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폴 포츠 ⓒ 수원 삼성 제공

[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45분이 지나자 선수들과 함께 뛰던 주심이 전반 종료 휘슬을 불었다. 프렌테 트리콜로의 응원가로 가득했던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적막이 흘렀다. 센터 서클에 배가 불룩한 외국인이 서 있었다. 곧이어 오페라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그의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그를 세상에 알린 그 노래였다. 주인공은 폴 포츠였다.

영국 웨일스에서 휴대전화 외판원을 하다가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나타난 그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고 대상을 차지해 이름을 날렸다. 처음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그가 오페라를 부른다고 하자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러나 그는 이 한 노래로 세상에 그를 드러냈고 지금의 폴 포츠를 있게 했다.

폴 포츠는 내년 수원에서 데뷔 10주년 공연을 하기로 했다. 폴 포츠는 스스로 의미 있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한 가지 고민을 했다. "공연에 앞서 수원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면 어떨까?" 그는 이와 같은 고민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마침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수원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로 수원월드컵재단에 연락을 취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수원과 울산 경기에서 수원 시민들과 호흡하고 싶다"면서 "혹시 방법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구단 측은 '인간 승리'의 대명사이자 유명 인사에게 먼저 연락이 오자 어안이 벙벙했다.

수원 구단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평소 수원 팬들과 스킨십을 가져온 구단 차원에서도 폴 포츠의 제안은 달콤하게 느껴졌다. 구단 측은 "킥 오프 전 시축과 하프 타임에 노래를 불러 도와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전하며 폴 포츠에게 경기 일정을 전달했다. 폴 포츠가 먼저 수원 구단에 접촉한 사실도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 폴 포츠는 한술 더 떠 수원에 또 한 가지를 요청했다.

"그럼 공연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싶다. 수원 시민들을 위해 노래하는데 성의 없게 노래 부르고 싶지 않다." 수원 구단은 그의 프로정신에 또 한 번 놀랐다. 수원 구단은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 월드컵경기장을 개방해 그의 리허설을 도왔다.

구단 측 관계자는 "리허설 제안도 폴 포츠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여태껏 하프 타임 공연은 많이 준비했는데 리허설을 요청한 가수들은 한 번도 없었다. 프로 정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알고 보니 폴 포츠는 경기 당일 서울에서 오전에 미리 약속한 일정이 있었다. 폴 포츠의 프로 정신에 감명받은 수원 구단도 바쁘게 움직였다. 그의 시축과 공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폴 포츠에게 에스코트를 동행시켰다. 혹시라도 벌어질 불미스러운 교통상황을 경계했다.

폴 포츠는 등 번호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그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경기장에 들어선 폴 포츠는 "안녕하세요. 폴 포츠입니다"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한 뒤 노래를 시작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경기장에 찾아온 사람들은 환호했다. 폴 포츠는 노래를 마친 뒤 관객들에게 사인볼을 나눠줬다. 장내 아나운서는 "영국 사람이 공을 차는 게 이렇게 불안하긴 처음이다"라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나눠줬다.

K리그 홍보대사를 맡고 있거나 하프 타임 공연에 초청된 다른 가수들이 K리그를 대하는 태도와 비교해보면 그의 프로 정신은 큰 울림을 낳았다. 그는 자신도 평범한 세일즈맨이었던 만큼 팬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원했다. K리그를 찾는 팬들을 존중해 미리 리허설로 준비하고 호흡하기 원했다. 그의 스토리를 듬뿍 담은 오페라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수원시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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