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개혁이 필요하다. 비리를 조사해 볼 필요도 있다. 절대 건강한 조직이 아니다. 내가 신태용 감독을 지지한다고 해 나를 적폐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절대 협회 편이 아니다. 지금껏 수 없이 협회를 비판해왔고 불과 일주일 전 칼럼을 통해서도 협회가 풀어야 할 비리 의혹에 대해 쓴 적도 있다. 그 칼럼을 보지 않은 이들도 있을 것 같아 아래 다시 링크를 붙인다. 정몽준 회장 시절부터 앞뒤 안 가리고 협회를 비판해 왔다. 물론 지금도 협회 쪽에 설 생각은 없다. 그들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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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이라는 모임이 협회 개혁을 요구하는 것도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공항까지 가 김호곤 기술위원장 물러나라고 시위를 하는 것도 존중한다. 내 생각엔 월드컵이 불과 8개월 남은 시점에서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면 이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걱정되지만 ‘축사국’의 의견도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축사국’이 해야 할 일은 딱 협회의 개혁과 적폐 청산이어야 한다. 그런데 ‘축사국’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기-승-전-히딩크’다. ‘축사국’이 아니라 ‘히딩크를 사랑하는 모임(히사모)’ 같다. 아직도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고 억지를 부린다.

'축사국'에서는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억지에 가깝다. ‘박사모’와 참 닮았다.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반공을 외치는 ‘박사모’도 그 의미 자체로는 존중 받아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는 수호되어야 하고 북한도 무너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축사국’과 ‘박사모’는 공교롭게도 엉뚱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나 협회의 적폐 청산까지만 외치면 딱인데 특정 개인의 찬양이 들어가니 본질마저 의심받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해요”를 외치는 것과 “히동구 감독님 사랑해요”를 외치는 모습이 참으로 닮았다. 이건 세상을 바꾸는 집회가 아니라 개인 팬클럽, 혹은 신도들의 부흥성회다. 내가 ‘축사국’을 ‘히사모’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꾸 ‘국민’을 들먹이는 것도 ‘축사국’과 ‘박사모’가 닮았다. 기껏 해야 집회 현장에 10여 명이 나오고 인터넷 카페 회원도 ‘눈팅족’을 포함해 3천여 명이 채 되지 않는 ‘축사국’이 국민의 힘으로 근엄한 심판을 내린다고 한다. ‘축구 주권’을 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 매주 축구장에 오가는 언론인과 축구인들 대다수는 그런 ‘축사국’의 주장에 동의한 적이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의 심판’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툭하면 ‘국민’을 들먹이며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단체와 다를 게 없다. ‘국민’은 좀 빼 주시라. 촛불집회 이후 ‘국민’을 내세워 ‘적폐 청산’을 외치면 다 그게 정의가 되는 건 아니다.

‘축사국’과 ‘박사모’가 닮은 건 이뿐 아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죽음도 자신들의 주장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섬뜩할 정도다. ‘박사모’가 누구의 죽음을 이용하는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데 ‘축사국’은 부산아이파크 故조진호 감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애도를 표하는 척 하며 입에 담기 조차 어려운 말들을 아주 태연하게 쏟아냈다. “조진호 감독 대신 신태용과 김호곤이 죽었어야 한다.” 나는 이 이후로 ‘축사국’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1차 촛불집회를 한다던 날은 나 혼자 네덜란드 국기까지 사 현장에 나갔고 2차 촛불집회를 할 때는 ‘축사국’ 회원 9명이 모인 자리에도 취재를 위해 참석했지만 더 이상 나는 그들을 존중할 생각이 없다. 남의 죽음을 이렇게 이용하는 단체는 존중 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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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국'에서는 이런 섬뜩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축사국’이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의 단체가 아니라 ‘히사모’에 불과하다는 건 최근 들어 더 명백해졌다. ‘축사국’은 최근 ‘히사모’로서의 활동을 더욱 명백히 하고 있다. 그들은 히딩크 감독이 있는 네덜란드로 직접 날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세기를 타고 4박 6일 예정으로 히딩크 감독을 네덜란드 현지에서 만나 기념 파티를 하고 에인트호벤 구장에서 축구 관람을 한 뒤 네덜란드 언론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 히딩크 감독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초청하겠단다. 물론 날짜는 추후 공지다. 118명이 모이면 바로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118명일까. 히딩크 감독 탄신일이 11월 8일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축사국’이 아니라 ‘히사모’가 맞다.

이들은 그러면서 협찬 및 후원사를 모집한다고 했다. 협찬 및 후원 혜택은 ‘축사국’ 홈페이지 및 카페 배너 광고를 달아주고 응원단 티셔츠에 광고를 할 수 있게 해주고 히딩크 다큐멘터리에 PPL 광고를 해준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유럽 가서 축구 관람하고 히딩크 감독과 파티하고 오는데 여기에도 협찬과 후원사를 모집한다고 하니 집회를 하고도 일당을 받던 단체가 생각난다. 자꾸 ‘축사국’의 모습이 ‘박사모’와 겹쳐져 ‘축사국’이 아니라 ‘히사모’로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들의 말처럼 히딩크 감독님만 모셔오면 한국 축구 적폐가 청산될까. 한국 축구 발전이라는 좋은 의도로 만든 모임이 히딩크 감독 개인 팬클럽 수준을 넘어 종교 집단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협회 앞에서 마음껏 집회를 여시라. 협회 안에 부조리한 인사가 있거나 사건이 벌어지면 법적 투쟁도 하시라. 협회 앞에서 삭발 시위를 하거나 단식 투쟁을 해도 된다. 나는 그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하는 발언을 할 때 이미 담을 쌓았지만 누군가는 협회 비판을 지속적으로 하는 ‘축사모’를 지지할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한국 축구를 위해 건설적인 일을 한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다. 히딩크 감독이 마치 신인 것처럼 떠받들며 홈페이지를 히딩크 감독의 얼굴로 도배한 단체는 ‘축사국’이 아니라 ‘히사모’다. 나에게 불만이 있다면 이번 주말에도 K리그 경기장에 있을 테니 현장에 와서 따지시라. 마지막으로 이번 주말 K리그 일정을 첨부한다.

footballavenue@sports-g.com

▲K리그 클래식 이번 주 경기 일정

10.28. (토)

15:00 포항 VS 대구  포항스틸야드

15:00 서울 VS 울산  서울월드컵경기장

15:00 상주 VS 전남  상주시민운동장

10.29. (일)

15:00 인천 VS 광주  인천전용경기장

15:00 수원 VS 강원  수원월드컵경기장

15:00 전북 VS 제주  전주월드컵경기장

▲K리그 챌린지 이번 주 경기 일정

10.29. (일)

15:00 경남 VS 성남 창원축구센터

15:00 수원FC VS 안양  수원종합운동장

15:00 서울E VS 부천  잠실올림픽주경기장

15:00 부산 VS 아산  부산구덕운동장

15:00 대전 VS 안산  대전월드컵경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