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반드시 풀어야 할 축구협회 5가지 비리 의혹

협회 앞 시위
대한축구협회 앞에서 집회를 하는 '축사국' 회원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한국 축구가 멍들고 있다. 팬들은 팬들끼리 싸우고 언론도 편을 나눠 ‘디스’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선수들은 정신 못 차리고 최악의 경기력에 머물러 있고 심지어 최근까지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한 선수는 SNS로 팬들과 유치한 설전까지 벌였다. 한마디로 한국 축구는 와해 직전이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이런 문제가 시작됐을까. 이 문제의 중심에서 대한축구협회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런데 협회 개혁과 비리 척결 등을 외치는 이들은 많지만 어떤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도 없다. 그래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협회의 비리 의혹에 대해 취재하고 정리했다.

1. 용품 스폰서 8년 계약 의혹
2012년 1월 협회가 나이키와 계약을 연장했는데 여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일단 후원 규모부터가 의아했다. 8년간 현금 600억 원, 현물 600억 원 등 총 1,200억 원에 후원계약을 맺었는데 따지고 보면 연간 75억 원의 현금과 소매가 기준으로 75억 원의 물품을 지원받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8년부터 2011년의 기존 4년 계약에 비하면 연간 12억 5천만 원의 현금 지원액이 늘었지만 이건 지원이 늘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가 상승률을 4%로 잡고 계산해 보니 기존 계약을 8년간 더 연장해 준 꼴밖에 안 됐다.

협회에서는 “계약 조건이 1천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포장했지만 계약 기간이 무려 8년이었으니 계산해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의 천문학적인 액수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후원 계약에서는 현금 후원을 더 많이 따 내야 하는데 현금과 현물 규모가 똑같고 거기에 계약기간도 늘어난 건 협회보다는 나이키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다. 참고로 일본축구협회는 2014년 7월 아디다스와 계약 연장을 하며 7년 간 약 2,54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일본은 2014년 당시 기존 스폰서인 아디다스와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나자 나이키와 푸마 등 경쟁 브랜드들을 부추겨 금액을 확 올릴 수 있었다.

더 황당한 건 계약 기간이다. 2012년 나이키와 재계약 당시 조중연 협회장의 임기는 딱 1년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1년 후면 새로운 회장이 자신의 구상에 따라 협회를 운영해야 했다. 그런데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조중연 회장이 나이키와 8년 장기 계약을 맺어 버렸으니 후임 정몽규 회장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이제 임기를 곧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회장이 굳이 기존 조건에서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계약서에, 그것도 8년이라는 긴 기간을 명시해 사인을 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임기 만료 1년을 앞두고 유리하지 않은 8년짜리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린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의혹이 너무 크다. 지금도 한국 대표팀은 이 계약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2. 일방적인 중계권 계약 시도 의혹
A매치는 여러 방송사에서 달려들어 중계하려고 하는 마당에 K리그는 중계가 없어 고민인 때가 있었다. 최근 들어 SPOTV 등이 K리그 중계에 집중하고 있지만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K리그는 중계가 너무 없어 고민이었다. 대한축구협회장에 출마한 정몽규 당시 프로축구연맹 총재는 공약 중 하나로 TV 중계권 문제 해결을 내세웠다. A매치 중계권 협상을 할 때 K리그는 물론 초,중,고,대학 경기와 실업 축구까지 포함하겠다는 것이었다. 꽤 파격적이었고 신선한 공약이었다. 원래 중계권 협상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차분히 방송사와 중계권 협상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조중연 당시 회장이 이상한 결정을 했다. 퇴임 2주일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지상파 방송 3사와 중계권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이었다.

이전까지 1경기 혹은 1년짜리 단기 계약만을 맺었던 협회는 지상파 방송 3사와 무려 4년 장기 계약을 맺기로 했다. 총액은 300억 원선이었다. 4년 계약에 대해 협회 측은 “4년 계약은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통 1경기 혹은 1년짜리 단기계약을 해왔다”며 “계약을 짧게 하다 보니 매번 새롭게 중계권 계약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또 강팀과 약팀의 경기에 따라 가격차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미 지상파 방송 3사와 계약서에 도장만 찍지 않았을뿐 모든 합의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자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곧 협회를 떠나는 조중연 회장이 4년짜리 초대형 중계권 계약을 맺기로 해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더군다나 가장 유력한 차기 협회장 후보였던 정몽규 후보는 A매치와 K리그의 중계권 연계 공약을 들고 나왔으니 더 황당한 일이었다.

이미 나이키와 8년 재계약에 합의하며 ‘호구 계약’ 의혹을 사고 있던 조중연 회장의 저의가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결국 조중연 회장은 거센 여론의 반발 때문에 중계권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하지는 못한 채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미 대략적인 조건이 합의된 상태에서 신임 회장이 전임 집행부와 방송사의 합의사항을 깨기란 쉽지 않았다. 조중연 회장이 추진했던 계약 조건이 대부분 정몽규 회장 부임 이후에도 이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몽규 회장의 공약대로 A매치와 K리그 중계권이 연동되지는 못하고 있다. 왜 조중연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4년짜리 초대형 중계권 계약을 맺으려 했을까. 이 의혹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조중연
조중연 전 회장은 재임 시절 많은 의혹이 있었다. ⓒ울산현대

3. 수뇌부의 공금 횡령
협회 핵심 간부들은 공금을 횡령하고 사적으로 사용했다. 조중연 전 회장을 비롯해 이회택 전 부회장, 김진국 전 전무이사, 황보관 전 기술위원장, 김주성 전 사무총장 등은 업무 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로 220여회 1억 1천만 원 상당을 업무와 무관하게 사용한 혐의로 지난 달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연 전 회장은 2011년 7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U-20 월드컵, 2011년 11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연맹 총회, 2012년 헝가리에서 개최된 국제축구연맹 총회와 국가대표 평가전 등에 부인과 동행하면서 항공료 등 약 3천만 원을 협회 공금으로 부정 처리했다. 지인들과 골프를 치면서 골프장 비용 1천4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기도 했다.

이회택 전 부회장도 43회나 골프장을 이용하면서 법인카드로 총 800만원을 결제했고 김진국 전 전무이사와 김주성 전 사무총장 등도 골프장에서 법인카드로 3천만 원을 썼다. 이뿐 아니라 협회 임원은 유흥주점 등에서 무려 2천 5백만 원 이상을 썼고 피부미용실에서도 1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은 법인 카드로 결제했다. 심지어 아내와 이혼한 사실을 숨기고 8년 동안 가족 수당 1천470만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입건된 직원도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향후 결과가 나오면 내부규정에 따라 관련자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뒤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공금 횡령으로 불구속된 이들이 K리그 현장에 버젓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제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안은 다르지만 500만 원을 받고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이들은 아예 축구계에 발도 붙일 수 없도록 강력한 징계를 내린 상황에서 억대의 공금을 개인 명목으로 쓴 이들이 여전히 축구계 원로라며 대접받는 모습은 대단히 불쾌하다. 심지어 협회는 직원이 축구 용품을 훔치고 협회 상품권을 제멋대로 썼을 때도 징계가 아니라 오히려 퇴직위로금 1억 5천만 원을 지급했던 적도 있다. 협회에서 요직을 차지하며 공금을 횡령했던 이들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 협회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또한 고위층부터 평직원까지 횡령을 일삼았던 협회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감시 체계도 확립해야 한다. 협회는 “임직원이 사용하는 법인카드는 사용자 실명제로 전환하고 클린카드 제도 도입을 통해 유흥업소에서 사용 등 부적절한 집행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클린카드’ 제도는 이미 2012년 4월부터 도입돼 있었음에도 부정을 막지 못했다.

4. 실적 없는 자문 계약 의혹
조중연 전 회장은 2013년 초 퇴임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축구 원로로 어른 노릇을 하고 싶다.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축구를 통해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하지만 조중연 전 회장은 2013년 1월 임기를 마친 뒤에도 어른 노릇을 한 게 아니라 몰래 협회로부터 돈을 챙겼다. 2015년 4월 협회가 조중연 전 회장에게 비상근직인 자문 역할을 맡긴 것이다. 당시는 슈틸리케호가 아시안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다. 모두의 눈이 대표팀으로 쏠려 있던 시기 협회는 제1차 이사회를 열어 조중연 전 회장을 자문 역할로 위촉했다. 원래 자문은 협회는 물론 언론을 통해 자주 얼굴을 내밀어야 하지만 조중연 전 회장은 자문 직함을 달고 그 어떤 대내외적인 활동도 하지 않았다.

조중연 전 회장은 자문으로 고용된 뒤 출근도 하지 않고 자문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런데도 놀랍게도 조중연 전 회장은 매월 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차량과 전담 기사까지 제공 받았다. 무려 17개월 동안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총 1억 4,400만 원이 조중연 전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단 한 건의 자문도 없는 이에게 돈이 줄줄 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사안을 파악한 뒤 대한축구협회에 ‘수사 의뢰 및 중징계 요구, 사적 집행 금액 환수 조치’라는 최종 결정을 통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회는 이후에도 느긋했다. 문체부의 지적이 있었지만 곧바로 조중연 전 회장을 자문직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 자연스럽게 자문 임기가 끝난다”고 버텼다. 지난해 9월 문제가 제기됐지만 12월 새 이사진을 임명할 때까지도 조중연 전 회장의 자문 임기는 이어졌다.

앞서 소개한 비리 의혹은 조중연 회장 재임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다. 과거의 일이라고 덮고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조중연 전 회장이 자문으로 위촉돼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매달 500만 원과 차량, 전담 기사까지 제공 받은 건 불과 지난 해 일이다. 여전히 협회가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면서 눈 먼 돈이 새어 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협회는 조중연 전 회장을 자문으로 위촉했던 일과 관련해 “전직 협회장에 대한 예우와 축구계 화합, 축구 행정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중연 전 회장을 자문으로 위촉하고 매달 쓸 데 없는 돈을 자문료로 쏟아 부은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혹에는 그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정몽규
정몽규 현 회장은 과연 협회를 옳은 길로 이끌고 있을까. ⓒ전북현대

5. FCN과의 유착 의혹
앞서 언급한 조중연 전 회장의 중계권 계약 강행 당시 협회는 ‘A매치 업무 대행사로 FCN을 지정한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이 회사는 ‘FC네트워크(FCN)’라는 이름의 마케팅 대행사로 협회 메인 스폰서 업체 절반 가까이가 FCN을 통해 협회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조중연 전 회장이 무리하게 퇴임 직전 중계권 협상을 하며 업무 대행사로 FCN을 고수한 것도 여전히 남은 의혹 중 하나다. 중계권 수입이 30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FCN이 벌어들이는 수수료만 해도 25억~30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FCN은 현대그룹 광고대행사였던 금강기획 스포츠사업부 직원들이 2000년에 설립한 회사인데 이때부터 협회의 대형 계약을 독점했다. 신생 회사가 따낼 수 없는 계약을 잘도 따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대그룹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이 사실상 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5년 국정감사를 통해 협회의 노흥섭 전무와 김정만 사업국장이 이 회사 이사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조중연 전 회장이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중계권 계약 협상을 벌이며 FCN을 대행사로 밀었던 이유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협회와 FCN의 관계가 조중연 전 회장 시절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협회는 중계권 협상을 위한 통합 마케팅 대행사를 공개 입찰로 선정했는데 그때 선택된 곳도 FCN이었다. FCN는 협회와 대단히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을 쌓아놓고 있다.

2005년 국정감사 당시 안민석 의원은 “FCN 주식을 축구협회 임직원이 차명으로 소유했다. 스폰서십 권리를 몰아줘 FCN 매출을 올리고 차명주식을 통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현대축구협회’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이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해야 한다. 또한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해명할 필요가 있다. FCN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이들은 여전히 협회에서 실질적인 힘을 휘두르고 있다. 과연 FCN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현대가의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닌지, 협회가 현대의 하청업체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드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 투명하지 않은 마케팅 대행 계약은 합리적인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민심을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늘 꼬리를 자르고 방패막이를 앞세워 비판을 피해 갔다. 비리와 의혹은 이제 쌓일 만큼 쌓였다. 히딩크 재부임 주장은 대응할 가치도 없으니 넘어간다고 쳐도 협회를 향한 쓴소리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협회가 마치 자신들의 개인 소유인 걸로 생각하고 막 주물러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유소년부터 성인 국가대표까지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땀 흘려 번 돈을 자기들 골프 치러 다니고 유흥주점에 다니며 쓰는 건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다. 이 의혹들이 반드시 풀어지길 바란다.

footballavenue@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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