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승엽 코치는 故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난 뒤 감독대행 역할을 맡고 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부산아이파크 이승엽 코치는 코치진 숙소에 잘 가지 않는다. 지난 10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故조진호 감독 때문이었다. 이승엽 코치는 “감독님이 살아계실 때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셨는데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나 도저히 숙소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22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챌린지 FC안양과 부산아이파크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승엽 코치는 마음고생을 많이 한 듯 수척한 얼굴이었다. 故조진호 감독 사망 이후 급하게 감독 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빠르게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있다. FA컵은 4강에 진출한 상황이고 K리그 챌린지에서도 2위를 확정지어 승격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한다.

“FA컵도 4강까지 갔으니 포기할 수 없다. 오늘 경기에는 그 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이정협과 임상협 등 주축 선수들은 다음 주 치러질 FA컵을 준비하기 위해 부산에 남겨뒀다”고 밝힌 이승엽 코치는 “그래도 오늘 나온 선수들이 싱싱할 거다. 경기는 늘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故조진호 감독 사망 이후 첫 경기였던 지난 수원FC전에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故조진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후부터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 누구도 故조진호 감독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이승엽 코치는 선수들에게 따로 故조진호 감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을 게 걱정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도 故조진호 감독의 부재는 너무 마음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다 故조진호 감독과의 추억이어서 더 그렇다. 이승엽 코치는 “훈련할 때 감독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난다”고 했다. “늘 선수들을 내려다보던 언덕이 있다. 감독님께서 거기에서 지켜보시다 나한테 지시를 내리면 내가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훈련할 때면 감독님이 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아 잘 쳐다볼 수가 없다”고 말한 이승엽 코치는 “감독님이 생각나 숙소에도 잘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서울에 살고 홀로 부산에서 생활해야 했던 故조진호 감독은 코치들과 아파트 하나를 따로 얻어 지냈다. 이승엽 코치도 집이 부산이지만 故조진호 감독과 늘 숙소에서 함께 생활했다. 숙소 곳곳에 지금도 故조진호 감독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도저히 숙소에 있을 수가 없다. 감독님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고 밝힌 이승엽 코치는 “일부러 집에 가 아이들과 시간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은 이리도 크다.

하지만 부산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故조진호 감독 생전 그렇게 입버릇처럼 말하던 승격이 눈앞까지 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FA컵도 남아 있다. 이승엽 코치는 故조진호 감독을 위해 반드시 목표를 이뤄야 한다. “감독님은 플레이오프 상대로 아산무궁화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팀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상대전적에서 아산에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팀이 다 껄끄럽다. 누구를 만나도 우리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목표는 누구를 만나서도 지지 않고 승격하는 것이다.”

故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난 이후 늘 어두운 표정이었던 그는 승격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FA컵 우승과 K리그 클래식 승격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걸 고르겠느냐”는 질문에는 처음으로 미소를 보였다. “둘 다 먹고 싶다. 하지만 그 중 하나만 고르라면 당연히 승격이다. 감독님도 꼭 승격해 경기장에서 부산 갈매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하셨다. 만약 승격을 확정짓고 부산 갈매기를 부른다면 많이 울 것 같다.”

이날 경기에서 부산은 등 주축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고도 안양에 2-1 승리를 따냈다. 경기 후 만난 이승엽 코치의 표정도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원한 걸 전반전에는 잘 보여줬는데 후반전에는 방심한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코치들과 상의해 교체 타이밍을 잡은 게 잘 됐다고 생각한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수비적으로 교체를 할 건지 공격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건지 고민이 됐는데 그 고민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밝힌 이승엽 코치는 “결과적으로 승리를 거둔 우리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은 이제 수원삼성과 FA컵 4강전을 준비해야 한다. 4강 대진 추첨 이후 수원삼성이 부산의 상대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故조진호 감독은 만족했었다. “감독님께서 K리그 클래식 팀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는데 수원삼성을 만나게 돼 좋아하셨다. 우리가 포항과 서울, 전남 등 K리그 클래식 팀을 모두 이기고 올라왔는데 이번에도 K리그 클래식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아마 감독님께서도 하늘에서 응원해 주실 거다. 대진이 확정된 뒤 감독님이 수원삼성을 상대로 전술, 전략을 짜서 선수들에게 이미 다 전달하셨었다. 나는 이제 부산으로 내려가 선수들 컨디션을 점검하고 부상자도 체크하고 선수 구성을 고민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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