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축구 2부리그, 작지만 단단하다

현재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배시온 기자는 스포츠니어스 독자 여러분들께 스페인 축구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달해 드립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로 손꼽히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축구 없이 못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발렌시아=배시온 기자] 스페인 주말 오전엔 여자축구 2부리그 경기가 열린다. 스페인 여자축구는 1부리그에서 뛰는 세미프로 선수도 많기 때문에 2부 선수들에게 ‘프로’라는 말을 붙이긴 어렵다. 대부분 학생이거나 다른 직업을 갖고 있고, 취미로 팀에 속해있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 프로라고 불리지도 않고 작은 규모이지만 이들은 매주 경기를 뛸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지난 10월 15일 발렌시아 외곽 지역인 미슬라타에선 ‘Mislata CF Femenino’라고 불리는 미슬라타 여자 축구팀과 무르시아의 경기가 있었다. 아마추어격인 리그 경기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초중고 축구리그보다 조금 큰 규모를 기대하며 경기가 열리는 까날레따 공원을 찾았다. 경기 장소를 확인하고 이동할 때까지만 해도 효창운동장 정도의 크기를 상상했다. 하지만 까날레따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효창운동장과 비슷한 외관은 커녕 축구를 하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빠와 놀러온 아이들이 자기 몸보다 큰 발렌시아CF 유니폼을 입고 축구공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한 쪽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평범한 공원이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안으로 들어가자 그제서야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심지어 경기 시간은 오후 12시 30분. 발렌시아에서는 일요일 점심에 가족들과 다같이 지역 대표 음식인 빠에야를 먹는 풍습이 있다.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이 시간엔 가족들과 식사를 갖는 이들이 많다. 아무리 2부리그 경기라지만 축구를 보기엔 적절하지만은 않은 시간대였다.

생각보다 협소한 여자축구 2부리그의 모습

경기장 위치나 시간대를 볼 때 축구 경기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찾아볼 수 없는 경기였다. 관중석도 협소해서 50여명의 인원밖에 없음에도 경기장이 꽉 차 보였다. 관중들 역시 선수의 가족이나 친구가 대부분이었다. 골대 뒤에 마련된 작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축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지인을 제외한 관중이었다.

전광판이나 보드판도 없어 경기 시간과 스코어를 관중들이 확인할 수 없었다. 관중들은 경기 스코어를 알아서 계산하며 팀을 응원했다. 경기 기록관도 보이지 않았고 볼보이도 없었다. 의무팀과 벤치에 앉아있는 코치진만 보일 뿐이었다. 여기에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가 겹쳐 전반전이 끝나자 관중은 반으로 줄었다. 대부분의 관중이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를 보러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초중고 리그보다 작은 규모였다.

 

미슬라타 여자 유소년팀인 Femenino F8 Alevinⓒ미슬라타CF페이스북

규모는 작지만 단단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의 경기 수준은 높았다. 미슬라타가 일방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며 2-0으로 끝났지만 무르시아도 악착같은 경기를 보여줬다. 양 팀은 강한 햇빛 속에서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스피드를 줄이지 않았고 거친 태클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회가 있을 땐 망설이지 않고 슈팅을 시도해 상대를 위협하는 공격 기회도 많이 만들었다.

여자축구의 뿌리도 튼튼하다

미슬라타는 일주일에 네 번 평일 훈련을 갖는다. 약 두 시간씩 진행하는 훈련을 꾸준히 받으며 체력을 기른 덕분에 경기장에서도 수준 높은 모습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선수가 다양한 본업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 시간을 쪼개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이들도 많다. 스페인 전 지역을 돌며 리그가 운영되기 때문에 프리메라리가와 비슷한 일정을 소화한다.

또한 각 팀에 여자 유소년 팀도 갖추고 있다. 2부리그 밑으로 5단계에 거친 유소년 시스템이 있어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으며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아직 경기장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이 많이 부족하지만 그 속은 단단하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여자축구 2부리그라 하더라도 발전할 수 있는 내실을 차곡차곡 다지고 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여자 축구는 아직 여성이 참여자가 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WK리그를 제외하고는 정규 리그 없이 소규모의 대회가 이뤄지는 중이다. 물론 WK리그의 규모도 작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그 하위 리그의 발전을 기대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자축구도 작은 규모부터 천천히, 체계적으로 훈련 시스템을 갖추고 꾸준한 경기를 이어나가면 발전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si.onoff@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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