. 인턴 동기들 역시 저와 비슷한 상황이었죠. 경영지원 한 명, 기획전략 네 명, 마케팅 세 명 등 총 8명이 면접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구단에 출근하니 기획전략 담당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며칠 동안 누구의 교육도 받지 못했다. B씨는 이렇게 말했다. “마케팅 팀으로 가던지 아니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조태룡 대표가 기획전략 팀장 의견이 아닌 단독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구단의 주먹구구식 인턴 채용에 불만을 느낀 한 명은 그만뒀고 나머지 세 명은 마케팅팀으로 전환됐다.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전을 위해 인턴들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스포츠니어스

“할당량 못 채우면 다시 내보냈다”

지난 2월 강원FC 인턴으로 채용된 C씨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첫 출근을 했는데 담당 팀장이 ‘나는 신입 인턴을 선발한 적이 없다’면서 다른 팀으로 저를 보내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면접을 볼 때 이 담당 팀장도 자리에 있었어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필요한 부서에 원하는 만큼의 인턴을 뽑은 게 아니라 일단 뽑아놓고 보자는 분위기였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경험한 강원FC 인턴의 업무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A씨는 마케팅 부서로 입사했지만 사실상 영업사원이었다. 강릉 시내에 있는 모든 업소를 방문해 “후원을 좀 해달라”는 식의 직접 영업이었다. 현금 및 현물로 업소당 100만 원 이상의 후원을 받아내야 했다.

A씨는 이 영업이 굉장한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하루 15곳 이상의 업체를 방문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걸 채우지 못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 7시건 8시건 할당량을 채워 오라고 다시 강릉 시내로 내보냈어요.” 이제 막 사회 첫 발을 내딛은 인턴에게 직접 영업은 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일이었다. “구단으로부터 받은 교육도 없고 어떤 자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업체 사장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하면서 후원을 받아야 하는데 너무 막막했어요.” B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전 기수 인턴들이 강릉 시내에 있는 모든 업소를 다 방문했던 터라 업체의 반응은 냉담했다. “석 달에 걸쳐 모든 업소를 방문했기 때문에 재방문 업체가 대다수였죠. 축구를 좋아하시거나 새로 가게를 오픈하시는 분들만 후원에 관심을 가졌고 실질적인 반응은 암울했습니다.”

이들은 오전 9시에 시내로 향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직접 영업을 해야했다고 주장한다. “눈이나 비 등 심한 악천후에도 아랑곳 없이 영업 활동을 나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건의하면 그때야 사무실에 복귀하라는 지시를 받았죠. ‘카톡’을 이용해 업체별로 미팅 시간과 사업장 명, 위치, 사장 이름, 연락처 등 특이사항과 사진을 조태룡 대표와 담당 팀장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습니다.” C씨도 이 업무에 참여했을 때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 가게당 6~7번씩은 방문했던 것 같아요. 일정 개수를 채우지 못하면 퇴근도 할 수 없었어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인턴들은 직접 영업뿐 아니라 얼음을 깨고 눈을 치우는 일까지도 해야 했다. 홈 경기가 평창에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점프대 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된 이후 부랴부랴 제설 작업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전을 위해 인턴들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스포츠니어스

야근하지 말라며 밤 9시에 보고 받았다?

B씨는 당시를 이렇게 설명했다. “2월 중반부터 3월 초까지 경기장에 쌓인 눈과 얼음을 깨러 다녔습니다. 소수 인원만 사무실에 남겨놓고 모든 인원이 투입돼 트레이닝복을 입고 장갑을 낀 채 삽으로 얼음을 깼어요. 작업 복장도 지원이 없어 얼음에 신발이 젖고 악취가 옷에 배었지만 다들 인턴 생활을 시작하고 급하게 강릉으로 온 터라 여벌의 옷도 없었죠.” C씨의 주장은 더 구체적이다. “경기장에 골대와 라인 등이 없어 인턴이 직접 업체 및 재료 등의 견적조회를 하고 구입까지 했죠. 경기장 라인도 인턴이 직접 사이즈를 정하고 줄을 잡아서 그렸는데 서울과의 경기가 끝나고 문제가 생겼죠. 경기장이 너무 넓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인턴들이 다시 또 더 좁게 그렸습니다.” 이들은 제설작업을 위해 2월 18일부터 3월 4일까지 알펜시아리조트로 출근했다.

정직원과 인턴의 처우가 현저하게 달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B씨는 정직원과 인턴의 차별이 심했다고 주장했다. “추운 겨울에 구단 직원들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점퍼와 패딩 등을 지급 받았는데 인턴은 단 하나의 용품도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개막전 때 직원들의 복장을 통일시킨다고 했는데 인턴은 알아서 복장을 갖춰 입으라고 했어요. 그 다음 경기부터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적힌 조끼를 착용하고 홈 경기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A씨도 인턴의 처우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조태룡 대표는 ‘야근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대표는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았습니다. 정직원들이 퇴근 시간이 돼도 퇴근하지 않는데 인턴도 당연히 자리를 지켜야 했죠. 평창에서 업무 시간에 제설작업을 하고 퇴근 시간 이후에 본 업무를 진행했어요. 밤 9시~10시까지는 당연히 남아 있어야 했고 11시나 12시나 다 돼 집에 간 적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야근하지 말라”던 조태룡 대표의 행동을 꼬집었다. “티켓 업무 보고를 했던 인턴은 오후 3시와 밤 9시에 조태룡 대표에게 ‘카톡’으로 보고를 해야 했습니다. 3시는 업무 시간이라 그렇다 치는데 야근하지 말라는 대표가 9시에 보고하라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질 않잖아요. 평창으로 출근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는데 ‘왜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꾸중도 들었습니다. 물론 야근 수당은 전혀 없었죠.” B씨는 인턴으로 일하며 보이스피싱으로 의심 받은 적도 많다. 몇 만 명이 되는 주주 한 명씩 전화를 걸어 주소나 전화번호 업데이트 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구단 전화기가 아닌 개인 전화기로 전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원FC가 확인하는 주주 신상을 인턴 휴대전화로 하니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전을 위해 인턴들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스포츠니어스

대체휴무 날 출근해 쓰레기 줍는 인턴?

만약에 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큰 문제로 번질 만한 일들이다. 하지만 강원FC에서 인턴 생활을 했던 이들의 주장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대체 휴무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말이다. “프로축구단 특성상 주말 근무는 당연히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대체 휴무를 준다고 했는데 인턴에게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인턴이 무슨 대체 휴무를 쓰느냐’는 말까지 들었어요. 주말 경기 후 회식을 하면 정직원들은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고 인턴들만 출근해 경기장 잔디에 물을 뿌리고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차라리 생산적인 일을 시키면 이해하는데 그러지도 않은 거죠.” 인턴은 매일 퇴근할 때 조태룡 대표에게 ‘카톡’으로 인턴 소감문을 제출하도록 지시받기도 했다. 하루 동안 느낀 것들을 보고하는 형식이었다.

이들은 퇴사 과정도 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하루 업무를 마무리한 인턴들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가 내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바로 전 기수 인턴 역시 설 연휴가 겹치는 2월에 계약이 종료됐는데 계약 마지막 날까지도 대표나 팀장의 인사 없이 평일과 다름 없이 퇴근했고 이후 문자로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C씨의 주장도 엇비슷했다. 인턴 계약은 4월 4일까지였지만 3월 29일 업무가 끝난 뒤 팀장이 인턴을 따로 불러 “내일부터는 출근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인턴은 통보를 받고 인수인계서를 작성한 뒤 전직원에게 인사를 했다. C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적진원도 인사할 당시에 인턴이 오늘까지만 일을 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어요.”

인턴은 하나 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대체 휴무 등으로 말이 나오자 노동부 등에 문제를 제기할 것 같아 급하게 인턴을 정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C씨는 지난해 11월에 입사한 인턴 8명 중 2명이 1월 말에 직원으로 채용됐는데 이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 계약직이었다고 설명했다. 1월에 입사한 인턴 6명 중 3월 29일 일방적인 업무 종료 지시 이후 당일 3명이 직원으로 채용됐는데 이 세 명 또한 1년 계약직도 아닌 오는 12월 계약이 끝나는 9개월 계약직이라고 주장했다. 후원의 집 계약을 많이 체결하거나 금액이 높은 순서대로 계약직으로 전환했다는 주장이다. 11월에 인턴으로 입사한 뒤 1월에 계약직으로 전환한 두 명은 인턴 중에 후원의 집 계약 금액이 가장 높은 한 명, 계약 횟수가 가장 많은 한 명이었다는 이야기다. 1월 인턴 입사 후 3월에 계약직으로 전환된 세 명은 후원의 집 실적이 동률이어서 함께 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주장도 이었다.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전을 위해 인턴들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스포츠니어스

강원FC, “하루 전 통보 없었고 휴무도 지켜”

이뿐 아니라 인턴을 포함한 전직원이 포털사이트 <네이버> 축구란 강원FC 기사에 좋은 댓글과 함께 ‘좋아요’를 누르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그래야 애사심이 생긴다”는 이유에서였다. 강원FC는 지난 시즌 말부터 최근까지 여러 채용 사이트에 인턴 모집 공고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프로축구단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다소 부당하고 힘든 대우를 받더라도 한 번쯤 꼭 일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용기를 내 취재에 응한 강원FC 전직 인턴들은 구단의 상식밖 행동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강원FC 인턴을 제외하고도 직원이 대부분 2년차 미만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다”고 했다. 모든 면에서 운영은 미숙한데 조태룡 대표는 독단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원FC 측의 해명도 필요했다. 강원FC 측은 인턴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하루 전에 급박하게 면접 일정을 통보하거나 출근, 업무 종료 등을 전달한 적은 없다”고 했다. 또한 후원의 집 직접 영업을 지시한 뒤 해당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다시 영업을 내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몇 명이 몇 개의 계약을 해 와야 한다는 건 전혀 없었다. 그분들께 방문하고 인사하는 게 주 목적이다. 그리고 그 성과로 직원을 채용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어 대체 휴무에 대해서도 인턴들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지금도 경기 다음 날이면 인턴들도 당연히 쉰다. 인턴 기간 내 대체휴무를 다 못 쓴 경우가 생기면 이를 감안해 인턴 계약 종료 시점을 앞당겨 종료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턴의 직원 채용 전환률이 50%를 상회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원FC 인턴을 경험한 이들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뽑힌 이들은 대단히 축구를 좋아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스펙도 좋은 젊은 사람들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불합리하고 아마추어 같은 행정 시스템을 경험하고 나서 그 좋아하던 스포츠 분야의 꿈을 포기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인재를 썩히지 말고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성장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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