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과 안산은 K리그 챌린지 마지막 라운드에서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까? ⓒ 대전 시티즌, 안산 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대한민국 22개 프로축구팀 중 가장 축구를 못하는 팀. 그것이 K리그 챌린지 최하위다. 하지만 그 자리는 K리그 클래식 최하위와 다르다. 강등의 위험 부담이 없다. 단지 올 시즌 농사에 실패했을 뿐이다. 아쉬움을 삼키고 다음 시즌을 차분히 준비하면 된다. 물론 최하위라는 불명예는 남지만 말이다.

시즌 막바지 최하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이 팀의 동기부여는 상당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올 시즌보다는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유망주를 기용하거나 그동안 기회를얻지 못한 선수들이 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최하위권의 싸움은 그리 싱겁지 않다.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바로 대전 시티즌과 안산 그리너스다.

대전 : 자존심 걸고 반드시 안산 잡는다

대전의 가을은 유독 뜨겁다. 33라운드까지 소화한 올 시즌 대전의 성적은 6승 8무 18패 승점 26이다. 9월 한 달 동안 대전이 따낸 승점은 7점이다. 약 30% 가량의 승점을 9월에 따낸 셈이다. 올 시즌 대전이 한 달에 평균 3점을 따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꽤 놀라운 성과다. 대전은 작지만 위협적으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전이 힘을 낸다 하더라도 올 시즌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승격 플레이오프는 이미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순위가 오른다고 구단에 큰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김종현 감독대행과 대전 선수단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하나다. 최하위라는 자리를 탈출하는 것이다. 단지 10위라는 순위가 9위가 되는 것 뿐이지만 그들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남다르다.

"올해가 대전이 20주년을 맞는 해다. 상당히 의미가 남다르다. 이렇게 중요한 시즌에 대한민국 프로축구 22개 구단 중 최하위라면 정말 역사에 오점으로 남는 것이다. 저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의 올 시즌 목표는 무조건 최하위 탈출이다. 최근 수원FC와 아산 무궁화에 연패를 당했지만 서울 이랜드와 무승부를 거두며 분위기는 반전시켰다. 우리 선수들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김 감독대행은 사퇴한 이영익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계속해서 '최하위 탈출'을 강조해왔다.

그들이 노리는 목표는 단 하나다. 바로 신생 팀인 9위 안산이다. 대전은 맹렬히 추격하고 안산은 조금씩 도망을 가는 형국이다. 심지어 안산은 경남FC를 꺾으며 이변의 승점 3점을 획득하기도 했다. "우리도 잘해야 하지만 안산의 상대 팀도 잘해줘야 한다. 사실 경남이 이기길 바랐는데… 안산의 다음 상대가 부천과 아산이더라. 이 팀들이 안산을 이겨줬으면 좋겠다"며 한숨 섞인 웃음을 짓는 김 감독대행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강호 부천마저 아산과 1-1로 비기며 덜미를 잡혔다. 세 경기가 남은 현재 두 팀의 승점 차는 여전히 4점이다.

안산 : 최하위? 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과정

반면 안산은 여유있어 보인다. 안산 이흥실 감독은 최하위라는 자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 감독은 대전의 포부에 대해 "좀 늦은 감이 있는데…"라며 모종의 디스(?)를 하더니 한 마디를 던졌다. "최하위 그거 사실 별 거 없더라." 그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여유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근거가 있었다.

"예전에 안산 무궁화 시절 우리가 최하위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시즌에 바로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 챌린지에서 최하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경기력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내년 시즌을 위한 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감독의 생각이었다. "최하위를 해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너무나 덤덤하게 답한다. "우리는 괜찮아~ 최하위 해도 상관 없어."

이는 안산의 현재 전력이 약한 것도 있지만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이 감독은 그저 두 가지를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최선을 다할 것과 홈에서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선수들의 모습이 만족스러워 보인다. "우리 선수들 여기까지 버텨준 것이 고마워. 정말 최선을 다했어."

이흥실 감독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안산은 은근히 무서운 팀이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하지만 최근 안산의 모습은 '최하위 해도 괜찮은 팀'이 아니다. 최근에도 1위 경남을 1-0으로 잡으면서 경남 김종부 감독을 힘들게 만들더니 지난 라운드에서는 부천과 1-1로 비겼다.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이 한창인 부천의 입장에서는 꽤 치명적인 한 판이었다. 9위라고 해서 마냥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치는 셈이다. 시즌 막바지라고 결코 힘을 빼지 않는 안산이다.

묘하게 안산 신경 건드리는 대전의 한 마디

최하위 탈출을 누구보다 간절히 염원하는 김 감독대행에게 이흥실 감독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아마 말은 그렇게 해도 신경 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그는 대전의 자부심이 가득한 한 마디를 던졌다. "안산은 올해 창단한 신생 팀이고 우리는 20년이라는 역사가 있는 팀이다. 자존심의 무게가 다르다. 우리는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황인범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한 그는 "창피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렇기 위해 최하위에서 반드시 탈출해야 한다. 대전이라는 팀과 현재의 순위는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죄송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덜 창피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최하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이흥실 감독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안산은 은근히 무서운 팀이다 ⓒ 안산 그리너스 제공

게다가 대전은 아직까지 안산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올 시즌 대전은 안산을 상대로 1무 2패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크리스챤의 선제골로 1-0으로 리드, 안산전 연패를 끊는가 싶었지만 정경호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래저래 안산을 꼭 잡고 싶은 대전이다. 20년 역사를 가진 팀이 신생팀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김 감독대행은 '최하위 탈출'을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좀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괜찮다. 이제 세 경기가 남는다. 두 경기에서는 승점 관리를 잘해 안산과의 승점 차를 못해도 2점 이내로 줄이겠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안산과의 홈 경기다.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 마지막 반전 드라마를 꿈꾸는 김 감독대행이었다.

마지막 라운드, 운명적인 그들의 마지막 만남

두 팀의 남은 경기 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대전은 부천과 성남을 만나고 안산은 아산과 서울 이랜드를 만난다. 네 팀의 상대 중 무려 세 팀이 승격 플레이오프권이다. 그들은 하위권 두 팀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산이 그나마 서울 이랜드를 만나기 때문에 조금 더 유리해 보이지만 속단은 이르다. 무서울 때는 굉장히 무서운 팀이 서울 이랜드다. 게다가 서울 이랜드 역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최하위가 가능하다.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K리그 챌린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법이다.

대전이 부천전과 성남전 두 경기에서 모두 패하면 최하위 탈출의 가능성은 제로다. 두 팀의 승점 차가 4점이다. 한 경기 이상을 만회해야 한다. 안산은 유리하다. 하지만 9위가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단 대전의 향후 두 경기를 봐야한다. 결국 최하위 탈출의 희망은 그들 스스로가 살려야 한다.

만일 대전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안산과의 승점 차를 좁힐 경우 관심은 10월 29일 마지막 라운드에 모일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두 팀이 맞붙는다. 대전이 홈이다. 김 감독대행의 반전 시나리오의 결말로 준비하고 있는 경기다. 아무리 여유 있는 안산이라지만 막판 뒤집기로 창단 첫 해 최하위를 기록한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승격 플레이오프 경쟁만큼 최하위 싸움이 흥미로워질 수 있다. 벌써 신경전은 시작됐다.

사실 K리그 챌린지 9위와 10위의 순위 싸움은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다. 강등이라는 위험 부담이 없는 대신 그만큼 관심도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두 팀의 마지막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축구 못하는 프로 팀 가리는 게 자랑이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이 나올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간절할 수 밖에 없다.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싸움이지만 그들의 마지막 전쟁은 벌써부터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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